와이컴비네이터 “졸업 후 창업하세요”…학생 전용 프로그램 첫 출시


실리콘밸리 최고 액셀러레이터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가 재학생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 ‘얼리 디시전(Early Decision)’을 발표했다. 창업은 하고 싶지만 대학 졸업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학생들에게 전혀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

spur founders early decision CSkUvarM - 와우테일
<이미지 출처> 와이컴비네이터 홈페이지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재학 중에 와이컴비네이터에 지원해 합격하면 즉시 투자금을 받고, 졸업 후 원하는 배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리를 미리 예약해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2025년 가을에 지원해 2026년 봄에 졸업한 후 2026년 여름 배치에 참여하는 식이다.

와이컴비네이터의 매니징 파트너 제러드 프리드만(Jared Friedman)은 “졸업 예정자들이 스타트업을 하면서도 학업을 먼저 마치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기존에는 지금 당장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기회를 완전히 놓치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얼리 디시전은 그런 부담을 없앤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실리콘밸리의 오랜 ‘대학 중퇴’ 문화에 변화 신호탄이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등이 대학을 중퇴하고 회사를 세워 억만장자가 된 사례들이 실리콘밸리에서는 하나의 신화가 됐다. 피터 틸 펠로우십(Thiel Fellowship) 같은 프로그램은 유망한 학생들에게 20만 달러를 지급하며 아예 대학을 그만두고 창업하도록 독려하기도 했다.

와이컴비네이터 역시 드롭박스의 드류 휴스턴(Drew Houston), 레딧의 스티브 허프만(Steve Huffman), 스트라이프의 콜리슨 형제(John and Patrick Collison) 등 성공한 동문들이 어린 나이에 학업을 포기하고 프로그램에 뛰어든 케이스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얼리 디시전 출시로 그런 관행에 변화가 시작됐다.

프리드만은 “지난 1년간 20여 개 대학을 방문하고 AI 스타트업 스쿨을 운영하면서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와이컴비네이터의 가장 중요한 조언이 ‘사용자와 대화하라’인데, 우리도 그것을 직접 실천했다”고 말했다.

성공 사례도 벌써 나왔다. 스퍼(Spur)의 공동창업자 스네하 시바쿠마르(Sneha Sivakumar)와 아누쉬카 니자완(Anushka Nijhawan)은 2023년 가을 재학 중에 얼리 디시전으로 지원해 2024년 5월 졸업 후 여름 배치에 참여했다. AI 기반 품질보증 테스팅 도구를 만드는 이들의 회사는 이후 45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프로그램 참여 조건도 유연하다. 졸업예정자는 물론 저학년 학생들도 지원할 수 있다. 현재 학년을 마친 후 나중 배치에 참여하거나, 아니면 중퇴하고 더 빨리 시작할지 선택권을 준다.

지원 방식은 기존 와이컴비네이터 지원서와 똑같다. 다만 참여하고 싶은 배치를 묻는 질문에 ‘2026년 겨울 이후 배치’를 선택하면 얼리 디시전으로 처리된다. 합격하면 바로 투자금을 받고 미래 배치 자리가 확정된다.

이번 프로그램은 와이컴비네이터가 경쟁이 치열해지는 액셀러레이터 시장에서 우수한 인재를 미리 확보하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피터 틸 펠로우십, 네오 스콜러스(Neo Scholars), 파운더스 인크(Founders Inc) 같은 다른 프로그램이나 대기업 인턴십, 대학원 진학과 경쟁하는 완전히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 셈이다.

2005년 설립된 와이컴비네이터는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액셀러레이터다. 이 회사가 지원한 스타트업들의 총 시장 가치는 8000억 달러를 넘는다.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스트라이프, 인스타카트, 브렉스 같은 수많은 유명 기업들이 와이컴비네이터 출신이다.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