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샘 올트먼이 투자한’ 세레브라스와 100억 달러 규모 계약 체결


오픈AI(OpenAI)가 AI 칩 스타트업 세레브라스(Cerebras) 다년간 파트너십을 맺었다. 세레브라스는 2028년까지 750메가와트 규모의 컴퓨팅 파워를 오픈AI에 공급하며, 계약 규모는 100억 달러를 넘는다.

OpenAI Cerebras 1 - 와우테일

챗GPT 사용자가 매주 9억 명을 넘어서면서 오픈AI는 심각한 컴퓨팅 자원 부족을 겪고 있다. 이번 계약은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컴퓨팅 인프라를 다각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세레브라스의 초저지연 AI 시스템을 도입하면 코드 생성, 이미지 제작, AI 에이전트 실행 같은 복잡한 작업의 응답 속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세레브라스는 2015년 앤드류 펠드먼(Andrew Feldman), 게리 라우터백(Gary Lauterbach), 마이클 제임스(Michael James), 숀 라이(Sean Lie), 장 필리프 프리커(Jean-Philippe Fricker) 등 5명의 공동창업자가 설립했다. 이들은 모두 AMD에 3억 3,400만 달러에 인수된 서버 스타트업 시마이크로(SeaMicro) 출신이다. 펠드먼 CEO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경제학과 정치학 학사,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으며, 이전에 포스10 네트웍스(Force10 Networks)와 리버스톤 네트웍스(Riverstone Networks) 등에서 임원을 지냈다.

세레브라스는 4년간 스텔스 모드로 개발에 집중한 끝에 2019년 8월 첫 제품을 세상에 공개했다. 실리콘 웨이퍼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칩으로 사용하는 ‘웨이퍼 스케일 통합(wafer-scale integration)’ 기술은 1980년대 IBM 메인프레임 설계자 진 암달(Gene Amdahl)이 창업한 트릴로지 시스템즈(Trilogy Systems)가 시도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당시엔 수율 문제, 전력 공급, 열 관리, 패키징 등 기술적 장벽을 넘지 못했지만, 세레브라스는 40년 만에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

최신 3세대 웨이퍼 스케일 엔진(WSE-3)은 디너 접시 크기의 단일 칩으로, 4조 개의 트랜지스터와 90만 개의 AI 최적화 코어를 탑재했다. 엔비디아 B200보다 트랜지스터가 19배, 컴퓨팅 성능이 28배 많다. 회사 측에 따르면 엔비디아 GPU에서 수 분이 걸리는 추론 작업을 세레브라스 칩으로는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다.

기존 GPU 기반 시스템은 수천 개의 작은 칩을 연결해 대규모 AI 모델을 처리하는데, 칩 간 데이터 이동이 병목 현상을 일으킨다. 세레브라스의 비유를 빌리자면, 웨이퍼를 수백 개의 작은 칩으로 자른 뒤 복잡한 네트워크로 다시 연결하는 건 마치 ‘험프티 덤프티를 일부러 깨뜨린 뒤 다시 맞추려는 것’과 같다. 세레브라스는 웨이퍼를 통째로 사용해 이런 비효율을 근본적으로 제거했다. 온칩 SRAM 메모리 44GB를 탑재하고, 메모리 대역폭이 엔비디아 HBM3e 시스템보다 7,000배 높다는 점이 핵심 경쟁력이다.

세레브라스는 단순히 칩만 파는 게 아니라 CS-3 시스템이라는 완제품을 제공한다. 이 시스템 한 대는 수백 개의 GPU 클러스터를 대체할 수 있으면서도, 단일 기기처럼 간편하게 프로그래밍하고 관리할 수 있다. 2022년 11월 공개한 안드로메다 슈퍼컴퓨터는 16개의 WSE-2 칩을 연결해 1,350만 개의 AI 코어를 구현했고, 초당 1엑사플롭(10의 18승) 연산을 수행하면서도 GPU 기반 슈퍼컴퓨터보다 전력 소비가 획기적으로 적었다.

