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시장 양대산맥 폴리마켓·칼시, 대규모 투자 유치로 시장 주도권 경쟁 본격화


예측시장 업계 양대산맥인 폴리마켓과 칼시가 불과 며칠 간격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시장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kalshi vs polymarket - 와우테일

세계 최대 거래소 운영사 중 하나인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ntercontinental Exchange, ICE)가 폴리마켓(Polymarket) 2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폴리마켓의 기업가치는 80억 달러(투자 전 기준)로 평가받았다. 

이틀 뒤인 10일에는 경쟁사인 칼시(Kalshi)도 앤드리슨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a16z)와 세쿼이아캐피털(Sequoia Capital)이 공동 주도한 3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D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칼시는 불과 3개월 전인 6월 20억 달러 기업가치로 시리즈C 투자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기업가치를 5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예측시장은 사용자들이 정치, 경제, 스포츠 등 실제 사건의 결과를 예측하고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주식이나 채권처럼 가격이 실제 사건에 따라 움직이지만, 예측시장은 그 사건 자체를 직접 거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시장 참여자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미래를 전망하는 이 방식은 2024년 미국 대선에서 기존 여론조사보다 더 정확한 결과를 예측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업계 전망에 따르면 예측시장은 2024년 15억 달러 규모에서 2035년 955억 달러로 연평균 46.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랙티브브로커스의 토머스 페테르피 회장은 예측시장이 활용 범위를 확장하며 언젠가 주식시장 규모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런 성장 가능성에 드래프트킹스(DraftKings)와 코인베이스(Coinbase) 같은 대형 플랫폼들도 예측시장 진입을 선언하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폴리마켓과 칼시는 서로 다른 접근 방식으로 예측시장을 구축해왔다. 폴리마켓은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플랫폼으로, 폴리곤 네트워크에서 스마트 계약을 통해 운영된다. 사용자들은 암호화폐 지갑과 스테이블코인 USDC를 통해 거래하며, 탈중앙화 구조 덕분에 새로운 시장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 기술 제품 출시부터 유명인 스캔들, 대중문화 이슈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칼시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를 받는 정식 거래소다. 2021년 CFTC 라이선스를 확보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법정화폐로 거래가 가능하며, 인플레이션이나 연준의 정책 결정 같은 거시경제 지표와 선거, 날씨 등 검증 가능한 실제 사건에 집중한다. 월스트리트 수준의 시장 감시와 고객 보호 장치를 갖춘 점이 강점이다.

이런 차이는 규제 환경에서 비롯됐다. 폴리마켓은 2022년 CFTC로부터 미등록 파생상품 시장 운영 혐의로 140만 달러 벌금을 부과받고 미국 사용자 접근을 차단해야 했다. 하지만 올해 초 1억 1200만 달러에 CFTC 규제 거래소인 QCEX를 인수하고, 9월에는 CFTC로부터 NFL 시장 제공 승인을 받으며 미국 시장 재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두 회사의 투자 유치는 각자의 전략적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ICE는 폴리마켓의 이벤트 기반 데이터를 글로벌 독점 배급사로서 기관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향후 토큰화 이니셔티브에서도 협력할 계획이다. 제프리 스프레처 ICE 회장은 “1792년 설립된 뉴욕증권거래소의 소유주인 ICE와 탈중앙화 금융 분야에서 혁신을 선도하는 미래지향적 기업의 투자 결합”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샤인 코플란 폴리마켓 창업자는 “ICE와의 파트너십은 예측시장을 금융 주류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단계”라며 “ICE의 기관급 규모와 신뢰성을 폴리마켓의 소비자 감각과 결합해 현대 투자자를 위한 세계 수준의 제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칼시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140개 이상 국가로 서비스를 확대하며 단일 글로벌 유동성 풀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플랫폼들이 지역별로 분리된 시장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칼시는 전 세계 트레이더들을 하나의 시장으로 연결해 유동성과 가격 발견 기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솔라나와 베이스 같은 블록체인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맺고 암호화폐 생태계로도 확장하고 있다. 타렉 만수르 칼시 창업자는 “예측시장이 전 세계적 관련성을 가지고 있듯이, 이제 예측시장 거래도 국경을 넘어선다”며 “선거, 중앙은행 결정, 스포츠, 기후 등 대륙을 넘어 자신의 세계를 형성하는 결과에 직접 거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점유율 경쟁도 치열하다. 9월 중순 기준 칼시는 62%의 시장점유율로 앞서고 있지만, 한 달 전만 해도 폴리마켓이 우위를 점하는 등 주도권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 칼시는 지난 1년간 거래량이 200배, 사용자 수가 20배 증가하며 AI 외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기술 기업으로 부상했다. 현재 전 세계 예측시장 활동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연간 거래량은 500억 달러에 달한다.

양사 모두 주요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해 사용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폴리마켓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X의 공식 예측 파트너가 돼 예측 시장을 X에 직접 통합했다. 칼시는 xAI와 협력해 그록의 AI 기반 확률 분석을 서비스에 통합하고 있으며, 로빈후드와 파트너십을 맺어 2분기에만 10억 달러 규모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ICE는 뉴욕증권거래소를 비롯해 다양한 거래소와 청산소를 운영하는 글로벌 금융 인프라 기업이다. 이번 투자로 ICE는 예측시장이라는 새로운 자산군에 진출하게 됐으며, 폴리마켓과 칼시는 각자의 방식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기회를 얻었다. 규제 중심의 칼시와 탈중앙화를 내세운 폴리마켓 중 누가 예측시장의 최종 승자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국내에서는 예측시장 자체가 도박으로 간주되어 불법인데, 향후에는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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