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C/시드] 대학 중퇴하고 창업한 ‘노보플로우’, 의료 AI로 310만 달러 투자유치


카네기멜론대와 에모리대를 다니던 10대 두 명이 학교를 그만두고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Y 컴비네이터에 합격한 이들은 의료 클리닉의 전화 업무를 AI로 대체하는 아이디어 하나로 310만 달러 투자를 끌어냈다.

Novoflow co founders - 와우테일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 노보플로우(Novoflow)는 병원 접수 업무를 자동화하는 AI 리셉셔니스트를 만드는 회사다. Y 컴비네이터 2025년 봄 배치(X25)를 통해 시드 투자를 확보한 이 회사는 조르주 카사소비치(Georges Casassovici)와 마티유 리헤(Mathieu Rihet)가 올해 초 공동 창업했다.

두 사람은 특별한 이력이 있다. 2년간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의료 통역사로 일하며 의료 현장의 소통 문제를 몸소 겪었다. 근무시간이 끝난 밤에도 병원 접수 직원들이 언어가 통하지 않는 환자 때문에 통역사를 급히 부르는 일이 잦았다. 그 시간 동안 진료는 밀렸고, 병원은 돈을 잃었다. 이들은 여기서 기회를 발견했다. 음성 AI와 전자건강기록(EHR) 시스템을 연결하면 미국 10만 개 이상 클리닉이 안고 있는 낡은 시스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겠다고 봤다.

노보플로우의 AI는 병원 전화를 24시간 받는다. 25개 언어로 환자와 대화하며, Epic·Athena·Medent 같은 주요 EHR은 물론 1990년대 HL7 표준을 쓰는 구형 시스템과도 바로 연결된다. 예약 생성부터 변경, 취소까지 직접 처리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접수 직원을 추가로 뽑지 않아도 월 최대 5만 달러 수익 손실을 막을 수 있다.

미국 의료 시장엔 지금 400개 넘는 EHR 시스템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콜센터 아웃소싱이나 자동응답시스템(IVR), 부분 연동 스케줄러로는 여전히 환자 전화 42%를 놓친다. 독립 병원 기준으로 의사 진료시간 1시간이 빈다면 평균 5만 달러가 날아간다. 노보플로우는 이 낡은 시스템들을 모두 연결하는 ‘범용 다리’를 만들어 예약부터 수납까지 전 과정을 AI로 돌린다.

이 AI는 환자 대부분이 눈치채지 못한다. 실제 AI라는 걸 알아챈 환자는 2%뿐이었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다 필요하면 멈춰서 확인하고, 복잡한 상황엔 직원에게 연결한다. 보험 확인과 환자 의도 파악도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처방전 리필이나 취소된 예약 복구까지 알아서 한다.

카사소비치는 카네기멜론대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학교 대신 창업을 택했다. 5년 넘게 음성 AI 분야에서 일한 엔지니어다. 리헤는 에모리대 장학생이었지만 역시 학교를 그만뒀다. 2년 이상 헬스케어 경험을 쌓은 뒤다. 두 사람은 병원에 직접 찾아가 일주일 안에 시스템을 깔아주고, 병원당 월 4만 달러 이상 절감을 약속한다.

노보플로우는 벌써 여러 병원과 복수년 계약을 맺었다. Y 컴비네이터 어드바이저와 주요 투자자들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준다. 폭증하는 수요에 맞춰 빠르게 규모를 키우는 중이지만, 이번 분기엔 단 3곳만 추가로 받는다. 품질 관리 때문이다. 병원들은 첫 3개월 만에 놓쳤던 전화를 잡아내고, 당일 취소 50~80%를 다시 예약 잡으며, 야근을 줄여 투자금 대비 5~10배 성과를 낸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HIPAA 규정도 완벽히 지킨다. 환자 개인정보는 전송 중에도, 저장 중에도 암호화된다. 역할별 접근 통제에 전체 과정 기록까지 남기고, 제3자 보안 점검도 정기적으로 받는다. 도입은 영업일 기준 1~5일이면 끝난다. 전화 흐름 맞추고, 화면 익히고, 일부 회선에서 테스트 돌린 뒤 바로 가동한다. 병원 IT팀은 손댈 일이 없다.

X25 배치, 헬스케어 AI에 베팅하다

Y 컴비네이터 첫 봄 배치인 X25는 자율 행동하는 ‘에이전틱 AI’ 스타트업이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CB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체 70여 개 에이전틱 AI 스타트업 중 19%가 헬스케어·금융 같은 규제 업종을 공략한다. 노보플로우 외에도 눈에 띄는 헬스케어 AI들이 여럿 배출됐다.

이지스(Aegis)는 보험 거부 건에 대한 이의신청을 자동화한다. 카네기멜론대 친구 3명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미국 의료 제공자들은 매년 2,600억 달러어치 청구가 거부당하고, 이를 되찾으려 200억 달러를 또 쓴다. 이의신청 성공률은 50% 넘는데 정작 거부 건의 15%만 이의신청을 낸다. 이지스는 거부 건을 자동으로 찾아내고, AI로 맞춤 이의신청서를 만들어 보험사에 직접 제출한다. 이의신청 비용을 80% 줄이고, 걸리는 시간도 2시간에서 2분으로 줄인다.

트라페즈(Trapeze)는 ‘AI 네이티브 Zocdoc’을 표방한다. 미국 환자 88%는 아직도 전화로 병원 예약을 잡는다. 트라페즈는 AI 음성 에이전트로 24시간 전화를 받고 예약을 관리한다. 3개월 만에 전국 140명 이상 의사를 확보했고, 100만 명 넘는 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케일리오(Kaelio)는 병원 경영진을 위한 AI 코파일럿이다. 대형 병원은 EHR·재무·조달·인력 같은 시스템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제대로 못 쓴다. 각 시스템이 따로 놀고, 정리도 안 돼 있어서다. 케일리오는 이 데이터를 모두 연결하고 정리한 뒤, 의사결정권자가 일상 언어로 질문하면 즉시 답을 준다. “지난달 계약직 인건비가 얼마였지?” 같은 질문에 바로 답한다. 문제가 커지기 전에 미리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Y 컴비네이터는 올해부터 연 4회(겨울·봄·여름·가을) 배치를 운영한다. X25가 첫 봄 배치다. AI 변화 속도가 워낙 빨라 더 자주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각 스타트업은 표준 조건으로 50만 달러를 받고, YC는 7% 지분을 가져간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2025년 평균 460만 달러 시드를 유치한다. 개발 기간이 길고 자본이 많이 드는 업종 특성상 다른 분야보다 투자 규모가 크다. 노보플로우가 받은 310만 달러는 캘리포니아 시드 중위값 320만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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