세레브라스의 기술력은 여러 기관에서 검증받았다. 미국 에너지부 국립에너지기술연구소(NETL)의 쥴 슈퍼컴퓨터보다 CS-2 시스템이 약 500배 빠른 성능을 보였고, 아르곤 국립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y) 연구팀은 세레브라스 시스템으로 코로나19 변이 분석 연구를 수행해 2022년 고든 벨 특별상을 받았다. 같은 해 실리콘밸리 컴퓨터역사박물관(Computer History Museum)은 WSE-2를 트랜지스터 집적의 ‘획기적 성과(epochal achievement)’로 인정해 영구 컬렉션에 추가했다.

오픈AI의 컴퓨팅 인프라 책임자 사친 카티(Sachin Katti)는 “오픈AI의 컴퓨팅 전략은 적절한 시스템을 적절한 워크로드에 매칭하는 탄력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세레브라스는 플랫폼에 전용 초저지연 추론 솔루션을 더한다. 더 빠른 응답, 자연스러운 상호작용,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실시간 AI를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 생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펠드먼 CEO는 “세계 최고의 AI 모델과 세계에서 가장 빠른 AI 프로세서를 결합하게 돼 기쁘다”며 “브로드밴드가 인터넷을 바꿨듯이, 실시간 추론이 AI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구축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계약은 세레브라스에게도 중요한 전환점이다. 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 아랍에미리트(UAE) 기반 AI 기업 G42가 세레브라스 매출의 87%를 차지했는데, 오픈AI라는 대형 고객을 확보하면서 고객 집중도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게 됐다. 세레브라스는 이미 메타, IBM, 메이요클리닉 등과 협력하며 고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오픈AI CEO 샘 올트먼이 세레브라스의 초기 투자자라는 점이다. 두 회사는 2017년부터 협력 가능성을 논의해왔고, 오픈AI가 세레브라스 인수를 검토한 적도 있다. 지난해 오픈AI의 오픈소스 모델 gpt-oss가 세레브라스 칩에서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협력했고, 이게 본격적인 기술 논의로 이어져 추수감사절 직전 계약 조건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펠드먼 CEO는 밝혔다.

세레브라스는 지난 2025년 9월 피델리티 매니지먼트(Fidelity Management & Research Company)와 아트레이데스 매니지먼트(Atreides Management)가 주도한 시리즈G 라운드에서 11억 달러를 조달해 기업가치 81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타이거 글로벌(Tiger Global), 벨러 에퀴티 파트너스(Valor Equity Partners), 1789 캐피털(1789 Capital) 등이 참여했고, 기존 투자자인 알티미터(Altimeter), 알파 웨이브 글로벌(Alpha Wave Global), 벤치마크(Benchmark)도 투자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220억 달러 밸류에이션으로 10억 달러 추가 투자 유치 협의를 진행 중이다.

2024년 9월 IPO를 신청했다가 10월 철회한 세레브라스는 2026년 2분기 재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철회 이유는 G42 투자와 관련한 미국 해외투자위원회(CFIUS)의 국가안보 심사 때문이었다. 지난해 3월 CFIUS로부터 승인을 받았고, 사업 내용도 크게 개선돼 최신 재무제표와 전략 정보로 다시 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오픈AI는 최근 칩 공급처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브로드컴(Broadcom)과 자체 AI 칩 개발을 진행 중이고, AMD와도 6기가와트 규모의 인스팅트(Instinct) GPU 공급 계약을 맺었다. 엔비디아와는 9월 최대 10기가와트 규모의 칩 공급 예비 합의를 했지만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오라클(Oracle)과는 5년간 3,000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파워 계약을 논의 중이다.

오픈AI-AMD 전략적 제휴…6GW GPU 계약에 10% 지분까지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