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데이터를 AI 연료로…이온, 40억 달러 가치에 3억 달러 투자유치


기업이 쌓아둔 백업 데이터를 AI가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바꿔주는 스타트업 이온(Eon)이 3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개인 투자자 엘라드 길(Elad Gil)이 길 캐피탈(Gil Capital)을 통해 이번 라운드를 이끌었다.

Founders Eon - 와우테일

창업 2년 만에 누적 투자금 5억 달러, 기업가치 40억 달러를 달성했다. 직전 라운드 대비 기업가치가 3배 뛰었다. 시쿼이아 캐피탈(Sequoia Capital),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Lightspeed Venture Partners), 그린오크스(Greenoaks), 본드(BOND) 등 기존 투자자들이 재참여했고, 어피니티(Affinity)와 바인 벤처스(Vine Ventures)가 새로 합류했다.

이온 창업팀은 클라우드 백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다. 공동창업자 오피르 에를리히(Ofir Ehrlich) CEO, 고넨 슈타인(Gonen Stein) 사장, 론 킴키(Ron Kimchi) CTO는 2014년 재해복구 스타트업 클라우드엔듀어(CloudEndure)를 함께 창업했다. 이 회사는 2019년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약 2억 달러에 인수됐고, 이들은 AWS에서 일래스틱 디재스터 리커버리(Elastic Disaster Recovery)와 애플리케이션 마이그레이션 서비스를 1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사업으로 키워냈다. 에를리히 CEO는 이스라엘 방위군의 엘리트 연구 프로그램 ‘아람(Aram)’ 1기 출신으로, 이온이 네 번째 창업이다.

AI 시대에 기업들이 직면한 역설이 있다. 데이터가 곧 경쟁력이라지만, 정작 기업 데이터의 상당 부분은 레거시 백업 스토리지에 묻혀 있다. 검색도 안 되고, 쿼리도 못 날리는 ‘블랙박스’ 상태다. 복구하려면 전체 스냅샷을 통째로 복원해야 하고, 그마저도 하루 이상 걸린다. 이온은 이 문제를 정조준했다.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icrosoft Azure),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 등 멀티클라우드 환경에 흩어진 백업 데이터를 검색과 쿼리가 가능한 라이브 데이터 레이크로 바꿔, AI 학습과 분석에 곧바로 쓸 수 있게 한다.

에를리히 CEO는 “고객들이 풀어야 할 과제는 두 가지”라며 “하나는 데이터를 효율적이고 규정에 맞게 저장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묵혀둔 데이터 금광을 AI와 비즈니스 전략의 연료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핀테크 기업 소파이(SoFi)의 CJ 키피(CJ Keefe) 기업 인프라 담당 디렉터는 이온 도입 효과를 이렇게 전했다. “예전에는 중요한 데이터에 접근하려면 티켓 발행하고, 수동으로 스냅샷 만들고, 하루 종일 기다려야 했다. 지금은 셀프서비스로 바로 접근 가능하고, 데이터 준비 시간이 90% 넘게 줄었다.”

이온의 핵심 기술은 ‘클라우드 백업 포스처 관리(CBPM)’라는 개념이다. 기존 백업 솔루션들이 수동 태깅과 분류를 요구하는 반면, 이온은 클라우드 리소스를 자동으로 스캔하고 분류한다. 프로덕션인지 개발환경인지, 개인정보(PII)나 건강정보(PHI)가 포함됐는지를 알아서 파악해 적절한 백업 정책을 적용한다. 이온 스냅샷은 글로벌 검색이 가능하고, 데이터베이스 백업에 SQL 쿼리를 바로 날릴 수 있다. 백업 비용도 30~50% 절감된다.

이번 투자를 이끈 엘라드 길은 에어비앤비(Airbnb), 코인베이스(Coinbase), 스트라이프(Stripe), 피그마(Figma) 등에 일찍 투자해 40개 이상의 유니콘을 발굴한 인물이다. 퍼플렉시티(Perplexity), 캐릭터AI(Character.AI), 하비(Harvey) 등 생성형 AI 스타트업에도 초기부터 베팅해온 AI 투자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데이터는 모든 기업 대차대조표에서 가장 가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자산”이라며 “기업의 성패는 데이터를 접근하고 분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에 달려 있는데, 이온은 그걸 새로운 방식으로 가능하게 만든다”고 투자 이유를 밝혔다.

엔터프라이즈 백업 시장의 기존 강자들도 백업 데이터를 AI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56억 달러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루브릭(Rubrik)은 ‘아나푸르나(Annapurna)’라는 생성형 AI용 API 서비스를 선보였다. 백업 데이터를 아마존 베드록(Amazon Bedrock)이나 애저 오픈AI(Azure OpenAI) 같은 대형 언어모델에 안전하게 연결해 RAG(검색증강생성)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게 해준다. 베리타스(Veritas) 데이터 보호 사업부를 인수해 약 7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 코히시티(Cohesity)는 엔비디아 AI와 협력해 개발한 ‘가이아(Gaia)’를 통해 온프레미스 백업 데이터에서 AI 인사이트를 추출하는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빔(Veeam)은 앤트로픽이 개발한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지원해 AI 모델이 빔 저장소의 기업 데이터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들 기존 업체가 보안과 위협 탐지에 무게를 두는 반면, 이온은 백업 데이터를 처음부터 AI 학습용 데이터 레이크로 전환하는 데 특화했다는 점에서 접근법이 다르다. 기존 스냅샷 기반 백업의 한계를 우회해 새로운 저장 계층을 만들어내는 전략이다. 2024년 1월 창업 후 불과 2년 만에 40억 달러 기업가치를 달성한 것은 클라우드 인프라 분야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로 꼽힌다.이온은 이번 투자금을 R&D 가속화와 글로벌 인력 확충, 미국 시장 확대에 쓸 계획이다.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와의 파트너십도 강화한다. 지난 11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 패브릭(Microsoft Fabric) 및 원레이크(OneLake)와의 통합을 발표해 기업들이 데이터베이스 백업을 분석 엔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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