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질환 치료의 새 지평, 재그바이오 8천만 달러 투자 유치


흉선 표적 신약 개발 스타트업 재그바이오(Zag Bio)가 시리즈 A 라운드를 포함해 총 8천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번 자금 확보로 재그바이오는 제1형 당뇨병 치료제를 필두로 다양한 자가면역질환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zagbio logo rgb - 와우테일

폴라리스 파트너스(Polaris Partners)가 재그바이오를 설립하고 육성했으며, T1D 펀드(T1D Fund)와 함께 시리즈 A 투자를 공동 주도했다. 미션바이오캐피털(Mission BioCapital), 애브비벤처스(AbbVie Ventures), 라이트스피드벤처스(Lightspeed Ventures), 사노피벤처스(Sanofi Ventures), KdT벤처스(KdT Ventures), 리제너론벤처스(Regeneron Ventures), 복서캐피털(Boxer Capital), 피어VC(Pear VC) 등 글로벌 제약 대기업의 벤처캐피털이 대거 참여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재그바이오는 흉선(thymus)을 표적으로 하는 이중기능 항체로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독창적인 방법을 개척하고 있다. 흉선은 면역계의 중추 관용(central tolerance)을 담당하는 핵심 기관이지만, 그동안 약물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영역으로 간주됐다. 재그바이오 기술의 핵심은 자가항원(self-antigens)을 흉선에 직접 전달해 인체의 자연스러운 면역 학습 시스템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 플랫폼은 항원 특이적 흉선 조절 T세포(thymic regulatory T cells, Tregs)를 늘리는 동시에 항원 특이적 T 이펙터 세포(T effector cells, Teff)는 제거한다. 흉선에서 생성된 조절 T세포는 질병 부위로 이동해 광범위한 보호 효과를 나타낸다. 특히 이 세포들은 후성유전적으로 안정적이고 오래 지속돼 장기적인 면역 재설정(immune reset)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임 CEO로 임명된 제이슨 콜(Jason F. Cole)은 “흉선은 중추 면역 관용(central immune tolerance)에서 핵심 역할을 하지만 지금껏 어떤 약물도 접근하지 못했다”며 “재그바이오의 혁신 기술로 제1형 당뇨병을 시작으로 더 많은 자가면역질환 환자와 가족에게 새로운 희망을 드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재그바이오의 주력 후보물질 ZAG-101은 췌장 베타세포 항원을 흉선으로 운반하는 이중기능 항체(bifunctional antibody)로, 제1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이 약물은 베타세포를 파괴로부터 보호하고 췌장의 인슐린 생산 능력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재그바이오는 제1형 당뇨병 신규 진단 환자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ZAG-101을 개발하고 있으며, 면역 관용(immune tolerance) 회복과 자가면역 예방을 목표로 한다. 전임상 단계를 마친 ZAG-101은 2026년 말 임상시험 돌입을 위한 IND 준비 연구에 착수했다.

재그바이오의 기술은 공동 창업자인 하버드 의대 면역생물학과 다이앤 매티스(Diane Mathis) 교수의 연구에서 출발했다. 매티스 교수 연구실은 면역 관용 분야에서 선구적인 성과를 쌓아왔다. 다른 공동 창업자로는 최고과학책임자 존 컬먼(John Kulman) 박사, 자가면역질환 분야 베테랑인 조 비니(Jo Viney) 박사, 폴라리스 파트너스 파트너이자 연쇄 창업가인 앨런 크레인(Alan Crane)이 있다.

재그바이오의 탄생 과정도 흥미롭다. 컬먼 박사가 메인주 휴가지에서 해먹에 누워 흉선의 면역세포 교육 메커니즘에 관한 논문을 읽다가 큰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는 곧바로 전 상사인 비니 박사와 폴라리스의 크레인에게 연락했고, “우리가 해보면 어떨까”라는 제안이 재그바이오로 이어졌다.

공동 창업자 겸 회장인 크레인은 “재그바이오 팀의 놀라운 진전과 이번 투자로 주력 프로그램을 빠르게 임상에 진입시킬 수 있게 됐다”며 “재그바이오는 흉선 표적 치료제라는 전례 없는 길을 개척하며, 수백만 자가면역질환 환자를 도울 혁신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콜 CEO는 20년 넘게 바이오테크 업계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최근에는 살리오젠 테라퓨틱스(SalioGen Therapeutics) CEO, 블루버드 바이오(bluebird bio) 최고전략재무책임자 및 최고사업책임자를 역임했다.

재그바이오의 접근법은 최근 노벨상을 받은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s, Tregs) 연구와 맥을 같이한다.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1995년 조절 T세포를 발견한 일본 과학자 시몬 사카구치(Shimon Sakaguchi) 박사를 포함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현재 200개 이상의 임상시험에서 조절 T세포를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 시판된 치료제는 없다.

이번 투자금은 제1형 당뇨병 발병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키는 관용 유도 치료제로 주력 프로그램을 임상에 진입시키는 데 쓰인다. 또한 다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발굴 프로그램도 가속화할 계획이다. 재그바이오의 독자 기술은 흉선 표적 자가항원을 모듈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어 추가 파이프라인 개발이 수월하다.

재그바이오는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흉선 생물학과 자가면역질환, 혁신 약물 개발 분야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했다.

벤처 스튜디오 모델, 바이오 업계 새 트렌드로

재그바이오를 육성한 폴라리스 파트너스는 1996년 설립된 벤처캐피털로, 헬스케어와 바이오테크에 특화된 투자사다. 보스턴, 뉴욕,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10개 펀드를 통해 50억 달러 이상을 운용 중이다. 폴라리스는 단순히 자금만 대는 전통적 VC와 달리, 직접 회사를 설립하고 초기 단계부터 집중 육성하는 ‘벤처 스튜디오’ 또는 ‘인큐베이션’ 전략을 구사한다.

이 같은 모델은 최근 바이오 업계에서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Flagship Pioneering) 모더나(Moderna)를 포함해 25개 이상의 바이오테크를 자체적으로 창업하고 키운 것으로 유명하다. 플래그십은 자체 연구소에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경험 많은 경영진을 투입해 회사를 세우는 방식으로 거의 모든 회사를 처음부터 만들어낸다.

써드락 벤처스(Third Rock Ventures) 역시 2007년 설립 이후 60개 이상의 바이오테크에 38억 달러를 투자하며, 세이지 테라퓨틱스(Sage Therapeutics), 에디타스 메디신(Editas Medicine) 같은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써드락은 매년 3개 안팎의 신규 바이오테크를 직접 창업하며, 첫 시리즈 A 투자금도 직접 집행한다.

아틀라스 벤처스(Atlas Ventures) 역시 최근 들어 인큐베이션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벤처 스튜디오는 과학자, 전직 C레벨 임원, 약물 개발 전문가 등 다학제 팀을 갖추고, 유망한 과학 기술을 발굴해 회사로 키워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바이오 벤처 스튜디오 모델은 높은 위험도와 긴 개발 기간이라는 바이오 산업 특성상 초기부터 전문 경영진과 자원을 집중 투입해 성공 확률을 높인다”며 “특히 대학 연구실의 혁신 기술을 상업화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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