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출력 위성 버스 ‘K2 스페이스’, 30억 달러 가치에 2.5억 달러 투자 유치


캘리포니아 토랜스에 본사를 둔 K2 스페이스(K2 Space)가 시리즈C 라운드에서 2억5,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로 K2 스페이스의 기업가치는 30억 달러로 평가됐다. 레드포인트(Redpoint)가 주도한 이번 라운드에는 T. Rowe Price, 헤도소피아(Hedosophia), 알티미터(Altimeter), 라이트스피드(Lightspeed), 알파인 스페이스 벤처스(Alpine Space Ventures) 등이 참여했다. 회사는 이번 투자로 누적 투자금 4억5,000만 달러를 확보하게 됐으며, 지난 2월에는 1억1,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B를 유치한 바 있다.

K2 Space FLIGHT - 와우테일

K2 스페이스는 2022년 카란 쿤주르(Karan Kunjur) 닐 쿤주르(Neel Kunjur) 형제가 공동 창업했다. CEO인 카란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10년간 기업 회생과 인수합병을 담당했으며, 이후 AI 스타트업 텍스트IQ(Text IQ)의 부사장을 역임했다. CTO인 닐은 스페이스X에서 약 6년간 드래곤 우주선의 항전 시스템 개발을 담당했고, 드래곤 미션의 미션 디렉터로 활동했다. 두 사람은 스페이스X에서 익힌 빠른 반복 개발 방식을 바탕으로 위성 산업에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다.

K2가 만드는 것은 위성 자체가 아니라 ‘위성 버스(satellite bus)’다. 위성 버스는 위성의 뼈대이자 플랫폼으로, 전력 공급, 자세 제어, 추진, 통신, 열 관리 같은 기본 기능을 담당하는 표준화된 구조물이다. 여기에 고객이 원하는 탑재체(payload)를 올려 완성된 위성이 된다. 통신 안테나, 카메라, 레이더 같은 탑재체가 위성의 임무를 수행하는 부분이라면, 위성 버스는 이를 지원하는 인프라인 셈이다. K2는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스페이스X 같은 발사 사업자의 로켓에 실려 우주로 올라간다.

기존 위성 시장은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뉜다. 전통 방산기업들이 만드는 대형 위성은 통상 1억~2억 달러를 호가하며, 제작에 3~5년이 걸린다. 반대편에는 큐브샛(CubeSat)으로 대표되는 소형 위성이 있다. 이들은 수만~수십만 달러로 저렴하지만, 전력과 탑재 용량이 제한적이다. 중간 규모 위성 버스도 1,000만~3,000만 달러 수준이지만 역시 전력 출력이 낮다.

K2의 메가급 위성 버스는 이 틈새를 정확히 겨냥한다. 가격은 1,500만 달러로 기존 대형 위성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성능은 오히려 더 높다. 3미터×3미터 크기의 탑재체 공간에 1톤의 탑재 용량, 그리고 20킬로와트의 전력을 제공한다. 이는 같은 가격대 위성 버스보다 10배 많은 전력이다. 카란 쿤주르는 “1,500만 달러에 우리가 약속하는 성능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그래비타스 미션으로 이 약속을 증명으로 바꾸려 한다”고 강조했다.

비결은 수직 통합과 대량 생산이다. K2는 위성 부품의 75%를 자체 제작한다. 반응 휠(reaction wheel), 비행 컴퓨터, 태양광 패널 같은 핵심 부품을 직접 만들면서 비용을 대폭 낮췄다. 또한 한 번의 발사에 메가급 위성 10기를 동시에 실을 수 있도록 설계해 발사 비용도 분산시켰다. 기존 대형 위성이 주문 제작 방식이라면, K2는 표준화된 플랫폼을 대량 생산해 자동차 산업처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전략이다.

K2 스페이스의 전략은 업계 흐름과 정반대 방향이다. 지난 10년간 위성 업계는 소형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데 집중해왔다. 하지만 K2는 스페이스X의 스타십(Starship), 블루 오리진의 뉴 글렌(New Glenn) 같은 초대형 발사체가 등장하면서 발사 비용이 대폭 낮아진 상황에 주목했다. 대형 위성을 쏘아 올리는 비용이 낮아지면서, 이제는 오히려 더 크고 강력한 위성을 만드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판단이다. 카란 쿤주르는 “지난 10년간 더 저렴해지는 유일한 방법은 소형화였다. 하지만 스타십 같은 새로운 발사 능력을 통해 정반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K2는 저궤도(LEO), 중궤도(MEO), 정지궤도(GEO) 등 모든 궤도에서 작동할 수 있는 단일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에는 각 궤도별로 특화된 위성을 따로 설계했지만, K2는 하나의 위성 플랫폼으로 모든 궤도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이는 높은 전력 생산 능력과 방사선에 강한 항전 시스템, 대형 태양광 패널 등을 자체 개발한 덕분에 가능해졌다. CTO 닐 쿤주르는 “우리 위성은 현재 존재하는 대형이든 소형이든 어떤 위성과도 매우 다르다. 부품을 다시 살펴보고 많은 자체 개발을 통해 질량과 비용을 새로운 방식으로 절충하는 신기술을 설계해야 했다”고 말했다.

