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음악 저작권이나 미술품을 1천원 단위로 쪼개 투자하는 ‘조각투자’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반인도 부담 없이 예술 작품에 투자할 수 있다는 매력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문제점도 숨어있다.
공급업체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작품 가격, 불투명한 가치 평가, 그리고 이로 인한 시세 조작과 부정거래까지. 실제로 몇몇 조각투자 업체 관계자들이 사기 혐의로 구속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2030년 36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조각투자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이런 문제들의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주목받는 스타트업이 있다. AI 기반 가치평가 시스템과 독창적인 경매 방식을 결합해 예술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데일리뮤지엄이다. 스위스 제네바 국제발명전시회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데일리뮤지엄은 ‘피스옥션’ 서비스를 통해 예술 투자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들이 꿈꾸는 ‘진짜 팬들이 예술의 주인이 되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판교경기문화창조허브 지원기업인 데일리뮤지엄은 지식재산권 19건을 보유하고 글로벌 경매회사 데이터 36만 건을 확보했다. 이미 4,300여 명의 회원과 2,000여 점의 예술 콘텐츠 IP 독점 계약을 통해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는 데일리뮤지엄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전승 데일리뮤지엄 대표는 인터뷰의 서두에서 “우리는 IT 기술을 기반으로 문화예술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 스타트업이다.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예술을 대중 가까이에 두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회사의 방향성을 소개했다.
전승 대표는 기존 미술 시장의 경매 구조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가격 결정’에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그 해법은 ‘피스옥션(Piece Auction)’이라는 이름의 경매 방식으로, 제한된 수량의 작품이 있을 때, 대중이 함께 가격을 형성하는 방법이다.
“갤러리나 대형 경매사에서 작품이 거래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가격 책정이다. 시작가를 얼마로 정할 지가 굉장히 큰 과제인데,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입된다. 하지만 결국 가장 높은 가격을 쓴 사람만 낙찰을 받게 되고, 자산가만 향유할 수 있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전 대표는 “예를 들어 사진 작품이 10점 있다고 할 때 고객들은 우리가 제공하는 하한가와 상한가 사이에서 원하는 가격을 써낸다. 낙찰가는 11번째 고객이 쓴 가격으로 결정된다. 결국 응찰자 모두가 자신이 쓴 금액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받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조건 높은 가격을 쓴 사람이 독점하지 않도록 설계된 방식”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소유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진행한 모의 경매에는 4300명 이상이 참여했다. 그 결과(테스트 결과 제외) 낙찰가는 대부분 중간 가격대에서 결정됐다. 이때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에는 작품의 가격 예측 모델까지 만들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다. 이를 통해 데일리뮤지엄은 AI 기술을 접목해 작품의 미래 가치를 추정하는 모형도 개발 중이다.
‘피스옥션’은 한 점뿐인 유일한 작품에는 적용할 수 없다. 그러나 사진, 판화, 리미티드 에디션 앨범처럼 여러 장 생산되는 한정판 작품에는 효과적이다. 전승 대표는 “작가가 사진을 10장만 제작한다면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100장을 제작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소유할 수 있다”며 “결국 향유할 수 있는 대중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방식이 공연 티켓이나 한정판 상품 등에도 확장될 수 있다고 말한다. 뮤지컬 티켓 같은 경우 암표상이 이익을 가져가지만, 피스옥션을 도입하면 다수가 공정하게 가격을 정할 수 있다는 논리다.
데일리뮤지엄은 이미 이 방식을 기반으로 3개의 특허를 등록했고, 추가 출원도 진행 중이다. 전 대표는 “핵심은 기술이라기보다는 ‘누가 가격을 정하느냐’이다. 우리는 이것을 대중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 바꿔보려 한다”고 말했다.
데일리뮤지엄은 최근 유행했던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에도 이 방식을 접목하고자 한다.
전승 대표는 “조각 투자의 문제는 가격이 고평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 점을 통째로 살 때보다 조각으로 나눠 살 때 더 비싸질 수 있다. 우리는 이 구조에 피스옥션을 적용하면 불만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진행 중이며 법이 허용하면 확장하고, 그렇지 않으면 리미티드 작품 시장에서 우선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설명했다.
