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챗GPT 기반 브라우저 ‘아틀라스’ 출시…구글 크롬 도전장


오픈AI(OpenAI)가 인공지능 기반 웹 브라우저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샘 올트먼 CEO는 10월 22일 라이브 스트림을 통해 ‘챗GPT 아틀라스(ChatGPT Atlas)’를 공개했다. 챗GPT를 중심으로 설계된 첫 독립형 브라우저인 아틀라스는 애플 맥OS용으로 먼저 나왔으며, 윈도우·iOS·안드로이드 버전은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다.

OpenAI ChatGPT Atlas - 와우테일

아틀라스의 가장 큰 특징은 웹 브라우징과 AI 어시스턴트를 완전히 통합했다는 점이다. 브라우저 우측 상단의 ‘챗GPT에게 물어보기(Ask ChatGPT)’ 버튼을 누르면 사이드바가 열리고, 웹페이지를 보면서 동시에 챗GPT와 대화할 수 있다. 페이지 요약이나 제품 비교는 물론 코드 편집까지 가능하다. 챗GPT가 사용자가 보고 있는 화면을 이해하기 때문에 맥락에 맞는 답변을 제공한다.

핵심은 ‘에이전트 모드(Agent Mode)’다. 플러스·프로·비즈니스 유료 사용자에게 프리뷰로 제공되는 이 기능은 사용자 대신 웹에서 작업을 처리한다. 레시피를 입력하면 챗GPT가 알아서 식료품점을 찾고 장바구니에 재료를 담은 뒤 배송까지 주문한다. 회사에서는 과거 팀 문서를 열어 읽고 경쟁사 조사를 진행한 다음 인사이트를 정리해 브리핑 자료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보안 문제도 꼼꼼히 챙겼다. 에이전트 모드는 브라우저에서 코드 실행, 파일 다운로드, 확장 프로그램 설치가 불가능하다. 컴퓨터의 다른 앱이나 파일 시스템에도 접근할 수 없다. 금융 기관 같은 민감한 사이트에서는 작업을 일시 중지하고 사용자 확인을 받는다.

‘브라우저 메모리(Browser Memories)’ 기능도 눈에 띈다. 옵션을 켜두면 챗GPT가 방문한 사이트의 주요 정보를 기억해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쓴다. “지난주에 본 채용공고 다 찾아서 업계 트렌드 정리해줘”라고 하면 브라우징 기록을 바탕으로 요약본을 만들어준다. 이 기능은 선택 사항이라 언제든 설정에서 확인하거나 지울 수 있다. 오픈AI는 기본적으로 브라우징 데이터를 AI 학습에 쓰지 않지만, 사용자가 원하면 ‘웹 브라우징 포함’ 옵션을 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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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의 브라우저 출시로 AI 업계의 브라우저 전쟁이 본격화됐다. 아틀라스 발표 직후 알파벳의 시가총액이 1000억 달러 빠졌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의 72%를 장악한 구글 크롬을 향해 AI 브라우저들이 일제히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가장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건 퍼플렉시티(Perplexity)다. 7월에 AI 브라우저 ‘코메트(Comet)’를 선보인 퍼플렉시티는 3주 전 월 200달러짜리 맥스(Max) 구독자 전용이던 서비스를 전 세계에 무료로 풀었다. 검색창에 질문을 던지면 퍼플렉시티 AI가 즉시 요약을 만들어 출처 링크와 함께 보여준다.

브라우저 안에 ‘코메트 어시스턴트(Comet Assistant)’라는 AI 에이전트가 들어있어 이메일 요약부터 캘린더 관리, 탭 정리, 웹페이지 자동 탐색까지 척척 해낸다. 맥스 구독자에게는 ‘백그라운드 어시스턴트(Background Assistant)’를 추가로 제공한다. 여러 작업을 동시에 뒤에서 처리하는 기능이다.

퍼플렉시티는 CNN, 워싱턴포스트,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콩데나스트 같은 주요 언론사와 손잡고 프리미엄 저널리즘 서비스 ‘코메트 플러스(Comet Plus)’도 월 5달러에 내놓았다. 지난 8월에는 구글에 크롬 브라우저를 345억 달러에 사겠다는 제안을 던지기도 했다.

오페라(Opera)는 9월 말 AI 중심 브라우저 ‘네온(Neon)‘으로 맞불을 놨다. 월 19.99달러 구독형인 네온은 AI 헤비유저를 겨냥했다. 핵심은 ‘태스크(Tasks)’ 기능이다. 작업마다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 AI가 여러 자료를 분석하고 비교하고 실행에 옮긴다.

