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컨벤셔널 AI, 창업 2달 만에 45억 달러 가치에 4.7억 달러 시드 투자유치


데이터브릭스(Databricks) AI 총괄 출신 나빈 라오(Naveen Rao)가 이끄는 AI 하드웨어 스타트업 언컨벤셔널 AI(Unconventional AI)가 창립 2개월 만에 4억 7,500만 달러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45억 달러다.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와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Lightspeed Venture Partners)가 공동으로 투자를 주도했고, 룩스 캐피털(Lux Capital), DCVC, 데이터브릭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 등이 참여했다. 라오 본인도 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Unconventional AI cofounders - 와우테일

이번 투자는 최종 목표인 10억 달러 규모 펀딩의 첫 단계다. 라오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여러 아키텍처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면서 추가 자본 조달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언컨벤셔널 AI는 생물학적 뇌의 에너지 효율성을 본뜬 차세대 AI 컴퓨터를 만들고 있다. 지금의 AI 시스템은 어마어마한 전력을 쓰지만, 인간의 뇌는 고작 20와트로 복잡한 계산을 해낸다. 라오는 더 레지스터 인터뷰에서 “AI는 하드웨어와 떼려야 뗄 수 없고, 하드웨어는 전력과 뗄 수 없다”며 “에너지 문제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추론을 늘릴 수가 없다. 앞으로 10년 안에 그만큼의 에너지를 더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뉴로모픽 컴퓨팅과 아날로그 컴퓨팅을 결합한 방식을 탐구 중이다. 라오는 “자연의 학습 시스템은 숫자를 쓰지 않았다. 학습 역학을 시뮬레이션하지도 않았다. 그저 어떤 기판이든 그 물리적 특성을 활용해 학습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우리는 실리콘에서 그런 방식을 재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회사가 개발 중인 건 실리콘 기반 아날로그 칩이지만, 구체적인 기술 솔루션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라오는 “회로의 비선형 역학이 핵심인데, 이건 본질적으로 아날로그적”이라며 “‘디지털’ 장치라고 해도 모든 장치는 사실 아날로그다. 우리는 그저 회로들이 디지털로 작동하게끔 설계할 뿐인데, 그러면서 회로가 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대부분 지워버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창업팀 구성도 눈길을 끈다. 라오는 너바나 시스템즈(Nervana Systems)와 모자익ML(MosaicML)을 창업해 각각 인텔과 데이터브릭스에 매각한 연쇄 창업가다. 너바나는 2016년 인텔에 3억 5,000만 달러에, 모자익ML은 2023년 데이터브릭스에 13억 달러에 인수됐다. 라오는 스탠퍼드에서 신경과학 박사를, 브라운대에서 전기공학 학위를 받았고, 인텔에서 AI 제품 그룹 부사장을 지냈다.

공동 창업자로는 MIT의 마이클 카빈(Michael Carbin), 스탠퍼드의 사라 아슈어(Sara Achour), 구글·퀄컴·인텔에서 수십 년간 아날로그 회로 설계 경험을 쌓은 미란 리(MeeLan Lee)가 합류했다. 카빈과 아슈어는 아날로그 장치, 양자 시스템, 뉴로모픽 아키텍처 등 새로운 컴퓨팅 기판 프로그래밍 분야의 선도적 연구자다.

언컨벤셔널 AI는 칩만이 아니라 그 위에서 돌아갈 AI 모델까지 함께 개발할 계획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설계하면 프로세서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회사의 공식 소개 페이지에 따르면 “생물학에서 영감을 받아 궁극적으로 생물학적 규모의 효율성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라이트스피드 투자자들은 “목표는 생물학적 수준의 에너지 효율”이라며 “지능에 맞는 올바른 동형사상을 찾아내면, 기존 아키텍처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한 효율성 향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인 공고를 보면 언컨벤셔널 AI는 현재 실리콘 대비 1,000배 더 효율적인 AI 가속기를 만들려 한다. 시스템온칩(SoC) 설계를 기반으로 중앙 처리 장치, 선형 대수 연산에 특화된 회로, 제3자 지적재산권 기반 모듈 등을 담을 예정이다. RRAM 같은 신흥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도 활용한다.

AI 하드웨어 시장에서 에너지 효율성은 갈수록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되고 있다. 지금의 GPU 중심 AI 인프라는 어마어마한 전력을 먹어치우는데, 2026년까지 AI 전력 소비가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인텔의 로이히2(Loihi 2) 뉴로모픽 칩은 10억 개 이상의 뉴런을 시뮬레이션하고, IBM의 노스폴(NorthPole) 칩은 기존 컴퓨팅 아키텍처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로 여러 작업을 해낸다.

하지만 뉴로모픽 컴퓨팅은 아직 주류로 자리잡지 못했다. 수십 년간 연구했지만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은 손에 꼽을 정도고, 인간 뇌의 성능과 효율성에는 한참 못 미친다. 라오는 “어떤 건 되기 전까진 안 된다. 신경망도 2000년대 중반까지 관심 밖이었다”며 “컴퓨팅 파워가 늘어나면서 달라졌다”고 말했다.

시장엔 에너지 효율적인 AI 칩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여럿 있다. 아라고(Arago)는 올해 7월 포토닉 AI 가속기 개발로 2,600만 달러를 조달했고, 인챠지 AI(EnCharge AI)는 아날로그 인메모리 컴퓨팅 칩으로 2월 1억 달러 시리즈B를 받았다.

라오는 9월 데이터브릭스를 떠난 직후 X에서 언컨벤셔널 AI를 처음 공개하며 “지능을 위한 새로운 기판”을 만들겠다고 했다. 2개월 만에 45억 달러 밸류로 이만큼 큰 투자를 받은 건 라오의 입증된 실적과 AI 에너지 효율성이란 시급한 과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다.

라오는 데이터브릭스에서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던 자리를 왜 떠났냐는 질문에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AI 워크로드가 비슷비슷해 특화 컴퓨팅에 적합하고, 스케일링 법칙에 기대는 지금 방식은 에너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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