데일리뮤지엄의 다음 과제는 작품 섭외다. 좋은 작품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만큼 전승 대표는 미술계에서 활동해 온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한편, 경매 회사와 협업 논의도 진행 중이다.
전승 대표는 “소셜커머스의 장점은 여러 명이 모여 가격을 낮추는 공동구매라 할 수 있다. 반면 경매 회사에서는 고객이 불만 없이 자신이 써낸 가격에 낙찰되는 모습을 보면서 두 장점을 결합해 더 합리적인 방식으로 예술을 즐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피스옥션 개발 동기를 밝혔다.
이어 “예술의 향유는 소수의 특권이 되어선 안 된다”며 “피스옥션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작품을 소유하고, 예술이 대중 속으로 스며드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데일리뮤지엄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예술, 콘텐츠와 IT 기술을 연결해 예술 투자 부문의 대중화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음악 저작권, 미술품 등을 1천원 단위로 쪼개어 투자하는 조각투자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대중 확산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죠. 하지만 공급사에서 제공하는 정보만으로 작품 가치가 책정되다 보니 가격 고가 산정, 시세 조종 등에 노출될 위험이 매우 큽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활용 가치평가 모델과 예술 콘텐츠 IP 경매형 거래 서비스를 만들게 되었어요.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나요?
‘피스옥션’은 예술, 콘텐츠 IP 경매형 거래 서비스입니다. 현재 공급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가격을 대중이 함께 참여해서 결정하는 방식이에요. 하한가는 창작자를 위한 최소 보장 가격이고, 상한가는 경매 참여자를 위한 최대 한도입니다. 이 사이에서 낙찰자 모두가 수용하면서도 판매자에게 수익이 극대화되는 최적의 시장가격을 찾아주는 새로운 가격 결정 모델이죠.
또한 기존 조각투자 플랫폼은 예술 콘텐츠 가격에 수수료를 더해 증권 발행 자체만으로 이익을 얻는 구조인데요. 우리는 예술 콘텐츠 IP를 활용해 굿즈 유통, 벽화, CD 커버나 영화·드라마 노출, 광고 등으로 고객의 수익이 늘어날수록 당사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로 혁신하고자 합니다.
현재까지 모의경매를 통해 4,300여 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2,000여 점의 예술 콘텐츠 IP 독점 계약을 체결했어요. 글로벌 경매회사 데이터 36만 건도 확보해 AI 시스템 고도화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개발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우리는 세 가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예술 콘텐츠 IP 경매형 거래 서비스 ‘피스옥션’, 신진작가 작품 및 아트굿즈 직거래 서비스 ‘데일리뮤지엄’, 예술 콘텐츠 커뮤니티 ‘큐앤아트’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예술 콘텐츠 소비 방식을 구현하려고 합니다.
피스옥션은 유명 연예인 작가의 작품을 코엑스나 현대백화점 전시를 통해 직접 보고 당사 웹사이트에서 경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올해 4분기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제주도 서귀포시, 충남인재육성재단, 시흥오이도박물관, 고양시청 갤러리600 등에서 다수의 전시 기획과 굿즈 기획 및 판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 가지 서비스 모두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으로 기능이 구현되어 있고, 추가로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기획, 개발, 디자인을 보완하고 있어요.
경쟁사 대비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기존 조각투자 플랫폼들이 예술 콘텐츠 가치 분석 방법론의 불확실성으로 시세 조종, 사기적 부정거래 등으로 구속된 사례들이 있었잖아요. 우리는 ‘예술 콘텐츠 IP 경매형 거래 서비스’를 통해 다수가 참여하는 공정한 가격 산정 방식으로 공급사와 다수 고객 간 분쟁 발생 여지를 낮췄어요.
또한 기존 업체들은 공모 후 조달한 자금으로 별도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예술 콘텐츠 가격에 수수료를 더해 증권 발행 자체만으로 이익을 얻는 구조예요. 우리는 예술 콘텐츠를 기반으로 제작된 굿즈 유통, CD 커버나 드라마·영화 예술작품 노출 등으로 예술 콘텐츠 간 유기적 시너지를 활용해 고객 수익이 늘어날수록 당사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로 혁신하고자 합니다.
