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샘 올트먼이 공동창업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머지랩스’에 투자


오픈AI가 자사 CEO 샘 올트먼이 공동창업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스타트업 머지랩스(Merge Labs)에 투자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테크크런치 등 외신에 따르면 머지랩스는 15일 시드 라운드를 통해 2억5200만 달러를 조달했으며, 기업가치는 8억5000만 달러로 평가됐다. 이번 투자에는 오픈AI, 베인캐피털(Bain Capital), 게임업체 밸브의 공동창업자 게이브 뉴웰(Gabe Newell) 등이 참여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오픈AI가 단일 투자자로는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OpenAI Merge Labs - 와우테일

이번 투자는 오픈AI 스타트업 펀드(OpenAI Startup Fund)를 통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픈AI 스타트업 펀드는 2021년 설립된 벤처캐피털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파트너사들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오픈AI 자체는 투자자가 아니다. 머지랩스 투자는 오픈AI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직접 발표했다는 점에서 오픈AI 본사가 직접 집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머지랩스는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을 연결해 사고, 소통, 기술 상호작용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겠다는 포부를 내세운다. 회사명 ‘머지(Merge)’는 실리콘밸리에서 사용하는 개념으로, 인간과 기계 지능이 결합해 하이브리드 의식을 형성하는 가상의 시점을 의미한다. 샘 올트먼은 2017년부터 이런 ‘병합’이 2025년에서 2075년 사이 어느 시점에 일어날 것이라는 블로그 글을 발표했다. 그는 병합이 뇌에 전극을 연결하거나 챗봇과 매우 친밀한 친구가 되는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으며, 이것이 초지능 AI에 맞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머지랩스의 공동창업자 면면은 화려하다. 샘 올트먼 외에 그가 지원하는 또 다른 회사인 툴즈 포 휴머니티(Tools for Humanity)의 CEO 알렉스 블라니아(Alex Blania)와 제품·엔지니어링 리드 산드로 헤르빅(Sandro Herbig)이 참여했다. 툴즈 포 휴머니티는 눈 스캔을 통해 인간 인증을 제공하는 월드 오브(World orbs)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회사다. 블라니아와 헤르빅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툴즈 포 휴머니티에서의 역할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침습형 신경 기술 회사 포레스트 뉴로테크(Forest Neurotech)의 공동창업자인 타이슨 아플랄로(Tyson Aflalo) 섬너 노먼(Sumner Norman)이 함께했다. 특히 칼텍(Caltech) 연구원인 미하일 샤피로(Mikhail Shapiro) 교수도 공동창업자로 이름을 올렸다. 샤피로 교수는 초음파를 이용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연구의 선구자로, 칼텍에서 기능성 초음파 이미징을 통해 뇌 활동을 비침습적으로 읽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그는 칼텍 교수직을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머지랩스의 기술적 접근은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와 대조를 이룬다. 뉴럴링크는 두개골 일부를 제거하고 외과용 로봇이 초미세 전극 실을 뇌에 삽입해 신경 신호를 읽는 침습적 수술을 필요로 한다. 뉴럴링크는 2025년 6월 시리즈E 라운드에서 6억5000만 달러를 조달했으며, 기업가치는 90억 달러로 평가됐다.

반면 머지랩스는 웹사이트를 통해 “전극 대신 분자를 사용해 뉴런과 연결하고, 초음파와 같이 깊이 도달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송수신하며, 뇌 조직에 이식하는 것을 피하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초음파를 통해 뇌 혈류 변화를 간접적으로 감지해 신경 활동을 해석하는 비침습적 방식을 추구한다.

