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클라우드’, 우주에서 첫 AI 모델 학습 성공…우주 데이터센터 경쟁 본격화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본사를 둔 스타클라우드(Starcloud)가 우주에서 처음으로 AI 모델 학습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제미나(Gemma) 모델과 OpenAI 창립 멤버인 안드레이 카파시가 개발한 나노GPT(NanoGPT)를 엔비디아 H100 칩으로 훈련시켰다.

starcloud team - 와우테일

스타클라우드는 2024년 초 루멘 오빗(Lumen Orbit)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지만 상표권 문제로 사명을 바꿨다. Y컴비네이터 2024년 여름 배치를 졸업한 이 스타트업은 지난해 12월 1,100만 달러를 조달한 데 이어 올해 2월 추가로 1,000만 달러를 확보해 총 2,100만 달러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로는 NFX, Y컴비네이터, FUSE, 소마 캐피털(Soma Capital)과 안드레센 호로위츠, 세쿼이아의 스카우트 펀드가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CIA 투자 기관인 인큐텔(In-Q-Tel)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기도 했다.

CEO 필립 존스턴(Philip Johnston)은 맥킨지에서 국가 우주기관의 위성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연쇄 창업가다. 하버드대에서 국가안보 및 기술 분야 석사를, 와튼스쿨에서 MBA를, 컬럼비아대에서 응용수학 및 이론물리학 석사를 받았다. CTO 에즈라 페일든(Ezra Feilden)은 에어버스 디펜스 앤 스페이스(SSTL)와 옥스포드 스페이스 시스템즈 출신으로 NASA 루나 패스파인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수석 엔지니어 아디 올테안(Adi Oltean)은 스페이스X에서 스타링크 네트워크 팀의 핵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며 스타십을 포함한 이동 중 사용자를 위한 스타링크 기술을 개발했다.

60kg 위성에 H100 칩 탑재…기존보다 100배 강력한 연산 능력

스타클라우드-1 위성은 무게 60kg의 소형 냉장고 크기다.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올해 11월 지구 저궤도에 진입했으며, 데이터센터급 GPU가 우주에서 작동한 첫 사례다. 이 위성은 기존 우주 기반 작업보다 100배 강력한 GPU 연산 능력을 제공한다.

존스턴 CEO는 “제미나는 파라미터 밀도가 높은 강력한 모델로 우리 위성에 탑재돼 있다”며 “쿼리를 보내면 지구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채팅을 조회하는 것처럼 정교한 응답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트리스 워켄틴 제품 이사는 “제미나가 우주의 가혹한 환경에서 실행되는 걸 보니 오픈 모델의 유연성과 견고함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스타클라우드는 위성 영상 관측 기업 카펠라 스페이스(Capella Space)와 협력해 실제 고객 워크로드를 처리하고 있다. SAR(합성개구레이더) 위성 영상에 대한 추론을 실행해 전복된 선박의 구명정이나 산불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작업이다. 2026년 10월 발사 예정인 차기 위성에는 여러 대의 H100 칩과 엔비디아 블랙웰 플랫폼을 탑재해 더 강력한 AI 성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 발사될 위성에는 클라우드 인프라 스타트업 크루소(Crusoe)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실행하는 모듈이 포함된다. 크루소는 지난 10월 스타클라우드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2027년 초까지 우주에서 제한적인 GPU 용량을 제공해 고객들이 우주에서 직접 AI 워크로드를 배포하고 운영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주에서 우주로”…지상 통신 병목 피하는 전략

하지만 우주 데이터센터에는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아무리 전력이 풍부해도 결국 사용자는 지구에 있는데, 우주와 지상 간 데이터 전송 비용과 레이턴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스타클라우드의 답은 명확하다. 지상 사용자를 위한 실시간 서비스가 아니라 우주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우주에서 바로 처리하는 것이다. 카펠라 스페이스가 좋은 예다. SAR 위성은 초당 10GB에 달하는 방대한 이미지 데이터를 생성한다. 이걸 전부 지구로 전송하는 대신, 궤도상에서 AI 추론을 실행해 “북위 37도 지점에서 구명정 감지” 같은 결과만 지상으로 보내는 것이다. 원본 데이터를 다운링크하는 것보다 수백 배 효율적이다.

대규모 AI 모델 학습도 마찬가지다. 수백 개의 GPU를 수주일간 돌려 모델을 학습시킨 뒤 최종 결과만 지상으로 전송하면 된다. 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중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필요가 없다. 존스턴 CEO는 “지상 데이터센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우주에서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우리가 우주에서 하는 이유는 순전히 지상의 에너지 제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우주 데이터센터는 ChatGPT처럼 밀리초 단위 응답이 필요한 실시간 서비스보다는, 위성 데이터 처리나 대규모 모델 학습 같은 배치 작업에 특화될 가능성이 크다.

