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I 바이오 국가전략 발표…신약개발 파이프라인 10배 확대


과학기술정보통信부가 18일 제2차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AI 바이오 국가전략’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전략은 AI 기반의 바이오 연구·산업 대전환을 통해 대한민국을 AI 바이오 글로벌 허브국가로 도약시키기 위한 청사진을 담고 있다.

MSIT minister - 와우테일

바이오 분야는 분자 단위부터 개체 수준까지 복잡한 생명 시스템을 탐구하는 영역이다. 그동안 전통적인 실험 방식은 장시간과 고비용이 소요되는데다 불확실성이 높아, 막대한 투자에도 성공 확률이 낮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AI는 방대한 바이오·의료 데이터를 학습해 사람의 인지 능력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복잡한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패턴을 빠르게 찾아낸다. 연구자의 직관을 뛰어넘는 광범위한 지식 기반 연구가 가능해진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두뇌’ 역할의 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과 ‘연구동료’ 역할의 에이전틱 AI를 활용한 지능형·자동화 연구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바이오 연구의 효율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신약개발 분야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수주에서 수개월 걸리던 실험 프로세스가 수일로 단축되고, 매주 수백만 건의 데이터 생성이 가능해졌다. 전통적 방식에서 52%에 불과하던 임상1상 성공률은 AI 활용 시 80% 이상으로 뛰어오른다.

이러한 혁신 가능성에 주목한 해외 주요국들은 AI 바이오 분야에서 글로벌 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U는 ‘AI in Science’ 전략에서 첨단소재 설계와 생명공학을 핵심 분야로 선정했고, 영국은 ‘AI for Science’ 전략의 첫 번째 미션으로 신약개발 가속화를 내세웠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Genesis Mission’을 출범하며 생명공학을 6대 우선 영역에 포함시켰다.

배경훈 부총리도 장관 취임 첫 행보로 산·학·연 AI 바이오 연구자 간담회를 열고 국가전략 마련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번 전략은 이러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한국의 AI 바이오 모델, 데이터, 인프라 역량을 총결집한 결과물이다.

전략의 첫 번째 축은 5대 분야 AI 바이오 모델 구축이다. 정부는 신약개발, 뇌·역노화, 의료기기, 바이오제조, 농식품(그린바이오) 등 5개 핵심 분야를 선정하고, 각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한다.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AI가 스스로 후보물질을 설계하고 검증하는 체계로 연구개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 국가 AI 바이오 연구소를 중심으로 멀티모달-멀티스케일 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해 산업 현장에 개방하고, 신약개발 과정의 과업을 자율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프레임워크도 개발한다. 5년 내 신약 파이프라인 10배 확대, 생성형 AI 기반 IND 승인 300건 달성, 합성신약A5 수준의 완전 자동화 등이 목표다.

나머지 4개 분야는 각 특성에 맞는 특화 AI 모델로 접근한다. 뇌 분야는 ‘넥스트 브레인 프로젝트’로 뇌지도 3종 개발을, 역노화 분야는 AI 노화 시계 기반 역노화 인자 발굴을 추진한다. 의료기기는 AI 접목으로 진단·치료 성능을 높이고 원격의료·질환예측 등 신시장을 개척하며, 5년 내 AI 기반 의료기기 28개 이상 인허가를 목표로 한다. 바이오제조는 AI·로봇 기반 전주기 인프라를 구축해 바이오 항공유 같은 시제품 생산을 추진하고, 농식품 분야는 그린바이오파운드리와 동물용의약품 임상시험 지원센터에 AI 플랫폼을 구축한다.

두 번째 축은 ‘AI 바이오 혁신생태계 조성’이다. 정부는 대학·연구소, 기업, 병원 등이 협력하고 바이오 연구자, AI 개발자, 데이터 과학자 등 다학제 전문가가 함께 연구하는 ‘AI 바이오 혁신 연구거점’을 만든다.

2026년 합성신약 분야 1개 시범거점을 시작으로, 2027년부터는 2개 이상 분야로 확대한다. 각 거점에는 AI 바이오 R&D는 물론 대규모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인프라와 AI·로봇 기반 고속 실험·검증 인프라를 지원한다.

폐쇄망 클라우드 구축과 데이터 활용규제 특례 적용으로 인체유래물데이터 같은 민감데이터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한다. 거점에서 생산한 데이터는 국가바이오데이터통합플랫폼(K-BDS)에 등록해 외부 연구자에게 개방한다.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중심의 ‘AI 바이오 범정부협의체’ 운영과 산·학·연·병 참여 촉진 인센티브 체계도 구축한다.

세 번째 축은 데이터와 컴퓨팅 인프라 강화다. 정부는 데이터 관리계획(DMP) 확대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바이오 데이터를 K-BDS로 연계하고, 한국인 100만 명 데이터 구축 등을 통해 2030년까지 70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한다.

범부처 매머드 셋 구축 사업, 인체유래물 복수기관 제공 동의 적용, 범부처 바이오 데이터맵 구축 등으로 여러 부처·기관에 흩어진 데이터를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바이오데이터 활용 및 인공지능바이오 연구개발 촉진법, 디지털헬스케어법 등 법률적 기반 마련과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

컴퓨팅 인프라 측면에서는 2026년 하반기부터 슈퍼컴퓨터 6호기를 AI 바이오 연구에 투입하고, 민감데이터를 안전하게 분석·학습할 수 있는 보안 연구환경이 적용된 바이오 전용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확충한다. 장기적으로는 양자컴퓨터-슈퍼컴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바이오 난제 해결을 지원한다.

배경훈 부총리는 “AI 대전환 시대에 해외 주요국들이 앞다투어 과학기술 AI 전략을 발표하는 가운데, 바이오 분야에서는 한국이 가장 먼저 AI 바이오 국가전략을 수립해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AI 바이오 혁신생태계를 구축하고 민관 협력을 강화해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AI 바이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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