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AI 칩 개발 ‘미씩(Mythic)’, 1억 2,500만 달러 투자 유치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기존 GPU보다 100배 높은 에너지 효율을 내세운 AI 칩 스타트업 미씩(Mythic)이 1억 2,5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Mythic - 와우테일

팔로알토에 본사를 둔 미씩은 DCVC가 주도한 이번 라운드에 뉴 엔터프라이즈 어소시에이츠(New Enterprise Associates), 아트레이데스 매니지먼트(Atreides Management), 소프트뱅크(SoftBank Group), 혼다자동차(Honda Motor),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등이 참여하면서 초과 모집을 기록했다. 이로써 미씩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1억 7,8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미씩은 메모리와 프로세서를 하나로 통합한 아날로그 컴퓨팅 기술로 AI 칩 시장에 파격을 던지고 있다. AI 칩 시장을 이해하려면 각 프로세서의 접근법 차이를 알아야 한다. CPU는 범용 프로세서로 순차적 처리에 강하지만 AI 작업에는 비효율적이다. GPU(엔비디아)는 원래 그래픽 렌더링용으로 개발됐지만 수천 개의 병렬 코어로 AI 훈련에 적합하다. TPU(구글)는 텐서 연산에 특화된 시스톨릭 어레이 구조로 대규모 머신러닝에 최적화됐다. NPU는 모바일 기기의 저전력 AI 추론에 집중한다.

이들 디지털 칩의 공통점은 1945년 폰 노이만(Von Neumann) 구조를 따른다는 것이다. 메모리와 연산 장치가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어 AI 모델을 실행할 때 수십억에서 수조 개에 달하는 파라미터를 끊임없이 이동시켜야 한다. 미식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전체 에너지의 90%가 낭비된다.

미씩의 아날로그 처리 유닛(APU)은 이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한다. 인간의 뇌처럼 메모리와 연산을 단일 평면에서 동시에 처리하며, AI 작업의 핵심인 행렬 곱셈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수행한다. 실제로 미씩의 아키텍처는 신경망 성능과 의사결정에서 인간 뇌에 가장 가까우며, 단위 연산당 펨토줄 수준의 에너지만 소비한다.

미씩은 작년 6월 엔비디아 자동차 부문을 설립하고 이끌었던 타너 오즈첼릭(Taner Ozcelik)을 CEO로 영입했다. 엔비디아에서 10년간 근무한 베테랑 반도체 전문가인 오즈첼릭은 “에너지 효율이 AI 컴퓨팅의 미래를 정의할 것”이라며 “우리는 GPU가 CPU 옆의 가속 컴퓨터가 됐듯이, APU가 GPU 옆의 가속 컴퓨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씩의 기술은 엣지와 데이터센터 모두를 겨냥한다. 회사는 이번 투자금으로 ‘스타라이트(Starlight)’라는 1와트 미만의 센싱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이미지 센서에 미씩의 APU를 통합해 저조도 환경에서 신호 추출 성능을 50배 향상시키며, 방산, 자동차, 로보틱스 분야를 목표로 한다.

데이터센터 시장도 공략한다. 미씩은 APU가 고속 인터커넥트 없이도 최대 1조 개 파라미터의 대형 언어 모델을 실행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내부 벤치마크에 따르면 APU 기반 서버는 최신 GPU 대비 와트당 최대 750배 많은 토큰을 처리할 수 있다. 회사는 미국과 동맹국에서 표준 반도체 공정을 사용해 칩을 제조하며, 개발자가 자사 칩에 모델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툴킷도 제공한다.

미씩이 내세우는 에너지 효율 개선은 시의적절하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165%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보고서는 2024년 미국 데이터센터가 전체 전력 소비의 4.4%인 176테라와트시를 사용했으며, 이 수치가 2028년에는 325~580테라와트시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AI 작업에 최적화된 GPU는 기존 칩보다 2~4배 많은 전력을 소비하며, 엔비디아의 최신 GB200 칩은 서버와 결합 시 랙당 최대 120킬로와트를 요구한다.

전력 소비 문제가 AI 인프라 확장의 최대 걸림돌로 떠오르면서, 에너지 효율적인 대안을 찾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식과 같은 아날로그 컴퓨팅 접근법 외에도 세레브라스 시스템즈(Cerebras Systems)는 웨이퍼 스케일 프로세서를, 그래프코어(Graphcore)는 인텔리전스 프로세싱 유닛을 개발 중이다. 그래프코어는 소프트뱅크에 6억 달러 이상에 인수됐으며, 세레브라스는 IPO를 추진 중이다.

미씩은 13년간 기술을 개발해온 회사다. 2012년 창업한 이후 2021년 M1076 아날로그 매트릭스 프로세서를 출시했고, 2022년 자금 고갈로 인력을 대거 감축했다가 2023년 1,300만 달러를 조달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당시 공동 창업자 데이브 픽(Dave Fick)이 CEO를 맡았다가, 작년 오즈첼릭으로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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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미씩의 기술에 높은 기대를 표했다. 미씩의 초기 투자자이자 최근 이사회에 복귀한 퓨처 벤처스의 스티브 저벳슨(Steve Jurvetson)은 “미씩은 8비트 곱셈과 덧셈을 단일 트랜지스터에서 수행한다”며 “어떤 디지털 설계도 이런 효율을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 엔터프라이즈 어소시에이츠의 애런 제이컵슨(Aaron Jacobson)은 “미씩의 플랫폼이 에너지와 비용의 한계를 무너뜨린다”고 평가했다.

미씩은 이번 투자금으로 생산을 확대하고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성숙시키며 AI 추론 시장에서 상용 배포를 추진할 계획이다. 오즈첼릭은 “우리는 엔비디아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자신의 멘토였던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 대한 존경을 표하면서도 도전장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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