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제조 부품 조달 ‘지가’, 1,200만 달러 투자 유치


AI로 맞춤 부품 제조를 자동화하는 지가(Jiga)가 1,200만 달러(약 1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알레프(Aleph)가 이번 라운드를 주도했고, 시드 라운드에 투자한 심볼(Symbol)과 Y콤비네이터(Y Combinator)가 함께했다.

jiga cofounders - 와우테일

지가는 하드웨어 기업이 필요한 맞춤 부품을 제조업체에서 빠르게 조달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엔지니어가 부품 도면을 올리면 AI가 자동으로 적합한 제조사를 연결하고, 견적부터 품질 관리까지 전 과정을 관리한다. 기존에는 여러 제조사에 이메일을 보내고 답을 기다리며 몇 주를 허비했지만, 지가를 쓰면 몇 시간 만에 해결된다.

같은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AI 에이전트를 3시간 만에 배포하는데, 기계 엔지니어는 로봇 부품 견적 하나 받는 데 3주를 기다린다. 소프트웨어는 AI 속도로 발전하는데 하드웨어 제조는 여전히 20년 전 방식에 갇혀 있다는 얘기다. 로켓, 위성, 드론을 만드는 첨단 제조 기업들은 맞춤 부품의 80~90%를 외주로 조달하는데, 바로 이 과정이 개발 전체를 지연시키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20년 아다르 헤이(Adar Hay), 요나탄 월로웰스키(Yonatan Wolowelsky), 아사프 게우즈(Assaf Geuz)가 창업한 지가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엔지니어가 도면을 올리면 AI가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대화 내용에서 맥락을 뽑아내며, 문제가 커지기 전에 리스크를 미리 잡아낸다. 모든 문서는 한 곳에 정리되고, 공급업체와 바로 소통할 수 있다. 중요한 결정은 사람이 내리고, 번거로운 행정 업무는 지가가 처리한다. 몇 주 걸리던 일이 몇 시간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데이터는 로보틱스 시장이 2024년 900억 달러에서 2030년 2,06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고, 스페이스 파운데이션은 우주 경제가 2040년까지 2조 달러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이 제조업 부활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하드웨어 조달 속도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전략적 이슈가 됐다.

알레프의 에덴 쇼샤트(Eden Shochat) 파트너는 “하드웨어는 공급망 속도에 갇혀 있다”며 “수십 년간 맞춤 부품 조달은 PDF, 이메일, 엑셀에 묻혀 자동화가 불가능했다. 지가가 드디어 이걸 풀어냈다. 3주 걸리던 게 3시간이면 끝난다”고 말했다.

지가는 NASA와 지멘스를 비롯해 수백 개 항공우주, 방위, 로보틱스 기업이 쓰고 있다. 매달 수천 건의 견적 요청을 처리하며 이미 흑자를 내고 있지만, 몇 주씩 걸리는 조달 사이클을 더는 견딜 수 없다는 고객사들이 늘면서 시리즈A에 나섰다. 헤이 CEO는 수요를 따라잡으려면 빠르면 내년에도 추가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투자금은 생산 역량 확대, AI 기반 품질 관리 시스템 강화, 대기업 고객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쓰인다.

디지털 제조 시장에는 이미 여러 경쟁자가 있다. 제오메트리(Xometry)는 5,000개 이상 파트너 네트워크를 가진 업계 1위로 AI 기반 즉시 견적을 제공한다. 프로토랩스(Protolabs)는 1999년부터 자체 시설로 빠른 시제품 제작을 해왔다. 픽티브(Fictiv) 9,260만 달러를 조달하며 대기업 중심 프리미엄 서비스를 운영한다.

지가의 차별점은 명확하다. 경쟁사들이 중개 플랫폼에 그친다면, 지가는 엔지니어가 실제 제조사와 직접 대화하게 만든다. 플랫폼의 편리함과 공급업체와의 직접 소통을 동시에 얻는 것이다. 항공우주나 방위처럼 긴밀한 협업이 필수인 분야에서는 더욱 큰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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