타깃 시장 규모는 어떤가요?
국내 음악 저작권,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 규모가 4,362억 원이고, 2030년이 되면 조각투자 시장이 36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토큰증권(STO)까지 확대되면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특히 국내 경매 시장은 온라인 침투율이 1% 중반대밖에 안 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죠. 우리 경매 솔루션은 경매에 참여한 응찰 수가 10만 명이라면 ‘넌 얼마 썼니?’ 등 궁금증 유발과 이슈 메이킹으로 10만 명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요?
피스옥션 서비스는 B2C 비즈니스 모델로 네 가지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어요. 경매를 진행했을 때 자동으로 마진이 결정되는 경매 수익(낙찰가에서 하한가를 뺀), 예술 콘텐츠 IP를 활용한 굿즈 판매·전시·광고 등 저작권 운용을 통한 운용 수익, 조각거래소를 통한 거래 수수료, 작품 전체가 매각되었을 때 매각 수수료입니다.
현재까지의 성과는?
지식재산권 19건을 확보했고, 한국벤처투자 투자유치, 청년창업사관학교 선정, 관악구 스타트업 스케일업 지원사업 선정, 예술경영지원센터 예술IP 디지털 부가사업 사업화 선정 등을 받았어요. 서울국제발명전시회 은상 및 동상 수상, 스위스 제네바 국제발명품 전시회 은상 수상,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데이터바우처 지원사업(AI 가공) 선정 및 결과평가 ‘우수’ 등 다수 기관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팀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미술시장의 내부자로 구성된 팀이에요. 콘텐츠, 예술품은 ‘정가’가 없기 때문에 가격 분석 및 원하는 가격에 사올 수 있는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우리 영업진은 국내 갤러리, 딜러뿐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어요.
글로벌 소셜커머스, 경매회사 재직 경력의 대표(소셜커머스의 가격을 낮춰 다수 고객이 참여한다는 장점과 고객들이 부른 가격에 구매하는 경매의 장점을 결합한 아이디어를 착안), 유가공업계·미술업계 재직 경력의 마케터, 갤러리 운영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큐레이터, 쥬비스·다우기술 출신 개발자 등 10년 이상의 미술시장 경험과 IT 회사 경험을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만들고 있습니다.
투자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첫째, 5년 안에 매출 300억, 순이익 50억 이상의 성과를 통한 코스닥 상장 전략을 가지고 있고, 프라이싱 모델의 특성상 해외진출에 용이해 홍콩, 미국, 유럽 순으로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둘째, 시장에서 크라우드펀딩, 조각투자 등의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자산 가격에 대한 가치 분석 방법론의 불확실성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피스옥션 서비스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공정한 가격 산정 방식의 경매로 공급사와 다수 고객 간 분쟁 발생 여지가 낮고, 고자본의 투자자나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던 고수익과 시장성이 검증된 예술 콘텐츠에 투자해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어 민간 주도의 합리적인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셋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요. 예술 콘텐츠의 미래 가치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개발 역량, 학습 데이터 구축 역량, 피스옥션만의 경매 방식을 구현한 개발 역량들을 확보한 탄탄한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입니다.
판교허브에 입주한 후 어떤 도움을 받고 계신가요?
2024년 4월에 입주했는데, 콘텐츠 기업들이 모여 있어 콘텐츠 기업에 특화된 교육, 멘토링, 자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또한 입주해 있는 콘텐츠 기업들 간 네트워킹을 통해 협업을 진행해 볼 수 있다는 점도 추천할 부분이에요. 다른 창업팀들에게도 이런 장점들을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우리는 좋아하는 것이 참 많습니다. 누군가는 미술 전시회를 보고, 누군가는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장을 찾고, 누군가는 영화를 N차 관람하고, 누군가는 웹툰을 즐겨 봅니다. 우리는 이러한 예술, 콘텐츠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진짜 ‘팬’들이 모여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선권을 갖는 곳, 예술·콘텐츠를 즐기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고 싶습니다. 스위스 발명상도 받은 바로 그 스타트업, 매일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팀 경매 서비스 ‘피스옥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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