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볼트, 연간 거래액 500억 달러 돌파…기관용 암호화폐 보관 시장 주목


기업용 디지털 자산 관리 플랫폼 프라임볼트(PrimeVault)가 연간 거래액 500억 달러를 넘어서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신호다.

primevault 50b - 와우테일

프라임볼트는 2022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라샨트 우파디야이(Prashant Upadhyay), 탄마이 차우다리(Tanmay Chaudhari), 비벡 쿠마르(Vivek Kumar)가 설립했다. 세 창업자는 모두 HR·재무 자동화 기업 리플링(Rippling)에서 초기 팀을 이끌며 회사가 110억 달러 가치로 성장하는 과정을 경험했다.

프라임볼트가 하는 일은 간단하다. 기업들이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일반 은행이 현금을 맡아 관리하듯, 프라임볼트는 기업의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를 보관하고 관리한다. 여기에 더해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거나, 자동으로 거래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프라임볼트의 차별점은 기술에 있다. 기존 암호화폐 보관 서비스는 단순히 ‘금고’에 넣어두는 역할만 했다. 하지만 프라임볼트는 보관하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암호화폐를 예치해두면 이자가 붙는 스테이킹이나, 탈중앙화 금융 시장에서 자동으로 거래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핵심 기술은 다자간 계산(MPC)과 스마트 컨트랙트를 결합한 것이다. 쉽게 말해, 여러 당사자가 함께 암호키를 나눠 관리하면서도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거래가 실행되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매도하거나, 특정 날짜가 되면 직원들에게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식의 작업을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다.

우파디야이 대표는 과거 인터뷰에서 “전통 금융에서는 자산을 맡기면 중개기관을 신뢰해야 하지만, 암호화폐는 다르다”며 “프라임볼트는 처음부터 대규모 기업이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암호화폐를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프라임볼트는 크게 네 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첫째,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커스터디 서비스다. 여러 보안 장치를 통해 해킹 위험을 최소화한다. 둘째, 중앙화 거래소와 탈중앙화 거래소 모두에서 거래할 수 있는 통합 거래 시스템이다. 셋째, 기업이 직접 토큰을 발행하고 직원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기능이다. 넷째, 보유 자산을 한눈에 보고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대시보드다.

보안도 철저하다. 프라임볼트는 여러 계층의 보안 장치를 갖췄다. 하드웨어 수준에서 민감한 정보를 격리하고,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보안 설정을 조정할 수 있다. 의심스러운 거래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경고하고 차단한다. 2023년에는 SOC2 인증을 획득하며 보안, 개인정보 보호 등에서 최고 수준을 인정받았다.

프라임볼트는 2022년 7월 Y콤비네이터(Y Combinator)로부터 50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공개된 투자 유치 내역은 이것이 전부지만, 애링턴 캐피탈(Arrington Capital), 해시키(HashKey), 코지텐트 벤처스(Cogitent Ventures), 알케미(Alchemy), G-20 그룹 등이 투자자 또는 파트너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간 거래액 500억 달러 규모를 처리하는 것을 감안하면, 비공개 투자나 자체 수익을 통한 성장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프라임볼트가 경쟁하는 기관용 암호화폐 보관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주요 경쟁사로는 파이어블록스(Fireblocks), 비트고(BitGo), 코퍼(Copper), 앵커리지 디지털(Anchorage Digital) 등이 있다.

이 중 파이어블록스가 가장 크다. 2022년 1월 5억5000만 달러를 투자받으며 기업가치 8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800개 이상의 기관 고객을 보유했으며, 2조 달러 이상의 암호화폐 거래를 처리했다. 비트고는 2013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베테랑으로 700개 이상의 암호화폐를 지원한다. 코퍼는 헤지펀드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40개 이상의 거래소에 연결하면서도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기능이 강점이다.

프라임볼트는 자동화에 집중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수동 작업에 의존하는 반면, 프라임볼트는 처음부터 자동화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는 것이 강조점이다.

프라임볼트의 주요 고객은 마켓메이커, 벤처캐피털, 암호화폐 거래소, 결제 업체, 토큰 재단 등이다. 회사는 2023년 9월 베타 버전을 출시한 이후 꾸준히 고객을 확대했다. 2024년에는 래딕스 네트워크 지원을 추가하며 여러 블록체인을 지원하는 범위를 넓혔다. 서클(Circle)의 파트너 네트워크에도 등록돼 있으며, 메시(Mesh) API와 연동해 사용자들이 거래소 계정을 직접 연결할 수 있게 했다.

한국, 규제는 있지만 법인 투자는 여전히 제한적

한국에서는 2024년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며 암호화폐 시장이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다. 이 법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고객 자산 분리 보관을 의무화하고, 불공정 거래를 처벌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여전히 큰 제약이 있다. 한국에서는 법인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다. 개인만 투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용 암호화폐 보관 서비스 시장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자유롭게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국내 5대 금융그룹은 모두 암호화폐 보관 시장에 진출했다. KB국민은행은 해시드, 해치랩스와 함께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설립했다. 신한은행은 코빗, 페어스퀘어랩과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을 만들었다. 우리은행은 디커스터디, 하나은행은 비트고 코리아, 농협은행은 카르도에 각각 투자했다. KDAC은 2024년 카르도와 합병하며 규모를 키웠고, 최근 프리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법인 투자가 막혀 있어 시장 성장이 더디다는 평가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미국 기업 탐방 보고서에서 “법인 투자 제한이 국내 암호화폐 보관 업계 발전을 더디게 만들었다”며 “법인이 자유롭게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어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에 법인의 단계적인 가상자산 시장 참여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디지털 자산 시장이 성숙해지고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라임볼트가 연간 거래액 500억 달러를 달성한 것은 기관급 디지털 자산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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