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를 위한 챗GPT’ 오픈에비던스, 120억 달러 가치에 2.5억 달러 투자유치


오픈에비던스(OpenEvidence)가 쓰라이브 캐피탈(Thrive Capital)과 DST 글로벌(DST Global)이 공동 주도한 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로 회사의 기업가치는 120억 달러로 평가됐으며, 지난 10월 60억 달러였던 가치가 단 3개월 만에 두 배로 뛰었다. 오픈에비던스는 지난 12개월간 총 7억 달러를 유치하며 의료 AI 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open evidence logo - 와우테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본사를 둔 오픈에비던스는 2022년 다니엘 나들러(Daniel Nadler)가 창업한 의료 AI 플랫폼이다. 나들러는 이전에 S&P 글로벌(S&P Global)이 7억 달러에 인수한 AI 기업 켄쇼 테크놀로지스(Kensho Technologies)를 창업한 하버드 박사 출신 연쇄 창업가다. 오픈에비던스는 동료 검토를 거친 의학 논문만을 학습하는 AI 의료 검색 엔진으로, “의사를 위한 ChatGPT”로 불린다.

나들러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 의사의 40%가 오픈에비던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연 매출 1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월에만 검증된 의사들로부터 1,800만 건의 임상 상담을 처리했는데, 이는 1년 전 월 300만 건에서 6배 증가한 수치다. 전미 1만 개 이상의 병원과 의료센터에서 사용 중이며, 올해만 1억 명 이상의 미국인이 오픈에비던스를 사용하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증된 미국 의사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오픈에비던스는 광고 기반 수익 모델로 운영된다. 제약사와 의료기기 업체들이 관련 콘텐츠와 함께 광고를 게재하는데, CPM(1,000회 노출당 비용)이 70~150달러에 달한다. 이는 일반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5~15달러보다 10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나들러는 “신규 사용자의 95%가 다른 의사의 입소문으로 유입된다”며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의 대형 병원이 아닌, IT 부서나 소프트웨어 예산이 없는 소규모 진료소에서도 쓸 수 있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의료 AI 시장의 경쟁은 최근 더욱 치열해졌다. 오픈AI(OpenAI)는 1월 초 개인 사용자가 건강 기록을 통합해 관리할 수 있는 ChatGPT Health를 발표했으며, 앤쓰로픽(Anthropic)도 며칠 뒤 병원과 제약사를 위한 HIPAA 준수 인프라인 Claude for Healthcare를 선보였다. 두 거대 AI 기업 모두 헬스케어를 핵심 성장 시장으로 지목하고 있다.

오픈AI vs 앤쓰로픽, 헬스케어 AI 경쟁 본격화… “소비자 vs 병원” 전략 엇갈려 

나들러는 경쟁사와의 차별화 포인트로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의사에 대한 집중이다. 소비자가 아닌 의사를 위한 도구로 설계됐으며, 동료 검토를 거친 의학 논문만을 학습한다. 둘째는 데이터 품질이다.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미국의사협회지(JAMA) 전 11개 전문 저널, 전미암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미국심장학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등과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프리미엄 의학 콘텐츠에 접근한다. 셋째는 선도자 이점이다. “우리는 이미 수억 건의 실제 임상 상담 데이터를 검증된 의사로부터 수집했다. 이 피드백 루프는 복제하기 매우 어렵다. 누군가 오늘 같은 전략을 따라하더라도, 파트너십뿐 아니라 실제 사용 데이터 때문에 여전히 우리보다 훨씬 뒤처질 것”이라고 나들러는 말했다.

오픈에비던스는 지난 10월 AI 에이전트 딥컨설트(DeepConsult)를 출시했다. 수백 개의 동료 검토 논문을 병렬로 분석해, 사람이라면 수개월 걸릴 종합 연구 보고서를 생성하는 도구다. 일반 검색보다 100배 이상의 컴퓨팅 비용이 들지만, 검증된 의사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나들러는 “의사들이 가장 자주 이야기하는 것은 ‘커리어에서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환자 케이스를 찾는 데 오픈에비던스를 사용했다’는 것”이라며 “같은 의사가 다른 환자에 대해서도 계속 같은 말을 한다. 그만큼 의학 지식의 롱테일이 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투자 시장도 의료 AI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AI 헬스케어 및 바이오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는 107억 달러에 달해 2024년 전체 투자액을 이미 넘어섰다. 오픈에비던스는 지난 2월 세쿼이아 캐피탈(Sequoia Capital)이 주도한 7,500만 달러 시리즈 A로 유니콘에 진입했고, 7월 GV(Google Ventures)와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가 주도한 2억 1,000만 달러 시리즈 B로 35억 달러 가치를 인정받았다. 10월에는 GV가 재투자하며 2억 달러 시리즈 C로 60억 달러 가치를 기록했다.

