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젠, 1020억 파라미터 단백질 AI 모델 공개…”생물학 분야 최대 규모”


샌프란시스코 기반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앤스로젠(Anthrogen)이 단백질 설계 분야의 판도를 바꿀 인공지능 모델 ‘오디세이(Odyssey)’를 발표했다. 최대 1020억 개의 파라미터로 구축된 이 모델은 현재까지 개발된 생물학 AI 중 가장 크고 강력하다.

anthrogen - 와우테일

오디세이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과 3차원 구조, 기능적 특성을 동시에 학습하는 멀티모달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표적에 잘 결합하면서도 부작용이 적고, 대량 생산까지 가능한” 단백질처럼 여러 목표를 한 번에 충족하는 분자를 설계할 수 있다. 앤스로젠은 “단백질은 생명체의 일꾼”이라며 “거대한 기계를 설계하듯 분자 수준의 기계를 정밀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오디세이의 차별점은 세 가지 핵심 기술에 있다. 먼저, 기존 인공지능 모델에서 쓰이던 셀프 어텐션 방식 대신 ‘컨센서스(Consensus)’라는 새로운 구조를 도입했다. 컨센서스는 단백질의 모든 부분이 동시에 소통하는 대신, 인접한 영역끼리 먼저 정보를 주고받은 뒤 이를 전체로 확산시킨다. 단백질의 물리적 특성을 반영한 이 방식 덕분에 계산량이 크게 줄었고, 긴 단백질이나 복잡한 구조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대규모 모델 학습 시 안정성도 개선돼 학습 실패나 재시작이 줄어들었다.

두 번째는 ‘이산 확산(Discrete Diffusion)’ 학습 방식이다. 자연계의 진화 과정을 모방한 이 방법은 무작위 돌연변이를 만든 뒤 제대로 작동하는 단백질을 골라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앤스로젠은 이 방식이 기존 방법보다 추론 성능이 우수하며, 경쟁 모델 대비 10분의 1 수준의 데이터만으로도 더 나은 결과를 낸다고 밝혔다. 단백질 데이터는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데이터 효율성은 중요한 장점이다.

세 번째는 단백질을 다각도로 입력받는다는 점이다. 단순히 아미노산 서열만 보는 게 아니라, 3차원 구조는 유한 스칼라 양자화기(FSQ)로 구조 토큰으로 변환하고, 도메인 정보나 기능 설명 같은 맥락도 함께 제공한다. 덕분에 모델은 단백질의 모양뿐 아니라 역할까지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다.

오디세이는 12억부터 1020억 파라미터까지 다양한 규모로 제공되며, 새로운 단백질 생성과 기존 단백질 편집, 서열과 구조의 동시 설계를 지원한다. 사용자는 특정 부위를 고정하거나 특정 영역만 바꾸도록 지정할 수 있고, 모델이 나머지를 자동으로 채워 넣는다. 효능과 특이성, 안정성 같은 여러 목표를 동시에 평가할 수 있어 설계와 검증을 반복하며 최적의 단백질을 찾아갈 수 있다.

image 2 - 와우테일

앤스로젠은 “오디세이는 강력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며 “대규모 생물학 데이터와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회사는 앞으로 몇 달 안에 관련 연구 성과를 공유할 예정이며, 컨센서스 메커니즘에 대한 심화 연구도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조기 접근을 위한 API를 열어두고 있으며, 협업에 관심 있는 기업과 연구자를 모집하고 있다.

앤스로젠은 원래 2023년 ‘아크틱 캡처(Arctic Capture)’라는 이름으로 탄소 포집 기술 개발을 목표로 설립됐다가, 이후 포집한 탄소를 화학 제품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컬럼비아대 출신인 앙킷 싱할(Ankit Singhal·CEO), 비그네쉬 카르틱(Vignesh Karthik·COO), 코너 리(Connor Lee·CTO)가 공동 창업했다.

회사는 2024년 11월 시드 투자에서 400만 달러를 유치했다. 리젠벤처스(Regen Ventures)와 박스그룹(BoxGroup)이 공동으로 투자를 주도했고,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웨이파인더벤처스(Wayfinder Ventures), 리퀴드2벤처스(Liquid 2 Ventures), 소마캐피털(Soma Capital), 리추얼캐피털(Ritual Capital), 컬래버러티브펀드(Collaborative Fund), 파이어니어펀드(Pioneer Fund) 등이 참여했다. 와이콤비네이터 공동창업자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을 포함한 엔젤 투자자들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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