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프레젠테이션 플랫폼 ‘감마’, 21억 달러 가치에 6800만 달러 투자 유치


AI 프레젠테이션 플랫폼 감마(Gamma)가 시리즈B에서 6800만 달러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가 투자를 주도했고 액셀(Accel), 언코크 캐피탈(Uncork Capital) 등이 함께했다. 회사 가치는 21억 달러로 매겨졌다.

gamma logo - 와우테일

감마는 2020년 말 문을 열어 2022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파워포인트를 대체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로 출발한 이 스타트업은 지금까지 전 세계 7000만 명이 쓰고 있으며, 연간 반복 매출(ARR)로 1억 달러를 넘겼다.

창업자 그랜트 리(Grant Lee) CEO는 스탠퍼드대에서 생체역학공학 학사와 기계공학 석사를 마쳤다. 투자은행과 컨설팅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옵티마이즐리(Optimizely) CFO와 클리어브레인(ClearBrain) COO를 거쳤다. 2020년 런던에서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팬데믹이 한창일 때 회사를 차렸다. 주변에서 “지금 왜 창업하냐”며 말렸지만, 수십 년간 슬라이드 작업을 하며 느낀 답답함을 해결하고 싶었다고 한다.

감마의 성장 방식은 여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다르다. 직원 50명으로 이만한 성과를 냈을 뿐 아니라, 2년 넘게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많은 AI 기업들이 과대평가된 가치와 더딘 매출로 고전하는 사이, 감마는 초기 투자금 2300만 달러로 ARR 1억 달러를 찍었다. 리 CEO는 전에 ARR 5000만 달러를 넘겼을 때 은행 잔고가 투자받은 돈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2000만 달러 규모의 세컨더리가 포함됐다. 초기 멤버들과 성공을 나누겠다는 창업자들의 생각이 담겼다. 감마는 설립 후 지금까지 직원이 한 명도 나가지 않았다. 팀워크와 공동의 목표 의식 덕분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감마는 AI로 프레젠테이션, 웹사이트, 인터랙티브 문서를 몇 분 만에 뚝딱 만들어주는 플랫폼이다. 텍스트를 입력하거나 문서를 올리면 AI가 알아서 깔끔한 디자인으로 뽑아낸다. 디자인 감각이 없어도 상관없다. 최신 버전 감마 3.0에는 아이디어나 문서, 링크만 던져주면 완성된 프레젠테이션으로 만들어주는 AI 디자인 에이전트가 들어갔다.

감마는 파워포인트를 밀어내겠다는 목표로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한 기업 고객은 “파워포인트를 완전히 버렸다. 내부 보고서부터 중요한 제안서까지 전부 감마로 만든다. 하루 50개 넘는 브랜드 일관성 있는 자료를 찍어내고 있고, 연간 5만 시간은 아낀다”고 말했다.

프레젠테이션 소프트웨어 시장은 AI 덕분에 판이 바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3년부터 파워포인트에 코파일럿(Copilot) AI를 넣어 프레젠테이션 자동 생성, 디자인 제안, 콘텐츠 요약을 제공한다. 2024년 11월에는 ‘내러티브 빌더(Narrative Builder)’를 추가해 기존 문서를 브랜드 디자인과 발표자 노트, 애니메이션이 달린 멋진 프레젠테이션으로 뚝딱 바꿔준다. 2025년 1월에는 최대 4만 단어나 150장 슬라이드를 요약하는 기능도 내놨다.

구글은 워크스페이스에 제미나이(Gemini)를 붙여 프롬프트나 드라이브 파일로 슬라이드를 만들 수 있게 했다. 캔바(Canva)는 매직 디자인으로 AI 슬라이드 제작을 돕는다. 뷰티풀AI(Beautiful.ai)는 월 12달러부터 쓸 수 있는 스마트 템플릿과 자동 포매팅으로, 특히 브랜드 일관성과 팀 협업이 필요한 기업들이 좋아한다. 톰(Tome)은 프롬프트 하나로 완성된 프레젠테이션을 뽑아내는 AI 네이티브 스토리텔링 플랫폼인데, 월 20달러 프로 플랜으로 제대로 된 AI 기능을 쓸 수 있다.

감마는 경쟁사들과 접근법 자체가 다르다. 기존 도구에 AI를 얹은 게 아니라 처음부터 AI를 깔고 만들었다. 2023년 3월 챗GPT가 나오자마자 제품 전체를 AI 네이티브로 갈아엎었다. 그랬더니 9개월 만에 사용자가 1000만 명이 됐다.

감마의 강점은 속도와 협업이다. 일일이 포매팅할 필요가 없고, 웹 기반이라 공유도 쉽다. 스포티파이, 틱톡, 유튜브 같은 데서 영상이나 미디어를 끌어와 붙일 수 있고, 폼이나 버튼을 더해 인터랙티브하게 만들 수도 있다. 구글 드라이브, 피그마, 인스타그램, 미로 같은 앱과 웹페이지도 박아 넣을 수 있다.

감마 사용자는 전 세계에 고루 퍼져 있다. 노션(Notion)이 초기에 보였던 것과 비슷한 성장세다. 사용자의 80% 이상이 미국 밖에서 온다. 유럽에서는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이 빠르게 늘고 있고,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브라질이, 아시아에서는 한국, 일본, 대만이 주요 시장으로 떠올랐다.

앞으로 감마는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늘리고, 교육 부문과 손잡고, 완전한 크리에이티브 스위트로 키울 계획이다. 리 CEO는 “기술이 엄청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는 겨우 표면을 긁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물론 쉽지만은 않다.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의 까다로운 요구사항도 맞춰야 하고, 빠르게 성장하면서 품질도 지켜야 한다.

감마 사례는 AI 생산성 도구가 이제 단순한 데모를 넘어 진짜 비즈니스 문제를 푸는 단계에 왔다는 걸 보여준다. 적은 인원으로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돈도 버는 이 모델은 돈만 쓰는 다른 AI 스타트업들한테 새로운 기준이 됐다. 프레젠테이션의 미래는 이제 더 빠르고, 더 똑똑하고,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쪽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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