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제미나이 탑재 스마트홈 신제품 대거 공개…”집이 당신을 이해합니다”


구글(Google)이 인공지능 제미나이를 탑재한 스마트홈 제품군을 대거 선보이며 스마트홈 시장에 본격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마존이 AI 기반 신형 에코 디바이스를 공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발표로, 양사 간 AI 스마트홈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google Home Devices - 와우테일

구글은 10월 1일 제미나이 AI 어시스턴트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스마트홈 생태계를 공개했다. 이번 발표에는 2K 화질을 지원하는 네스트 캠 인도어·아웃도어와 네스트 도어벨, 2026년 봄 출시 예정인 구글 홈 스피커가 포함됐다. 완전히 새로워진 구글 홈 앱과 함께 기존 네스트 어웨어를 대체하는 구독 서비스 ‘구글 홈 프리미엄’도 선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제미나이가 기존 구글 어시스턴트를 완전히 대체하면서 훨씬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구글 홈 네스트 최고제품책임자 아니시 카투카란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제미나이 홈은 단순한 음성 어시스턴트 업그레이드가 아니다”며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당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이해하는 새로운 지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용 사례를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벤 애플렉이 나오고 로켓 타고 소행성 가는 그 영화에 나온 노래 틀어줘”라고 말하면 제미나이가 영화 ‘아마겟돈’의 에어로스미스 노래를 찾아 재생한다. 노래가 흐르는 동안 “이 가사가 무슨 뜻이야?”라고 물어보거나, 곡이 끝난 뒤 “비슷한 테마의 다른 노래 틀어줘”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일상의 편의성도 한층 높아졌다. “채식 팟타이 만들 거야”라고 말하면 제미나이가 “몇 인분인가요?”라고 되묻고, 쇼핑 리스트가 없으면 자동으로 생성해 필요한 재료를 적절한 양으로 추가한다. “계란 삶는 중인데 타이머 좀”이라고 하면 “완숙으로 하시겠어요, 반숙으로 하시겠어요?”라며 세심하게 확인한 뒤 타이머를 맞춰준다.

스마트홈 기기 제어 방식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더 이상 각 기기의 정확한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없다. 침실에 있으면서 “요리할 거니까 불 켜줘”라고 하면 주방 조명을 켜야 한다는 것을 AI가 알아서 파악한다. “모든 불 꺼. 근데 서재 불은 켜놔”처럼 복잡한 명령이나 “불 좀 어둡게 하고 온도는 섭씨 22도로 맞춰줘”같은 다중 명령도 한 번에 처리된다.

카메라와 도어벨의 진화는 더욱 인상적이다. 새로운 네스트 제품군은 제미나이의 영상 분석 능력을 활용해 수십 개씩 쏟아지던 알림 대신 정말 중요한 이벤트만 골라 요약해준다. “우리 집 화분 누가 먹었어?”라고 물으면 관련 영상 클립을 바로 찾아준다. 하루 종일 촬영된 영상을 몇 문장으로 요약해주는 ‘홈 브리프’ 기능도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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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가격대는 네스트 캠 인도어 99.99달러, 네스트 캠 아웃도어 149.99달러(2팩 249.99달러), 네스트 도어벨 179.99달러다. 모두 2K HDR 화질을 지원하며 야간 촬영 성능이 대폭 강화됐다. 제미나이를 위해 특별 설계된 구글 홈 스피커는 360도 오디오를 지원하고 포슬린, 헤이즐, 제이드, 베리 등 4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주목할 점은 구글이 자체 하드웨어뿐 아니라 생태계 확장에도 적극 나섰다는 것이다. 월마트(Walmart)와 손잡고 온 브랜드로 실내 카메라를 22.96달러, 비디오 도어벨을 49.86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는다. 저가 제품이지만 구글 홈 앱에서 제어 가능하며 제미나이의 핵심 기능을 모두 지원한다.

카투카란은 “제미나이를 특정 제조사의 한정된 가격대 제품에만 가두고 싶지 않다”며 “다양한 폼팩터와 가격대로 더 많은 사람이 제미나이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구글은 개발자 프로그램을 통해 파트너사들이 AI 카메라를 만들 수 있도록 하드웨어 설계 레퍼런스, 칩 추천, 구글 카메라 임베디드 SDK 등을 제공한다.

기존 사용자에 대한 배려도 돋보인다. 구글은 이미 8억 대 이상의 기기로 구성된 생태계를 활용해 충분한 처리 성능을 갖춘 기존 스피커와 스마트 디스플레이에도 제미나이를 제공할 계획이다. 10월 말부터 얼리 액세스 프로그램을 통해 순차 배포되며, 지난 10년간 출시된 거의 모든 구글 홈 스피커와 네스트 디스플레이가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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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기능을 원하는 사용자를 위해서는 월 10달러의 구글 홈 프리미엄이 신설됐다. 제미나이 라이브와의 자유로운 대화, AI 기반 상세 알림, 홈 브리프, 자연어 영상 검색, 대화형 자동화 생성 등이 포함된다. 이 서비스는 구글 AI 프로 및 울트라 요금제에도 추가 비용 없이 제공된다. 월 20달러의 어드밴스드 플랜은 60일간의 영상 저장과 더 상세한 이벤트 설명을 제공한다.

카투카란은 “우리는 집이 실제로 보고, 듣고, 이해하며, 궁극적으로 당신을 대신해 행동함으로써 삶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실현하기 시작했다”며 “당신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구글의 발표가 스마트홈 시장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네스트 오디오 출시 이후 5년 만의 본격적인 하드웨어 쇄신이자, 그간 정체됐던 구글 홈 생태계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제미나이의 자연스러운 대화 능력과 상황 이해력은 스마트홈이 단순한 ‘명령-실행’ 도구에서 진정한 가정 내 협력자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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