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스테이블코인·프라임 브로커리지로 5억 달러 투자 유치…기업가치 400억 달러


블록체인 기반 결제 플랫폼 리플(Ripple)이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 그룹(Fortress Investment Group)과 시타델 시큐리티즈(Citadel Securities) 주도로 5억 달러(약 7,000억 원) 규모의 대형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리플의 기업가치는 400억 달러에 달하며, 월가의 주요 금융기관들이 암호화폐 인프라 기업에 본격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 됐다.

Ripple logo - 와우테일

투자 라운드에는 포트리스와 시타델 시큐리티즈 외에도 판테라 캐피털(Pantera Capital), 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 브레반 하워드(Brevan Howard), 마샬 웨이스(Marshall Wace) 등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했다. 리플은 올해 초 같은 밸류에이션으로 진행한 1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제안에 이어 이번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는 최근 몇 년간 발행 주식의 25% 이상을 환매하며 초기 투자자와 임직원에게 유동성을 제공해왔다.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CEO는 “이번 투자는 리플의 성장 모멘텀과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금융기관들이 우리가 추구하는 시장 기회를 인정한다는 의미”라며 “2012년 결제라는 하나의 사업으로 시작한 리플은 이제 보관, 스테이블코인, 프라임 브로커리지, 기업 자금관리 등으로 확장하며 XRP와 같은 디지털 자산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플은 올해 역대 최고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플랫폼을 통한 거래액이 950억 달러를 넘어섰고, 지난해 12월 출시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RLUSD는 1년도 안 돼 시가총액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RLUSD는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중 10위에 올랐으며, 올해 들어서만 1,278%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기관투자자들의 높은 채택률을 보여줬다.

리플의 프라임 브로커리지 사업 진출도 주목할 만하다. 회사는 지난 4월 프라임 브로커리지 히든 로드(Hidden Road)를 12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하고 리플 프라임(Ripple Prime)으로 재출범시켰다. 히든 로드는 외환, 디지털 자산, 파생상품, 스왑, 채권 등에서 청산과 프라임 브로커리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연간 3조 달러 이상의 거래를 처리하며 300개 이상의 기관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인수 발표 이후 고객 담보가 2배 증가했고 일평균 거래량은 6,000만 건을 넘어섰으며 사업 규모는 3배로 확대됐다. 리플 프라임은 현재 XRP를 담보로 한 대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XRP 기반 상품을 거래하는 기관투자자 기반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리플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4년여 법적 분쟁을 마무리한 이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SEC는 2020년 리플이 XRP 토큰 판매를 통해 미등록 증권을 제공했다고 제소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정책 기조로 전환하면서 지난 8월 양측은 상호 항소를 취하하고 소송을 종결했다. 리플은 1억 2,500만 달러의 벌금 중 5,000만 달러만 납부하고 나머지는 환급받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암호화폐를 전략적 국가 과제로 삼으며 규제 환경이 급격히 개선된 것도 이번 투자 유치에 주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첫 연방 규제 프레임워크에 서명했다. SEC 위원장에는 암호화폐 산업 옹호자인 폴 앳킨스(Paul Atkins)가 임명되면서 업계에 우호적인 정책 기조가 자리 잡았다.

리플은 지난 2년간 공격적인 M&A 전략을 펼쳐왔다. 히든 로드 외에도 스테이블코인 결제 업체 레일(Rail)을 2억 달러에, 기업 자금관리 솔루션 업체 지트레저리(GTreasury)를 10억 달러에, 지갑 인프라 스타트업 팰리세이드(Palisade)를 인수하며 결제, 보관,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수직 계열화했다. 회사는 전 세계에서 75개 이상의 규제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어 중개기관 없이 기업 간 자금 이동이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모니카 롱(Monica Long) 리플 사장은 “업계 전체가 스테이블코인 결제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핵심 전략과 일치한다”며 “결제 사업만으로도 분기 대비 고객 수가 2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리플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에 접근하려는 기관투자자들의 인프라 파트너 역할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 분석가들은 켄 그리핀(Ken Griffin)이 이끄는 시타델 시큐리티즈와 포트리스 같은 월스트리트 금융기관들이 암호화폐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이 업계의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한다.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의 통합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리플은 이번 투자금으로 보관 서비스, 스테이블코인, 프라임 브로커리지 분야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RLUSD는 리플 프라임에서 담보로 활용되고 있으며, 월드 센트럴 키친(World Central Kitchen), 워터닷오알지(Water.org) 등 글로벌 비영리단체들도 국경 간 인도적 지원 송금에 RLUSD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RLUSD를 전통 시장과 디지털 자산 시장 간 교차 담보를 가능하게 하는 첫 스테이블코인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XRP는 올해 약 9% 상승했다. 코인게코(CoinGecko)에 따르면 RLUSD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8억 1,970만 달러, XRP 렉저에 2억 300만 달러가 발행되어 있으며, 일일 거래량은 1억 7,400만 달러에 달한다. 리플은 RLUSD가 페이팔 USD, 다이(Dai)와 비슷한 수준의 거래량을 기록하며 빠르게 시장 입지를 다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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