이번 시리즈 D에는 세쿼이아, GV, 엔비디아(Nvidia), 클라이너 퍼킨스,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의 크래프트 벤처스(Craft Ventures),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블랙스톤(Blackstone), 헨리 크라비스(Henry Kravis), 코투(Coatue), 컨빅션(Conviction), ICONIQ, 그레이크로프트(Greycroft), 브레이어 캐피탈(Breyer Capital), BOND, 고안나(Goanna), 메리테크(Meritech), 알케온(Alkeon) 등 기존 투자사 다수가 후속 투자에 참여했다. 공동 주도 투자사인 쓰라이브 캐피탈은 오픈AI, 스트라이프(Stripe), 인스타그램(Instagram) 등에 초기 투자한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벤처캐피탈이다. 조슈아 쿠슈너(Joshua Kushner)가 이끄는 쓰라이브는 지난해 5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며 헬스케어와 AI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나들러는 이번 투자금을 AI 기술 고도화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는 비용이 많이 든다. 의료 AI 모델 훈련—검색, 랭킹, 임상시험 매칭 모델 포함—은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요구한다. 우리는 자연어 처리와 컴퓨터 비전 모두에서 작업하는데, 과학 논문의 그림과 표를 해석하고 순위를 매기는 독자적인 모델을 훈련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대의 모델이 나올 때마다 비용이 복합적으로 증가하며, 이것이 진정한 의료 슈퍼인텔리전스 개발의 실제 비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미국 의료 시장은 연간 5조 달러 규모로 미국 GDP의 약 20%를 차지한다. 나들러는 “헬스케어는 실물 경제의 가장 큰 부문이며, 이 분야에서 많은 승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은행의 1월 보고서는 오픈에비던스 같은 헬스케어 AI 기업들이 광고와 SaaS 비즈니스 모델만으로 천문학적 가치평가를 정당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픈에비던스의 성장 속도는 이런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있다. 구글 검색이 나온 이후 의사들 사이에서 이렇게 빠르게 채택된 기술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임지(TIME)는 나들러를 2025년 TIME100 Health에 선정하며, “의료 지식은 1950년에 50년마다 두 배가 됐지만 오늘날엔 5년마다 두 배가 된다”고 설명했다. 매분 최소 1편의 새로운 의학 논문이 발표되며, 의사가 상위 10개 의학 저널의 새로운 증거만 읽으려 해도 하루 9시간이 걸린다. “환자를 볼 시간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나들러의 지적은 오픈에비던스의 존재 이유를 압축한다.

의료 AI 시장의 급성장 속에서 오픈에비던스는 독특한 포지션을 확보했다. 에이브리지(Abridge)나 엠비언스(Ambience Healthcare) 같은 의료 문서화 스타트업들이 “진료실 문서화”에 집중하고, 오픈AI와 앤쓰로픽이 “범용 AI 플랫폼”을 제공한다면, 오픈에비던스는 “임상 의사결정 지원”이라는 구체적 니치에서 압도적 입지를 구축했다. 월터스 클루워(Wolters Kluwer)의 UpToDate 같은 기존 의료 정보 서비스를 AI로 대체하면서도, 검증된 의학 지식에만 집중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

오픈에비던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AI 업계에서도 주목받는다. 대부분의 AI 스타트업이 구독 모델을 선택하는 가운데, 광고 기반 수익화로 빠른 확산과 높은 ARPU(사용자당 평균 매출)를 동시에 달성했다. 사크라(Sacra)의 추정에 따르면 오픈에비던스는 2025년 11월 기준 연 매출 1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2024년 12월 790만 달러에서 19배 증가한 수치다. 총이익률은 90%에 달한다. 사용자당 평균 매출은 124달러로, 도시미티(Doximity)의 228달러보다 낮지만 훨씬 빠른 성장률을 보인다.

AI가 의료 산업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환각 현상과 잘못된 의료 조언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최근 19세 청소년이 ChatGPT의 의료 조언을 믿고 약물을 과다복용해 사망한 사건이 보도되며 논란이 커졌다. 구글(Google)도 부정확한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AI 요약을 삭제한 바 있다. 하지만 오픈에비던스는 “동료 검토를 거친 의학 문헌만을 사용”하며 “모든 답변에 출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안전성을 강조한다. 2023년 미국 의사 면허 시험(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 USMLE)에서 90% 점수를 기록하며 정확도를 입증하기도 했다.

미국 의료계는 만성적인 의사 부족과 행정 업무 과부하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30년까지 미국은 10만 명의 의사 부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의사의 66%가 이미 AI를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 오픈에비던스의 급성장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시장의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들러는 세쿼이아 캐피탈의 팟캐스트에서 “AI가 의료에 좋을 것이라는 점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미친 가정 없이도 오픈에비던스가 향후 10년 동안 100만 명의 생명을 구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픈에비던스의 다음 목표는 명확하다. 현재 미국 의사의 25%가 사용하지만, 520만 명의 간호사와 고급 진료 제공자로 확장하면 국내 사용자 기반이 사실상 두 배가 된다. 제약 회사의 메디컬 사이언스 리에종(Medical Science Liaison, MSL), 보험사의 의료 정책 팀, 생명과학 계약 연구 기관 등 인접 고객군도 유사한 문헌 종합 문제를 겪고 있어 확장 가능성이 크다.

나들러는 “우리는 의사들에게 ‘뇌 확장기(brain extender)’를 제공한다”며 “AI가 전문가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전문가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의료 AI 시장은 2026년까지 45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마켓앤마켓츠(MarketsandMarkets)는 2030년까지 1,10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오픈에비던스는 이 거대한 시장에서 의사와 의료진에 초점을 맞춘 독특한 포지션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나들러는 “AI가 비싸고, 의료 AI는 더욱 비싸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의료 슈퍼인텔리전스를 구축하는 비용”이라며 “우리는 그 길을 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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