24시간 태양광과 진공 냉각…에너지 비용 10분의 1

그렇다면 우주 데이터센터가 배치 작업에 특화된다 해도 경제성이 있을까. 스타클라우드는 에너지 비용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상 데이터센터는 전력망에 부담을 주고 연간 수십억 갤런의 물을 소비하며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30년까지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존스턴 CEO는 스타클라우드의 우주 데이터센터가 지상 데이터센터보다 에너지 비용이 10배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에서는 거의 무제한의 저비용 재생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우주에서는 24시간 태양광을 받을 수 있어 배터리가 필요 없고, 진공 상태를 무한한 방열판으로 활용해 냉각수도 필요 없다. 지구의 데이터센터들이 증발탑을 통한 담수 냉각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우주 데이터센터는 적외선 복사를 통해 폐열을 우주로 방출할 수 있어 상당한 수자원을 보존할 수 있다.

스타클라우드는 폭 4km, 높이 4km의 대형 태양광 및 냉각 패널을 갖춘 5기가와트 규모의 우주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회사 백서에 따르면 이 규모의 컴퓨팅 클러스터는 미국 최대 발전소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면서도 같은 용량의 지상 태양광 발전소보다 훨씬 작고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존스턴 CEO는 “10년 후에는 거의 모든 신규 데이터센터가 우주에 건설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스페이스X도 뛰어든 우주 데이터센터 경쟁

우주를 향하고 있는 건 스타클라우드만이 아니다. 구글은 11월 초 프로젝트 선캐처(Project Suncatcher)를 발표하며 2027년 초까지 플래닛 랩스(Planet Labs)와 협력해 2대의 시험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PU 칩을 탑재한 위성들을 자유공간 광통신으로 연결해 81개 위성으로 구성된 1km 반경의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위성들끼리는 레이저로 초고속 통신을 하고, 지상과는 필요한 데이터만 주고받는 방식이다. 스타클라우드도 이와 유사한 위성 간 클러스터 구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의 문샷 중 하나는 언젠가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두어 태양 에너지를 더 잘 활용하는 것”이라며 “태양은 오늘날 지구 전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100조 배 많은 에너지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도 11월 스페이스X(SpaceX)가 우주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차세대 스타링크 위성을 활용해 5년 내에 가장 저렴한 AI 컴퓨팅 옵션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제프 베조스도 지난달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을 통해 10년 이상 후에는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가 우주에 구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 NTT, 라몬스페이스(Ramon.Space), 소피아 스페이스(Sophia Space) 등도 우주 데이터센터 배치를 계획 중이다.

발사 비용·방사선·우주 쓰레기…넘어야 할 산들

우주 데이터센터의 비전은 화려하지만 현실화까지는 여러 장애물이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발사 비용이다. 구글의 프로젝트 선캐처 논문은 2035년까지 발사 비용이 kg당 200달러 이하로 떨어져야 경제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발사 비용은 kg당 1,500~2,900달러 수준이다. 스타클라우드의 5기가와트 데이터센터는 GPU를 위해 약 100회, 태양광 패널과 방열판 어레이를 위해 추가로 100회의 발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의 방사선 환경도 큰 도전 과제다. 고에너지 입자가 메모리와 트랜지스터를 손상시켜 연산 오류와 하드웨어 열화를 일으킬 수 있다. 진공 상태에서의 열 관리도 어렵다. 공기가 없어 복사를 통해서만 열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H100 GPU는 상당한 열을 발생시키므로 정밀한 열 패널 설계가 필수적이다.

궤도 혼잡도 심각한 문제다. 우려된 과학자 연합(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에 따르면 현재 7,500개 이상의 활성 위성이 궤도에 있으며, 대규모 위성군 배치는 다른 위성들과의 충돌 위험을 증가시킨다. 천문학자들은 이미 스타링크 같은 대규모 위성군이 망원경 이미지에 밝은 흔적을 남겨 희미한 천체 관측을 방해한다고 경고해왔다. 국제천문연맹(IAU)은 위성 밝기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존스턴 CEO는 낙관적이다. “우주에서 고급 AI를 실행하는 것은 지구 데이터센터가 직면한 중요한 병목현상을 해결한다”며 “우주 데이터센터는 기술적 야망과 환경적 책임을 모두 존중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스타클라우드-1이 내려다본 것은 푸른색과 녹색의 세상이었다. 이제 그 세상의 미래를 위한 인프라를 우주에 구축하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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