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디지털 뱅킹 ‘레볼루트’, 750억 달러 가치로 유럽 최고가 비상장 기업 등극


영국 핀테크 레볼루트(Revolut)가 구주 거래를 통해 750억 달러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480억 달러였던 평가액이 67% 뛰면서, 유럽 비상장 기업 중 1위이자 전 세계 10위권 비상장 기업에 올랐다.

Revolut logo - 와우테일

이번 투자 라운드는 코튜(Coatue), 그리노크스(Greenoaks), 드래고니어(Dragoneer), 피델리티(Fidelity Management & Research Company)가 공동 주도했다. 엔비디아 벤처 캐피털 부문 엔벤처스(NVentures),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 T. 로우 프라이스(T. Rowe Price Associates) 같은 굵직한 투자사들도 참여했다. 엔비디아가 합류한 건 레볼루트가 AI 기반 금융 서비스 혁신에 속도를 낸다는 신호다.

레볼루트는 정확한 투자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번 거래에 기존 직원들의 지분 매각 기회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회사는 지금까지 다섯 차례나 직원 주식 매각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비상장 기업 중에서도 손꼽히는 유동성 제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2015년 니콜라이 스토론스키(Nikolay Storonsky)와 블라드 야첸코(Vlad Yatsenko)가 창업한 레볼루트는 다중 통화 계좌에서 암호화폐 거래, 주식 투자, 보험까지 제공하는 종합 금융 앱이다. 현재 전 세계 6500만 명 이상이 쓰고 있고, 기업용 서비스인 레볼루트 비즈니스는 연 매출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실적도 탄탄하다.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72% 늘어난 40억 달러, 세전이익은 149% 급증한 14억 달러를 기록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레볼루트X를 포함한 웰스 부문은 2023년 1억 5800만 달러에서 2024년 6억 4700만 달러로 298% 뛰었다.

글로벌 확장도 거침없다. 올해만 멕시코 은행 인가를 받아 조만간 서비스를 시작하고, 콜롬비아 은행 설립 허가를 따냈으며, 10월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아르헨티나와 남아공 진출도 준비 중이고, 아랍에미리트에선 결제 라이선스 원칙 승인을 받았다. 스토론스키 CEO는 2027년 중반까지 100개국에서 1억 명의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750억 달러 평가액은 영국 바클레이즈,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 독일 도이체방크 같은 전통 은행들보다 높다. 다만 레볼루트는 아직 영국에서 정식 은행 라이선스를 못 받았다. 스토론스키는 영국 은행 라이선스 획득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이게 해결되면 예금 중개와 대출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디지털 뱅킹 시장에서 레볼루트는 압도적이다. 주요 경쟁사인 N26(엔26)은 2021년 9억 달러를 투자받으며 90억 달러 평가를 받았지만 현재는 6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N26은 최근 몇 년간 유럽 외 시장에서 철수하며 고전했다. 와이즈(Wise)는 상장사로 시가총액이 약 110억 달러 수준인데, 송금과 환전 중심의 틈새 전략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레볼루트가 앞서나가는 이유는 종합 금융 슈퍼앱 전략 때문이다. 처음엔 단순 송금 앱이었지만 지금은 은행 계좌부터 암호화폐, 보험까지 다 들어있는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경쟁사들이 한두 가지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게다가 AI 기반 사기 탐지, 개인 맞춤형 재무 조언, 자동화된 고객 지원 같은 기술 투자로 비용은 줄이고 고객 만족도는 높였다.

이번 투자금은 규제 대응 비용과 글로벌 시장 확장 인프라 구축에 쓰일 예정이다. 스토론스키는 “유럽에서 출발해 글로벌 금융 기술 리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어준 팀에게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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