2026년 3월, K2 스페이스는 ‘그래비타스(Gravitas)’라는 이름의 첫 번째 메가급(Mega Class)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 미션은 K2가 개발한 완전 통합 플랫폼의 첫 비행이 될 뿐만 아니라, 업계 최초로 여러 기술을 실증하는 자리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20킬로와트급 홀 효과 추진기(Hall-effect thruster)의 우주 점화로, 이는 지금까지 비행한 것보다 약 4배 강력한 수준이다. 또한 각각 10킬로와트를 생산하는 쌍둥이 태양광 패널을 전개하고, 방사선에 강한 항전 시스템과 고전압 전력 시스템을 결합해 시험한다. 이런 조합은 보통 여러 미션에 걸쳐 검증하는데, K2는 한 번에 모두 검증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메가급 위성은 팰컨9, 벌칸(Vulcan), 아리안6(Ariane 6) 같은 현재의 주력 로켓에 탑재되도록 설계됐으며, 같은 급의 다른 위성보다 약 10배 많은 전력을 제공한다. 한 대의 팰컨9에 메가급 위성 10대를 동시에 실을 수 있고, 스타십이라면 40대까지 가능하다. 그래비타스 미션은 중궤도의 고방사선 환경에서 플랫폼의 작동 능력을 실증하고, 저궤도에서 중궤도로 올라가는 전기 추진 궤도 상승을 최초로 수행한다. 이 미션에는 국가안보와 상업용 탑재체가 혼합 탑재돼 다양한 우주 활용 분야를 실증할 예정이다.

K2 스페이스는 캘리포니아 토랜스에 약 1만6,700제곱미터 규모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시설은 연간 100기의 고출력 위성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그래비타스 발사 이후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미 상업 및 미국 정부 고객들과 5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확보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위성통신 사업자인 SES는 K2와 협력해 차세대 중궤도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SES는 이미 O3b mPOWER라는 중궤도 위성망을 운영하고 있으며, K2의 고출력 위성 플랫폼이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6~2027년에 걸쳐 여러 차례 발사가 예정돼 있으며, 2028년부터 상업 및 국가안보 위성군의 실전 배치가 시작된다.

K2의 전략 책임자인 존 플럼(John Plumb) 박사는 “K2는 우주 산업 기반에 완전히 새로운 것을 가져온다. 저비용, 고출력 위성을 빠른 속도와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혁신적인 접근법은 고성능 탑재체로 이뤄진 전체 위성군을 가능하게 한다. K2가 나타나기 전에는 너무 비싸서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카란 쿤주르는 “소형 저전력 플랫폼으로는 첨단 우주 기능을 구현할 수 없지만, 고성능 위성은 대량 배치 용도로는 너무 비쌌다. K2는 바로 이 틈새를 메운다. 우리 위성은 더 높은 궤도에서 증식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전 세계 커버리지를 제공하는 데 더 적은 위성과 더 적은 발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가급 위성으로 생산 기반을 구축한 뒤, K2는 ‘기가(Giga)’라는 더 큰 위성을 공개할 예정이다. 기가급 위성은 스타십과 뉴 글렌 같은 초대형 로켓 전용으로 설계되며, 위성당 약 100킬로와트의 전력을 제공한다. 이는 신흥 초대형 발사 능력과 더 강력한 증식형 위성군을 요구하는 미 국방부의 수요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100킬로와트급 전력이 가능해지면, 이전에는 공상과학에서나 가능했던 미션들이 현실화된다. 궤도상 AI 기반 연산, 행성 전체를 커버하는 초고처리량 네트워크, 양자통신 중계, 우주 상황 인식, 대량 생산된 거대 망원경으로 태양계 너머까지 과학적 탐사를 확장하는 것 등이 가능해진다.

K2 스페이스는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보잉(Boeing),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 L3해리스(L3Harris) 같은 전통 방산 대기업들과 경쟁하는 동시에, 스페이스X, 에어버스 디펜스 앤 스페이스(Airbus Defence and Space),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Thales Alenia Space) 같은 위성 제조사들과도 맞붙는다. 전통 방산기업들은 수십 년간 대형 위성 시장을 장악해왔지만, 제작 기간이 길고 비용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K2는 스페이스X 출신 엔지니어들이 주축이 되어 빠른 반복 개발과 수직 통합 방식으로 비용과 일정을 대폭 단축하는 전략을 취한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글로벌 위성 시장은 2030년까지 359억5,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며, 특히 저궤도와 중궤도 위성 시장은 통신, 지구 관측, 국가안보 용도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알티미터 캐피털의 에릭 크리스만(Erik Kriessmann) 파트너는 “우리는 우주 슈퍼사이클의 시작점에 있다. 새로운 발사체들과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우주 접근성이 전체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K2 스페이스는 이런 패러다임 전환을 활용해 전례 없는 성능을 제공하는 다목적 위성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의 코너 러브(Connor Love) 파트너는 “우주 운영의 요구사항이 진화하면서 위성 제조사들의 역량도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T. Rowe Price의 제이슨 르블랑(Jason Leblang) 투자 분석가는 “그들의 접근법은 점진적이지 않다. 위성 설계를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미션을 지원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K2 스페이스는 2024년 직원 수를 25명에서 90명으로 확대했으며, 올해 초 첫 우주 실증 미션에서 비행 컴퓨터, 마이크로컨트롤러, 모터 컨트롤러, 반응 휠 등을 성공적으로 작동시켰다. 회사가 버스의 상당 부분을 자체 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부품 미션 성공은 그래비타스를 앞두고 기술적 위험을 크게 낮춘 중요한 이정표다. 카란 쿤주르는 “우리의 북극성은 간단하다. 이 플랫폼들을 잘 만들면, 궤도에서 무엇이 가능한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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