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xAI 출신의 ‘휴먼스&’, 4.8억 달러 시드 투자유치.. “사람 대체 아닌 협력”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협력해야 한다는 철학을 내건 AI 스타트업 휴먼스&(Humans&)가 창업 3개월 만에 시드라운드에서 무려 4억8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44억8000만 달러로 평가받았다. 아직 제품 하나 출시하지 않은 회사가 시드 라운드에서 이런 규모의 자금을 유치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humans logo - 와우테일

휴먼스&를 이끄는 에릭 젤리크먼(Eric Zelikman)은 일론 머스크의 xAI에서 초기 멤버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그는 Grok 2의 사전 학습 데이터에 핵심적으로 기여했고, Grok 3의 추론 강화학습을 시작하고 확장했으며, Grok 4의 에이전트 RL 인프라와 레시피를 구축했다. 스탠퍼드 박사 과정 중에는 자기 생성 근거를 통해 언어 모델을 훈련시키는 최초의 논문인 STaR를 저술하기도 했다.

공동창업자 안디 펭(Andi Peng)은 앤트로픽(Anthropic)에서 Claude 3.5부터 4.5까지의 강화학습과 포스트 트레이닝을 담당했다. MIT CSAIL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며 야콥 안드레아스와 줄리 샤 교수 지도 하에 AI 안전성과 인간 피드백 학습을 연구했다.

또 다른 공동창업자 조르주 하릭(Georges Harik)은 구글의 7번째 직원이다. 그는 애드워즈 온라인을 공동 개발하고 애드센스 타겟팅을 만들었으며, Gmail과 캘린더 개발에 참여했고 안드로이드 인수에도 관여한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는 SV Angel과 함께 리드 투자자로도 참여했다.

스탠퍼드 심리학 및 컴퓨터과학 교수인 노아 굿맨(Noah Goodman)도 공동창업자로 합류했다. 굿맨은 확률적 프로그래밍과 인지 모델링 분야의 권위자다. 이들 외에도 유첸 허(Yuchen He)는 xAI에서 Grok 챗봇 개발에 참여했고, 팀원 20여 명은 OpenAI, 메타(Meta), 앤트로픽, AI2, MIT 등에서 모였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전설적인 초기 투자자 론 콘웨이(Ron Conway)가 설립한 SV Angel과 공동창업자 조르주 하릭이 공동으로 주도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 GPU 제조사 엔비디아(Nvidia), 알파벳 벤처 부문 GV, 로렌 파월 잡스의 에머슨 콜렉티브(Emerson Collective) 등 기라성 같은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참여는 주목할 만하다. 엔비디아는 자사 GPU에 의존하는 AI 스타트업에 전략적으로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AI 생태계 전반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휴먼스&는 엔비디아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양면에서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다. 이는 창업 첫날부터 본격적인 컴퓨팅 야심을 드러내는 신호로 해석된다.

휴먼스&는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협력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내세운다. 젤리크먼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모델은 사람들과, 그리고 적절한 경우 다른 AI들과 조율해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그들을 하나로 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휴먼스&는 기존 AI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AI를 훈련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챗봇이 사용자에게 정보를 요청하고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저장하도록 프로그래밍하는 식이다. 일종의 AI 버전 인스턴트 메시징 앱처럼 사람들 간 협업을 돕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인터넷 검색 등 기계에 적합한 작업도 지원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개인의 선호와 관심사를 기억하고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훈련 패러다임을 개발 중이다. 이는 현재 주류 방법보다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젤리크먼은 “모델이 자신이 하고 말하는 것들의 장기적 영향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대화의 각 턴을 개별 게임으로 다루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많은 사람이 협력할 때 그들과 정말 잘 협업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의 목표, 열망,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 능숙한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이런 근본적인 인간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는 주요 AI 랩에서 이탈한 연구자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에 투자자들이 거액을 쏟아붓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다. 제품이나 수익 모델이 완전히 정의되기도 전에 검증된 이력을 가진 팀에 자본이 몰리고 있다.

실제로 OpenAI 전 최고기술책임자(CTO) 미라 무라티(Mira Murati)가 설립한 싱킹 머신즈 랩(Thinking Machines Lab)은 2025년 시드라운드에서 20억 달러를 유치해 기업가치 10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드 라운드로 기록됐다.

OpenAI 공동창업자이자 전 수석과학자인 일리야 서츠케버(Ilya Sutskever)가 설립한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Safe Superintelligence)는 2024년 9월 10억 달러를 유치해 기업가치 50억 달러로 출발한 뒤, 2025년 4월 추가로 20억 달러를 유치해 기업가치 320억 달러로 6배 이상 급등했다. 아직 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는데도 그린오크스 캐피탈(Greenoaks Capital),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Lightspeed Venture Partners), 알파벳, 엔비디아 등이 투자했다.

블룸버그는 휴먼스&의 시드라운드를 “젊은 스타트업으로서는 비정상적으로 큰 규모”라고 묘사하며, 시드라운드가 수억 달러 규모로 확장되는 게 얼마나 드문 일인지 지적했다. 회사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올해 초 첫 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2025년 북미 스타트업 펀딩은 전년 대비 46% 증가한 28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4년 만에 최고치다. 이 중 AI 관련 기업이 펀딩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AI 분야에서는 전체 펀딩의 58%가 5억 달러 이상의 메가라운드에 집중됐다.

휴먼스&의 성공은 단순히 거액의 투자 유치를 넘어, AI 산업이 ‘성능 극대화’에서 ‘인간과의 협력’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젤리크먼이 자신의 웹사이트에 남긴 “우리가 자율성에만 투자하고 협력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면, AI에만 투자하고 감성 지능(EI)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더 차가운 곳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는 이 회사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제 단순히 더 강력한 AI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와 협력을 중심에 두는 AI를 구축하는 팀에 쏠리고 있다. 휴먼스&가 제품 출시 없이도 44억8000만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건, 창업팀의 이력과 비전이 그만큼 설득력이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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