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코딩의 새 강자 ‘애니띵’, 1100만 달러 투자 유치


AI 기반 앱 제작 플랫폼 애니띵(Anything)이 시리즈A 라운드에서 1100만 달러(약 150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 1억 달러(약 1360억 원)를 인정받았다. 풋워크(Footwork)가 투자를 주도했으며, M13이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인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Bessemer Venture Partners), 언코크 캐피털(Uncork Capital)도 후속 투자에 동참했다. 애니띵은 2024년 말 베세머와 언코크, 쇼피파이 CEO 토비 루트케(Tobi Lütke)로부터 550만 달러의 시드 투자를 받은 바 있어, 이번 투자로 누적 투자액은 1950만 달러에 달했다.

Anything cofounders - 와우테일

애니띵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이유는 명확하다. 출시 2주 만에 연간 반복 매출 200만 달러를 달성한 것이다. 자연어 프롬프트만으로 완전한 기능을 갖춘 모바일 앱과 웹 앱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시장에서 통한 것이다. 코딩을 모르는 사람도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앱을 만들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애니띵의 창업 스토리는 구글에서 시작됐다. 2021년 구글 동료였던 드루브 아민(Dhruv Amin)과 마커스 로우(Marcus Lowe)는 앱 개발의 고통스러운 과정에 주목했다. 기술 전문가도 실제 앱을 출시하기가 어렵고, 대부분의 앱이 비슷한 기능을 반복해서 만든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 마켓플레이스로 시작했다. 이들은 앱의 90%에 해당하는 공통 요소를 자동화하고 나머지는 개발자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완성하는 방식으로 첫 해 100만 달러 매출을 올렸다.

전환점은 2022년 챗GPT의 등장이었다. 대규모 언어 모델이 개발자가 하던 일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두 사람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2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던 개발 마켓플레이스를 접고, AI 개발 에이전트 구축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2024년에는 크리에이트(Create)라는 이름으로 텍스트 기반 앱 제작 도구를 출시했다. 처음엔 컴포넌트 제작 도구로 시작했지만, 사용자들이 백엔드, 데이터베이스, 인증, 결제 시스템까지 원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전체 인프라를 직접 구축했다.

애니띵의 가장 큰 차별점은 간단하다. 프로토타입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러버블(Lovable), 레플릿(Replit), 볼트(Bolt) 같은 경쟁사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프로토타입 생성에 강점이 있을 뿐 실제 앱 출시 단계에서 사용자들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 풋워크의 공동창업자 니킬 바수 트리베디(Nikhil Basu Trivedi)는 이를 “모든 회사가 잡초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지만, 실제로 작동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백엔드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애니띵은 디자인부터 백엔드, 데이터베이스, 인증, 결제 시스템까지 모든 것을 통합 제공한다. 특히 수파베이스(Supabase) 같은 외부 데이터베이스에 의존하는 경쟁사와 달리, 모든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구축했다. 개발 시간은 더 걸렸지만, 이것이 핵심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사용자들은 여러 도구를 연결할 필요 없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개념부터 출시까지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결과는 놀라웠다. 코딩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실제로 돈을 버는 앱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의 부동산 중개인은 다른 중개인을 위한 AI 교육 포털을 만들어 월 100달러 구독료와 가상 교육당 1000달러를 받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 프로듀서는 어린이용 AI 모바일 학습 앱을 개발해 앱스토어에 제출했고, 월 2만 달러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Anything AI App builder - 와우테일

미용실 운영자는 고객이 AI로 가상으로 헤어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는 모바일 앱과 다른 미용실을 위한 CRM을 만들었다. 치과 위생사는 음성 입력 기능이 있는 잇몸 건강 추적 앱을 만들어 직접 업무에 활용하며 동료들로부터 사용자를 확보했다. 의대생은 CPR 교육용 모바일 앱을 만들어 기관당 월 85달러를 받고 있고, 일본의 금융 전문가는 AI 분석 도구 모음을 판매해 3만4000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마케터는 다단계 마케팅 팀을 위한 추천 링크 공유 도구로 2만 달러를 벌었다. 이들 모두 데모가 아닌 실제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애니띵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번 주 자율형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애니띵 맥스(Anything Max)’를 출시했다. 맥스는 목표를 주면 실제 브라우저에서 앱을 실행하고, 문제가 생기면 코드를 작성하고 테스트하며 완료될 때까지 계속 작업한다. 아민 대표는 “앱이 작동하지 않는다, 고쳐주세요” 같은 모호한 요청도 이해하고 감독 없이 작업을 완료한다고 설명했다.

베타 테스트 결과는 인상적이다. 맥스는 가장 까다로운 사용자 버그의 95%를 자동으로 해결했다. 흥미로운 점은 나머지 5%였다. 이는 사용자 앱의 버그가 아니라 애니띵 플랫폼 자체의 버그였는데, 에이전트가 이를 발견하고 수정하면서 자가 개선 루프가 형성됐다.

아민 대표는 자신들의 목표를 명확히 했다. “다른 도구들로는 실제 비즈니스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우리는 사람들이 그 위에서 돈을 버는 앱을 만드는, 이 분야의 쇼피파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AI 코딩 도구는 프로토타입은 잘 만들지만 실제 출시에는 실패한다”며 “우리는 모든 바이브 코딩 도구의 아킬레스건, 즉 새벽 2시에 사용자가 앱을 출시하려다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어 포기하는 문제를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투자를 주도한 트리베디는 애니띵의 성장 패턴에 주목했다. 그는 2012년 캔바의 시드 투자를 주도한 경험이 있다. “캔바 초기에 본 것과 동일한 패턴이 애니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사용자들이 간단하게 시작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에이전트 덕분에 사용량을 계속 확대하며 정교한 소프트웨어 제품군을 구축한다”고 평가했다.

바이브 코딩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스웨덴 스타트업 러버블은 8개월 만에 연간 반복 매출 1억 달러를 달성했고, 스택블리츠(StackBlitz)의 볼트는 4.5개월 만에 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알려졌다. 러버블, 레플릿, 볼트는 모두 빠른 프로토타이핑과 코드 생성에 강점을 보이지만, 실제 제품 출시를 위한 통합 인프라 부족이라는 한계를 공유한다.

애니띵과 유사한 전략을 추구하는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다. 모카(Mocha), 로크(Rork) 같은 스타트업도 자체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로크는 올해 말까지 1000만 달러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트리베디는 이런 경쟁 상황을 긍정적으로 본다. “다양한 유형의 앱 제작 제품에 대한 충분한 수요가 있다”며 “애니띵의 통합 모델은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애니띵은 조달한 자금으로 플랫폼 확장, 빠른 사용자 증가 지원, 자율형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맥스의 기능 확대에 나선다. 회사는 코딩 보조 도구에서 자율형 개발 팀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용자는 제품 관리자처럼 AI 에이전트에 지시만 하면, 코드를 직접 작성하지 않고도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고 확장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 AI, 인프라, 제품, 시장진출 전략 분야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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