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쓰로픽에 기업 시장 1위 뺏긴 ‘오픈AI’, 스라이브·액센츄어와 파트너십으로 반격


오픈AI(OpenAI)가 기업용 AI 시장 공략에 전력을 쏟고 있다. 12월 1일(현지시간) 오픈AI는 핵심 투자사 스라이브 캐피탈(Thrive Capital)이 올해 설립한 스라이브 홀딩스(Thrive Holdings) 지분을 취득하고, 글로벌 컨설팅 대기업 액센츄어(Accenture)와 대규모 협력을 동시에 발표했다.

Anthropic OpenAI - 와우테일

두 건의 파트너십이 같은 날 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 기업용 AI 시장에서 앤쓰로픽(Anthropic)에 밀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스라이브 홀딩스는 실리콘밸리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AI 롤업(roll-up)’ 전략의 대표 주자다. AI 롤업이란 회계·법률·콜센터처럼 전통적인 서비스 기업들을 인수한 뒤 AI를 도입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저마진 서비스 사업을 고마진 테크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전략이다. 제너럴 캐탈리스트(General Catalyst)가 80억 달러 펀드 중 15억 달러를 이 전략에 배정하며 콜센터, 부동산 관리, 회계 등 10개 업종에서 롤업을 추진 중이고, 코슬라 벤처스(Khosla Ventures)도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라이브 캐피탈은 올해 4월 스라이브 홀딩스를 설립하며 초기 10억 달러를 투입했다. 이미 회계 플랫폼 크리트 프로페셔널스 얼라이언스(Crete Professionals Alliance)와 IT 서비스 기업 쉴드 테크놀로지 파트너스(Shield Technology Partners)를 인수했다. 특히 크리트는 향후 2년간 5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회계법인들을 추가 인수할 계획이며, 오픈AI 기술로 감사 업무를 자동화해 월 수백 시간의 작업 시간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라이브 캐피탈은 오픈AI의 핵심 투자사로, 2023년 270억 달러 밸류에이션 시절 처음 투자했고 이후 1,570억 달러 가치로 66억 달러 투자를 주도한 바 있다.

이번 거래는 단순 투자가 아니다. 오픈AI가 연구·제품·엔지니어링 팀을 스라이브 홀딩스 포트폴리오 기업들에 직접 파견해 AI 도입을 돕고, 이 기업들이 성장하면 오픈AI 지분 가치도 함께 올라가는 구조다. 오픈AI 측은 “현금을 투자하는 게 아니라 인력과 기술을 제공하는 대가로 지분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슈아 쿠슈너(Joshua Kushner) 스라이브 캐피탈 창업자 겸 CEO는 “과거에는 기술이 산업을 밖에서 안으로 바꿨다면, 이제는 안에서 밖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현장 전문가들이 AI를 도구로 활용해 자기 분야를 직접 재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거래가 이른바 ‘순환 거래(circular deal)’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오픈AI에 투자한 VC가 만든 회사에 오픈AI가 다시 지분을 갖는 셈이니, 자본이 폐쇄 회로처럼 돌고 도는 모양새다. 오픈AI는 최근 코어위브(CoreWeave)에 3억 5,00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코어위브는 이 돈으로 엔비디아 칩을 사고 그 칩이 다시 오픈AI에 컴퓨팅 파워를 제공한다. AMD와도 수십억 달러 규모 칩 계약을 맺으며 AMD 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이런 상호 의존적 거래 구조에 대해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AI 붐이 실제 시장 수요가 아닌 서로 물고 물리는 거래로 부풀려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AI 롤업 전략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포춘(Fortune) 기고문에서 한 AI 기업 CEO는 “저마진 서비스 기업에 AI를 입힌다고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는 건 아니다. 운영 효율 개선과 비즈니스 모델 전환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영국 경쟁시장청(CMA)도 이런 파트너십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라이브 홀딩스 측은 “시장에 실제로 충족되지 않은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라며 순환 거래 비판에 반박했다.

브래드 라이트캡(Brad Lightcap) 오픈AI COO는 “최첨단 AI 연구가 조직 전체에 빠르게 적용될 때 무엇이 가능한지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픈AI는 액센츄어와도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액센츄어는 직원 수만 명에게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배포하며, 4만 개 라이선스를 도입한다. 오픈AI 인증 프로그램 교육 인원으로는 단일 기업 최대 규모다.

줄리 스위트(Julie Sweet) 액센츄어 회장 겸 CEO는 “오픈AI의 혁신 기술과 액센츄어의 산업 전문성을 결합해 고객사의 AI 전환을 가속하겠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금융, 헬스케어, 리테일 등에서 AI 워크플로우를 구축하는 ‘플래그십 AI 프로그램’도 함께 시작한다. 액센츄어는 오픈AI의 에이전트킷(AgentKit)을 활용해 고객사가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설계·배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피지 시모(Fidji Simo) 오픈AI 애플리케이션 CEO는 “액센츄어는 새로운 시대의 기술을 기업에 도입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파트너십 의의를 강조했다.

이번 공세의 배경에는 기업 시장 점유율 하락이 있다. 멘로 벤처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앤쓰로픽이 기업용 LLM 시장 점유율 32%로 1위, 오픈AI는 25%로 2위로 밀렸다. 2년 전만 해도 오픈AI 50%, 앤쓰로픽 12%였던 걸 생각하면 완전히 뒤집힌 셈이다. 특히 코딩 분야에서 앤쓰로픽 점유율은 42%로 오픈AI(21%)의 두 배다.

앤쓰로픽도 컨설팅 업계 공략에 적극적이다. 지난 10월 딜로이트(Deloitte)와 47만 명 규모의 역대 최대 기업 배포 계약을 맺었고, 코그니전트(Cognizant)와도 35만 명 규모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IBM과의 전략적 제휴로 기업 소프트웨어 개발 시장에도 진출했다.

구조적 차이도 있다. 오픈AI 매출의 70%는 개인 소비자에서 나오고, 앤쓰로픽은 85%가 기업 고객이다. 오픈AI가 기업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려면 이번 파트너십들이 실제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순환 거래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픈AI가 최정예 인력을 현장에 직접 투입하는 전략이 통할지, 앞으로 몇 분기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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