오픈AI는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중요한 새로운 영역”이라며 “소통하고, 배우고, 기술과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연다”고 밝혔다. 오픈AI는 “BCI는 누구나 AI와 자연스럽고 인간 중심적인 방식으로 매끄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 것”이라며 “이것이 오픈AI가 머지랩스의 시드 라운드에 참여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픈AI는 머지랩스와 협력해 생물공학, 신경과학, 장치 개발 전반에 걸쳐 연구를 가속화하는 과학 기반 모델과 최첨단 도구를 개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투자는 이해관계 충돌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올트먼은 현재 오픈AI에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는 2024년 12월 뉴욕타임즈 딜북 서밋에서 연봉 7만6001달러만 받고 있으며 오픈AI 지분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 펀드와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오픈AI 지분에 극소량 노출된 적이 있었고, 세쿼이아 지분은 이후 매각했다고 밝혔다. 올트먼은 오픈AI가 비영리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이사회 과반을 독립 이사로 구성해야 했고, 이 때문에 자신도 독립 이사 중 한 명이 되기 위해 지분을 갖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올트먼의 오픈AI 외부 투자들은 끊임없이 논란을 낳아왔다. 오픈AI 스타트업 펀드는 이미 올트먼과 연관된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레드퀸바이오(Red Queen Bio), 레인AI(Rain AI), 하비(Harvey)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오픈AI는 올트먼이 개인적으로 소유하거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스타트업들과도 상업 계약을 체결했다.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에너지(Helion Energy)와 핵분열 회사 오클로(Oklo)가 그 예다.

과거 오픈AI 이사회 멤버였던 헬렌 토너(Helen Toner)는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올트먼이 2024년 4월까지 오픈AI 스타트업 펀드를 법적으로 통제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이사회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올트먼은 공개석상에서 오픈AI에 재정적 이해관계가 없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펀드를 소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올트먼은 2023년 의회 청문회에서 오픈AI에 지분이 없다고 증언했지만, 이후 세쿼이아 캐피털 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분에 노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불투명한 이해관계 문제는 2023년 11월 올트먼이 오픈AI 이사회에 의해 일시적으로 해임되는 중요한 배경이 됐다.

올트먼은 이번 머지랩스 창업에서 일상적인 운영 역할을 맡지 않을 예정이며, 개인적으로 직접 투자하지도 않았다. 이는 자신의 개인 자금과 오픈AI의 투자 활동을 분리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오픈AI의 CEO가 공동창업한 회사에 오픈AI 자체가 최대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해충돌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올트먼이 과거 뉴럴링크에 개인 투자자로 참여했던 점을 고려하면, 머지랩스 투자는 자신의 기존 투자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복잡한 상황이다.

이번 투자로 올트먼과 일론 머스크 간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두 사람은 2015년 오픈AI를 공동 창업했지만 2018년 의견 차이로 머스크가 이사회를 떠난 후 관계가 악화됐다. 머스크는 2023년 자체 AI 스타트업 xAI를 설립했으며, 오픈AI의 비영리에서 영리 전환 시도를 법정에서 저지하려 하고 있다.

최근 두 사람은 소셜미디어 X에서도 격렬한 설전을 벌였다. 2025년 8월 머스크가 애플이 오픈AI에 특혜를 주고 있다며 독점금지법 위반이라고 주장하자, 올트먼은 “머스크 자신이 X를 조작해 자신의 회사에 이익을 주고 경쟁자들을 해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반박했다. 올트먼은 머스크에게 알고리즘을 조작한 적이 없다는 선서 진술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2026년 1월에는 머스크가 이끄는 투자자 그룹이 오픈AI 인수를 위해 974억 달러를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올트먼은 X에서 “사양하겠다. 대신 우리가 트위터를 97억4000만 달러에 사겠다”고 비꼬았다.

머지랩스는 당분간 연구소로 운영되며, 장기적으로는 신경학적 부상이나 질병을 가진 환자들의 상실된 능력을 회복시키는 제품을 개발한 후 더 광범위한 인간 능력 향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포레스트 뉴로테크가 개발한 소형 초음파 장치는 현재 영국에서 초기 안전성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머지랩스는 이 프로젝트가 “수년이 아닌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의료 용도를 넘어 실리콘밸리가 꿈꾸는 인간 생물학과 AI를 결합해 초인적 능력을 부여하는 기술 실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2024년 10월 미국에서만 BCI의 총 잠재 시장 규모를 약 4000억 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주로 사지 장애나 신경학적 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의료 응용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BCI 제조업체들이 의료 시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직장, 군사 응용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뉴럴링크, 싱크론(Synchron), 프리시전뉴로사이언스(Precision Neuroscience), 패러드로믹스(Paradromics) 등 여러 기업이 침습적, 비침습적 형태의 기술을 개발하며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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