‘카드(Cards)’는 자주 쓰는 프롬프트를 저장해뒀다가 조합해서 쓰는 기능이다. 제품 비교할 땐 ‘세부정보 추출 + 비교표’ 카드를 조합하고, 회의록 정리할 땐 ‘주요 결정사항 + 실행 항목 + 후속 조치’ 카드를 섞어 쓴다.

‘네온 두(Neon Do)’는 사용자 브라우저에서 직접 작동한다. 이미 로그인된 상태를 활용하기 때문에 클라우드에 비밀번호를 넘길 필요 없이 쇼핑, 예약, 양식 작성을 대신 처리한다. 오페라는 어제(21일) 네온에 심층 조사 전담 ‘ODRA’ 에이전트를 추가했다.

더 브라우저 컴퍼니(The Browser Company)는 AI 브라우저 ‘디아(Dia)’ 개발에 올인하다 9월 4일 아틀라시안(Atlassian)에 6억 1000만 달러에 품에 안겼다. 아틀라시안은 지라(Jira)·컨플루언스(Confluence) 같은 협업 소프트웨어로 유명한 회사다. 더 브라우저 컴퍼니는 작년에 아크(Arc) 브라우저 개발을 접고 디아에 집중했다.

아틀라시안은 디아를 지식 노동자를 위한 업무용 브라우저로 키울 계획이다. 산찬 색세나 아틀라시안 프로덕트 책임자는 “지금 브라우저는 일하라고 만든 게 아니라 웹서핑하라고 만든 것”이라며 “디아는 SaaS 앱에 최적화되고 AI 기술과 업무 메모리로 앱·탭·작업을 연결하는 브라우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아는 사이드바 챗봇으로 모든 열린 탭의 AI 기능에 접근할 수 있다. 탭을 넘나들며 노트를 작성하고 리서치를 돕고 쇼핑 상품을 비교해준다. 오픈AI와 퍼플렉시티도 이 회사 인수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구글도 가만있지 않았다. 9월 18일 크롬에 제미니(Gemini) AI를 통합해 미국 맥·윈도우 사용자에게 무료로 풀었다. 전에는 AI 프로나 AI 울트라 구독자만 쓸 수 있었는데, 이제 누구나 크롬 우측 상단 제미니 아이콘을 눌러 웹페이지에 대해 물어볼 수 있다.

제미니는 여러 탭의 정보를 비교하고 요약한다. 구글 캘린더·유튜브·구글 맵스와도 깊숙이 연결돼서 페이지를 떠나지 않고도 회의 일정을 잡거나 유튜브 영상의 특정 부분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구글은 앞으로 몇 달 안에 제미니에 에이전틱 브라우징 기능을 얹을 예정이다. 미용실 예약이나 주간 장보기 같은 복잡한 일을 자동으로 처리하게 된다. 크롬 주소창에 ‘AI 모드’도 추가했다. 복잡한 질문을 던지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보안도 강화했다. 온디바이스 제미니 나노(Gemini Nano) 모델로 가짜 바이러스 경고나 피싱 사기를 실시간으로 잡아낸다. 데이터 유출로 비밀번호가 노출되면 클릭 한 번으로 새 비밀번호를 만들어 저장해주는 기능도 추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엣지(Edge) 브라우저에 코파일럿(Copilot) AI를 계속 추가하고 있다. 브레이브(Brave) 브라우저는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레오(Leo) AI를 통합했다. 레오는 사용자 데이터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모든 탭과 소통하며 기사 요약과 이메일 초안 작성을 돕는다.

AI 브라우저 시장이 이렇게 뜨거워진 건 브라우저가 여전히 인터넷의 관문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검색하고 쇼핑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을 좌우하는 강력한 도구다. 미국 법무부는 반독점 소송에서 구글에 크롬 매각을 명령하려 했지만, 미국 지방법원 판사는 생성형 AI로 경쟁 구도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구글의 크롬 보유를 허용했다. 다만 경쟁사와 일부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했다.

하지만 AI 브라우저가 대중화될지는 미지수다. 대부분 오픈소스인 크로니엄(Chromium) 기반이고, 웹 브라우징 에이전트는 간단한 일은 잘하지만 복잡한 작업에선 아직 부족하다. 오페라의 크리스티안 콜론드라 브라우저 부사장은 “브라우저 전쟁이 시작됐다”며 “브라우저는 지금 애플리케이션의 운영체제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오픈AI의 아틀라스가 30억 명 넘게 쓰는 구글 크롬에 실질적 타격을 줄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오픈AI가 8억 명 이상의 챗GPT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고, AI 에이전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브라우저 시장 판도가 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 샘 올트먼 CEO는 “아틀라스는 단순한 브라우저가 아니라 웹과 대화하는 AI 브라우저”라며 “한 질문, 한 답변 원칙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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