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외 조직 표적 RNAi 치료제 개발 ‘세인진바이오’, 1억1000만 달러 투자 유치


임상 단계 RNAi 치료제 개발사인 세인진바이오(SanegeneBio)가 1억1000만 달러(약 157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자금은 임상 단계 신약 후보물질을 허가 임상 단계로 진행시키고, 다양한 치료 분야 파이프라인 개발을 가속화하는 데 쓰인다.

sanegeneBio - 와우테일

시리즈 B 라운드는 저명한 산업 투자자가 주도했다. 국제 국부펀드와 시노바이오팜(Sino Biopharm), 레전드캐피탈(Legend Capital), 비보캐피탈(Vivo Capital), 인버스(Invus), 심비오시스(SymBiosis), 국발캐피탈(Guofa Capital), 트루메드(TruMed), 레이크블루캐피탈(Lake Bleu Capital) 등이 참여했다. 특히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치밍벤처파트너스(Qiming Venture Partners), K2벤처파트너스(K2 Venture Partners), TF캐피탈(TF Capital), 오리자홀딩스(Oriza Holdings), 노던라이트벤처캐피탈(Northern Light Venture Capital) 등 기존 투자자들도 재투자했다.

세인진바이오는 RNAi(RNA 간섭) 기반 치료제를 만드는 회사다. RNAi 치료제는 질병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차단해 문제가 되는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신약이다. 작은 간섭 RNA(siRNA)라는 분자를 환자에게 투여하면, 이 분자가 세포 안에서 타깃 유전자의 mRNA를 찾아 분해시킨다. 마치 유전자 가위처럼 특정 유전자만 정밀하게 ‘끄는’ 셈이다. 이미 FDA는 희귀 신경질환, 급성 간 포르피린증,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을 치료하는 여러 RNAi 치료제를 승인했다.

다만 RNAi 치료제 개발의 가장 큰 난제는 약물 전달이다. siRNA는 분자량이 크고 음전하를 띠며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원하는 조직과 세포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게 어렵다. 기존 RNAi 치료제 대부분은 간을 타겟으로 한다. 간세포 표면에는 ASGPR이라는 수용체가 많아서, GalNAc이라는 당 분자를 siRNA에 붙이면 간으로 자동 배송되기 때문이다. 알닐람, 애로우헤드 등 주요 RNAi 회사들이 이 방식을 쓴다. 문제는 간 이외의 조직(간외 조직)에는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인진바이오의 차별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회사의 핵심 기술인 LEAD(리간드 및 인핸서 보조 전달) 플랫폼은 간이 아닌 다른 조직에 siRNA를 전달하는 기술이다. LEAD 플랫폼은 두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는 ‘리간드(Ligand)’다. 각 조직의 세포 표면에는 고유한 수용체가 있는데, 이 수용체와 결합하는 분자를 siRNA에 붙여 ‘주소 라벨’처럼 작동하게 한다. 지방세포나 근육세포의 특정 수용체를 타겟팅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인핸서(Enhancer)’다. 리간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서, 세포막 통과나 세포 내 엔도솜 탈출을 돕고 siRNA 안정성을 높이는 물질을 추가로 붙인다.

이 기술로 세인진바이오는 지방조직, 근육조직, 면역세포, 중추신경계, 안구 등 간외 조직에 선택적으로 siRNA를 전달할 수 있다. 이는 시장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간 질환은 대부분 희귀질환이라 환자 수가 제한적이다. 반면 비만, 당뇨, 심혈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수억 명의 환자가 있다. 지방조직이나 근육조직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으면 훨씬 큰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회사는 2021년 설립 이후 간과 간외 조직 모두를 타겟으로 하는 독자 플랫폼을 구축했다. 현재 자가면역질환, 심혈관질환, 대사질환, 비만 분야에서 4개의 임상 단계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주요 파이프라인으로는 보체 매개 신장질환 치료제인 SGB-9768(C3 타깃),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인 SGB-3403(PCSK9 타깃), 고혈압 치료제인 SGB-3908(AGT 타깃) 등이 있다.

이번 투자는 지난 11월 일라이 릴리와 체결한 12억 달러 규모의 협력 계약 직후에 이뤄졌다. 일라이 릴리가 세인진바이오에 주목한 이유도 바로 이 간외 조직 전달 기술 때문이다. 일라이 릴리는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를 보유한 대사질환 분야 선두주자인데, RNAi 방식으로 비만이나 대사질환 치료제를 만들려면 지방조직이나 근육조직에 약물을 전달해야 한다.

협력 계약에 따르면 세인진바이오는 LEAD 플랫폼으로 대사질환 타깃에 대한 최적화된 RNAi 분자를 발굴하고, 일라이 릴리는 이를 IND 준비 단계부터 임상개발과 상업화로 이어간다. 세인진바이오는 선급금과 지분 투자를 받고, 최대 12억 달러의 개발·규제·상업화 마일스톤 지급과 단계별 로열티를 받는다. LEAD 플랫폼을 활용하면 1년에 두 차례만 피하 주사로 투여해도 치료 효과가 지속되는 대사질환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웨이민 왕 세인진바이오 창립자 겸 CEO는 “시리즈 B 라운드 마감은 우리 회사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라며 “글로벌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지원은 우리 연구개발 역량과 비전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RNAi 기술의 경계를 계속 넓혀가며 전 세계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왕 박사는 RNAi 치료제 분야에서 30년 가까운 경력을 보유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화학 분야 권위자다. 머크(Merck)에 인수된 서나테라퓨틱스(Sirna Therapeutics),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에 인수된 디세르나제약(Dicerna Pharmaceuticals) 등에서 화학 부문 리더를 역임했다. GalXC와 GalXC-Plus 같은 혁신적인 RNAi 전달 기술의 핵심 발명자이며, 희귀질환 치료제 리브플로자(Rivfloza) 등 여러 RNAi 신약 개발에 기여했다.

RNAi 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선두주자인 알닐람파마슈티컬스(Alnylam Pharmaceuticals)는 여러 승인 제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가총액이 600억 달러에 달한다. 애로우헤드파마슈티컬스(Arrowhead Pharmaceuticals)는 최근 첫 FDA 승인을 받아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시장조사 기관들은 RNAi 치료제 시장이 2024년 18억 달러에서 2033년 33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인진바이오는 간외 조직 전달 기술로 차별화를 꾀한다. 기존 RNAi 치료제 시장이 주로 간 질환 중심의 희귀질환에 집중됐다면, 세인진바이오는 LEAD 플랫폼으로 지방조직과 근육조직에 약물을 전달해 비만과 심혈관질환 같은 대규모 환자군을 겨냥한다. 회사는 보스턴, 상하이, 쑤저우에 연구개발 거점을 두고 있으며, 현재 4개 임상 단계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주요 파이프라인으로는 보체 매개 신장질환 치료제 SGB-9768(C3 타깃),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 SGB-3403(PCSK9 타깃), 고혈압 치료제 SGB-3908(AGT 타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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