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엔지니어링 플랫폼 ‘피로스’, 1,500만 달러 시리즈A 투자 유치


건축 및 엔지니어링 분야의 콘텐츠 인텔리전스 플랫폼 피로스(Pirros)가 엘리펀트 벤처스(Elephant Ventures) 주도로 1,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라운드를 마감했다. 피로스는 건축가와 구조 엔지니어들이 과거 프로젝트의 설계 자료를 손쉽게 찾아 재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으로, 시드 라운드 이후 계속 수익성을 유지하며 성장하고 있다.

Pirros image - 와우테일

건축 및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말하는 ‘디테일(detail)’은 최종 건축 도면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의 작업물이다. 예를 들어 기둥과 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벽 구조를 어떻게 조립할 것인지 등 건물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의 설계 방법을 담은 도면이 디테일이다. 하나의 건물 프로젝트에만 수백 개의 디테일이 필요한데, 문제는 대부분의 설계 회사가 프로젝트마다 이런 디테일을 처음부터 다시 그린다는 점이다. 이전 프로젝트에서 이미 설계했던 것과 유사한 조건임에도 과거 자료를 찾기 어려워 매번 새로 작업하는 비효율이 반복됐다.

피로스의 공동창업자 아리 바라니안(Ari Baranian)과 피터 요한(Peter Johann)은 모두 구조 엔지니어 출신으로, 여러 설계 회사에서 근무하며 이런 문제를 직접 겪었다. 바라니안은 KPFF에서 근무할 당시 소프트웨어 개발 그룹을 만들어 설계 업무를 효율화하는 도구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 두 사람은 회사의 서버 깊숙한 곳에 묻혀 있는 과거 프로젝트 자료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피로스는 업계 표준 소프트웨어인 Revit과 연동돼 과거 프로젝트의 디테일을 자동으로 추출하고 분류한다. 엔지니어들은 피로스에서 키워드로 검색하면 1분 안에 필요한 디테일을 찾아 바로 Revit으로 가져올 수 있다. 과거에는 오래된 프로젝트 파일을 일일이 열어봐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시간 절약이다. AI 기반 검색 기능은 디테일의 메타데이터를 분석해 더 정확한 결과를 제공한다.

DCI 엔지니어스의 조던 헤이그(Jordan Hague) 대표는 “불과 몇 달 만에 피로스는 우리가 엔지니어링 도면과 프로젝트 문서를 준비하는 방식을 바꿨다”며 “전국에 350명 이상의 엔지니어가 있어 지식 공유가 핵심인데, 모든 프로젝트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고 말했다.

피로스는 2023년 200만 달러 시드 라운드를 유치했다. 당시 Y컴비네이터(YCombinator), 펀더스클럽(FundersClub), 트웬티투 벤처스(Twenty Two Ventures)가 참여했고, 전 오토데스크 CEO 칼 베스(Carl Bass), 헬로사인의 조셉 왈라(Joseph Walla), 플랜그리드의 라이언 서튼-지(Ryan Sutton-Gee) 등이 엔젤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번 시리즈 A에서는 Y컴비네이터와 펀더스클럽이 재참여했고, 서비스타이탄 공동창업자 아라 마데시안(Ara Mahdessian)과 바헤 쿠조얀(Vahe Kuzoyan)이 새로운 엔젤 투자자로 합류했다.

주목할 점은 피로스가 시드 라운드 이후 계속 수익성을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현재 연간 반복 매출(ARR) 300만 달러를 달성했으며, 월 매출이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200개 이상의 설계 회사가 피로스를 사용 중이며, 순수익유지율(NRR)은 120%에 달한다. 엘리펀트 벤처스는 성장을 가속화하면서도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 전문성을 갖춘 투자사로, 피로스의 사업 방향과 잘 맞아떨어진다.

바라니안 CEO는 “우리의 사명은 건축·엔지니어링 전문가들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고품질 결과물을 제공하도록 돕는 동시에, 지속 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이라며 “엘리펀트 벤처스는 수익을 내면서도 야심찬 기술 기업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전문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pirros logo - 와우테일

건축 및 엔지니어링 분야의 기술 혁신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AI를 활용해 건축 문서 작성을 자동화하는 스왑(SWAPP)은 2023년 1,150만 달러 시리즈 A를 유치했다. 스왑은 건축 도면 작성의 반복적인 작업을 AI로 자동화하는 데 집중한다. 컴퓨터 비전과 머신러닝으로 시공 현장의 진행 상황을 추적하는 오픈스페이스(OpenSpace), 그 외 아콜(Arcol) 이머소(Imerso) 등도 건설 기술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피로스는 이들과 달리 최종 건축 도면 작성이 아닌 그 이전 단계인 ‘디테일 관리’에 특화돼 있다. 건축가들이 창의적인 디자인에 집중하도록 돕는 스왑이나, 시공 현장의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오픈스페이스와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피로스는 설계 단계에서 과거 프로젝트의 지식을 효과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건축 및 엔지니어링 설계는 전체 건설 프로젝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으며, 설계 회사들의 매출 성장률은 건설업계 전반에 뒤처지고 마진도 압박받고 있다. 피로스는 프로젝트 간 지식을 효과적으로 공유해 설계팀이 더 빠르게 움직이고 리스크를 줄이며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투자금은 플랫폼의 지속적인 혁신과 품질 관리 기능 개발에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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