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미지 생성 ‘블랙포레스트랩스’, 3억 달러 투자유치… 창업 16개월 만에 유니콘 등극


AI 이미지 생성의 핵심 기술 ‘스테이블 디퓨전’을 만든 연구진이 독립해 세운 블랙포레스트랩스(Black Forest Labs)가 3억 달러(약 4,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32억 5,000만 달러(약 4조 5,000억 원)로 평가받았다. 창업 16개월 만의 성과다.

black forest labs logo - 와우테일

세일즈포스 벤처스(Salesforce Ventures)와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의 제너럴 파트너 안제이 미다(Anjney Midha)가 이번 라운드를 공동으로 이끌었다. 기존 투자사인 엔비디아(NVIDIA), 노스존(Northzone), 크레안덤(Creandum), 얼리버드 VC(Earlybird VC), 제너럴 카탈리스트(General Catalyst)가 다시 참여했고,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과 베인캐피탈 벤처스(Bain Capital Ventures)가 새로 합류했다. 디자인 플랫폼 캔바(Canva) 피그마(Figma)도 전략적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비공개로 진행된 시리즈A까지 합치면 누적 투자금은 4억 5,000만 달러를 넘어선다.

블랙포레스트랩스의 창업 스토리는 AI 업계에서 꽤 유명하다. 로빈 롬바흐(Robin Rombach) CEO를 비롯한 창업진은 독일 뮌헨대에서 함께 연구하며 2022년 AI 이미지 생성의 판도를 바꾼 ‘잠재 확산 모델’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스태빌리티 AI(Stability AI)에서 스테이블 디퓨전을 만들어 전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다. 허깅페이스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텍스트-이미지 모델 10개 중 9개가 스테이블 디퓨전 기반일 정도다.

하지만 2024년 초 롬바흐를 포함한 핵심 연구진이 스태빌리티 AI를 떠났다. 같은 해 8월, 이들은 독일 남부 프라이부르크에 블랙포레스트랩스를 세우고 3,100만 달러 시드 투자를 받으며 등장했다. 회사 이름은 본사가 위치한 ‘검은 숲(Black Forest)’ 지역에서 따왔다. 투자 유치를 위해 찾아오는 VC들에게 숲 산책을 권할 정도로 이 지역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고 한다.

출시와 동시에 공개한 FLUX 모델은 곧바로 주목받았다.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xAI의 챗봇 ‘그록’에 이미지 생성 엔진으로 탑재되면서 단숨에 이름을 알렸다. 현재 어도비(Adobe), 캔바, 메타(Meta),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 굵직한 기업들이 FLUX를 자사 서비스에 통합해 쓰고 있다. 허깅페이스 텍스트-이미지 부문 다운로드 1위 자리도 꿰찼다.

최근에는 한 단계 진화한 FLUX.2를 내놓았다. 320억 개 파라미터 규모의 이 모델은 단순히 예쁜 그림을 그리는 수준을 넘어선다. 미스트랄(Mistral)의 비전-언어 모델을 결합해 물리 법칙이나 공간 관계를 이해하고, 조명이나 원근감이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회사가 ‘시각 지능’이라 부르는 개념이다. 최대 10장의 참조 이미지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광고나 제품 촬영처럼 일관된 캐릭터나 브랜드 이미지가 필요한 실무에 강점을 보인다. 엔비디아와 협력해 일반 게이밍 GPU에서도 돌아가도록 최적화한 점도 눈에 띈다.

롬바흐 CEO는 “시각 AI가 단순한 이미지 생성을 넘어 진정한 이해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AI 이미지 생성 시장은 뜨겁다.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024년 87억 달러에서 2030년 608억 달러로, 연평균 38% 넘게 성장할 전망이다. 경쟁도 치열하다. 미드저니(Midjourney)는 외부 투자 한 푼 없이 디스코드 커뮤니티 2,100만 명을 모으고 연 매출 2억 달러 이상을 올리는 독특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픈AI(OpenAI)는 올해 GPT-4o에 이미지 생성 기능을 통합해 DALL-E의 영역을 확장했고, 구글도 2024년 이미젠 3(Imagen 3)를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스테이블 디퓨전의 본가인 스태빌리티 AI는 다소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창업자가 물러나고 핵심 인력이 대거 이탈한 데다, 수익은 연산 비용을 감당하기 빠듯한 상황이다. 반면 구글 브레인 출신이 세운 캐나다 스타트업 아이디오그램(Ideogram)은 이미지 속 텍스트를 정확히 그려내는 기술로 주목받으며 8,000만 달러 시리즈A를 유치했다. 리크래프트(Recraft)는 주요 벤치마크에서 DALL-E와 미드저니를 제치며 3,000만 달러 시리즈B를 따냈다.

블랙포레스트랩스가 이 경쟁에서 내세우는 무기는 ‘오픈소스’와 ‘엔터프라이즈’의 양날 전략이다. 핵심 모델을 공개해 개발자 생태계를 키우면서, 기업 고객에게는 맞춤형 상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도비, 캔바, 메타 같은 대형 플랫폼이 자체 개발 대신 블랙포레스트랩스 기술을 도입하는 것도 이런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유럽에서 탄생한 AI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 빅테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래서 블랙포레스트랩스를 향한 유럽 테크 업계의 기대도 크다. 검은 숲에서 시작한 이 팀이 글로벌 AI 이미지 시장의 판도를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