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한국에 GPU 26만장 공급…삼성·SK·현대차·네이버와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가 한국 정부 및 주요 대기업들과 총 26만장의 최신 GPU를 공급하는 대규모 협력에 나선다. 이번 협력은 한국을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로 육성하고,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엔비디아의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평가된다.

Jensen HuangNvidia in APEC 2025 - 와우테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31일 경주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에 최신 블랙웰(Blackwell) GPU를 포함한 26만장의 GPU를 공급하는 내용의 대규모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AI 3대 강국’ 전략과 맞물려 국가 차원의 AI 주권 확보를 위한 핵심 인프라 투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협력에 따라 한국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를 통해 5만장의 GPU를 확보해 국가AI컴퓨팅센터와 NHN클라우드, 카카오, 네이버클라우드 등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에 배치한다. 민간 부문에서는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이 각각 5만장씩, 네이버클라우드가 6만장의 GPU를 확보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5만장의 GPU를 활용해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엔비디아의 옴니버스(Omniverse) 플랫폼을 통해 반도체 제조 공정의 디지털 트윈을 구현한다. 또한 엔비디아 코스모스(Cosmos)와 아이작(Isaac) 로봇 플랫폼을 활용해 차세대 가정용 로봇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엔비디아와 함께 변화를 주도하고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SK그룹은 5만장 이상의 GPU를 기반으로 반도체 연구개발과 클라우드 인프라 혁신을 위한 AI 팩토리를 구축한다. 특히 SK텔레콤은 엔비디아 RTX PRO 6000 블랙웰 서버 에디션 GPU를 활용해 국내 제조업체들이 디지털 트윈과 로보틱스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도록 산업용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 및 한국 정부와 함께 약 30억 달러(약 4조3000억원)를 공동 투자해 피지컬 AI 생태계를 구축한다. 5만장의 블랙웰 GPU를 탑재한 AI 팩토리를 통해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로보틱스 분야의 대규모 AI 모델을 훈련시킬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엔비디아와의 협력 강화가 AI 기반 모빌리티와 스마트 팩토리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도약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6만장 이상의 GPU를 확보해 국내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용 및 피지컬 AI 워크로드를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한다. 네이버는 자체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중심으로 검색, 번역, 업무 자동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상용화하고 있으며, 이번 GPU 확보로 학습 속도와 모델 효율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엔비디아와 함께 ‘소버린 AI 기반 모델’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LG AI연구원, 네이버클라우드, NC AI, SK텔레콤, 업스테이지 등이 참여해 엔비디아의 오픈 모델인 네모(NeMo)와 네모트론(Nemotron)을 활용한 한국형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개발한다. 이들은 음성 추론 기능을 갖춘 AI 에이전트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연세대학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함께 지능형 기지국(AI-RAN) 기술 공동연구 및 실증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AI-RAN은 통신과 컴퓨팅을 결합해 피지컬 AI의 성능 한계를 극복하고 배터리 소모를 혁신적으로 줄이는 차세대 6G 기술이다.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도 협력이 이뤄진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엔비디아와 함께 양자컴퓨팅 연구를 위한 우수연구센터(Center of Excellence)를 설립하고,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 ‘한강’과 하이브리드 양자컴퓨팅 환경을 구축한다. KISTI는 엔비디아의 CUDA-Q 플랫폼과 새로운 NVQLink 아키텍처를 활용해 양자 오류 수정과 하이브리드 애플리케이션 개발 연구를 심화할 예정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AI가 단순한 혁신을 넘어 미래 산업의 기반이 된 지금 한국이 변혁의 문턱에 서 있다며, 엔비디아와 함께 국가 AI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한국의 제조 역량 등 강점을 더욱 강화하는 투자라고 밝혔다.

25 APEC Summit Korea Jensen HuangNvidia - 와우테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한국의 기술과 제조 분야 리더십이 AI 산업 혁명의 중심에 있다며, 물리적 공장이 세계를 놀라게 한 것처럼 이제 한국은 인텔리전스를 새로운 수출품으로 생산해 글로벌 변혁을 이끌 수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계약이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 시장 진출에 제약을 받은 엔비디아에 도움이 될 것이며, 한국 대기업은 AI 모델 학습과 운영에 필요한 GPU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NVIDIA 인셉션(Inception)’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도 강화한다. SK텔레콤 등 엔비디아 클라우드 파트너들의 AI 컴퓨팅 인프라와 함께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KIP), SBVA 등 벤처캐피털 연합의 지원을 받는 새로운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를 구축한다.

인셉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스타트업들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GPU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으며,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와 전문 기술 지원을 받아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 또한 엔비디아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엔업(N-Up) AI 스타트업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차세대 AI 기업 육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으로 한국 내 AI 연산 자원은 기존 6만5000개에서 30만개 이상으로 4.5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엔비디아와 한국의 이번 협력은 단순한 GPU 공급을 넘어 AI 인프라, 기술 개발, 인재 양성, 스타트업 지원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AI 생태계 구축 프로젝트로, 한국이 글로벌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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