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지열발전 자원 찾는 ‘잔스카’, 1억1500만 달러 시리즈C 투자 유치


AI를 활용해 지하에 숨겨진 지열 자원을 찾아내는 잔스카(Zanskar)가 1억1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로 회사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1억8000만 달러에 달한다.

zanskar team - 와우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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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레인 캐피털(Spring Lane Capital)이 이번 라운드를 주도했다. 시리즈B를 이끌었던 옵비어스 벤처스(Obvious Ventures), 시리즈A를 공동 주도했던 유니온 스퀘어 벤처스(Union Square Ventures), 로워카본 캐피털(Lowercarbon Capital)이 재참여했다. 뮌헨 리 벤처스(Munich Re Ventures), 서스쿼해나 서스테이너블 인베스트먼트(Susquehanna Sustainable Investments), 클리어비전 벤처스(Clearvision Ventures) 등 12개 이상의 투자사도 참여했다.

잔스카의 공동창업자 겸 CEO인 칼 호이랜드(Carl Hoiland)는 “AI가 현대 시추 기술만큼 지열 발전의 비용과 확장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고 회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숨겨진 지열 시스템을 더 많이 찾아내고, 각 시스템에서 기존 예측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그 결과가 테라와트 규모의 기회”라고 덧붙였다.

2019년 설립된 잔스카는 AI와 첨단 지구과학을 결합해 숨겨진 재래식 지열 자원을 찾는다. 재래식 지열은 땅속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뜨거운 물과 증기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잔스카의 강점은 지표면에 간헐천이나 온천 같은 흔적이 전혀 없는 ‘블라인드’ 지열 시스템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작동 원리는 이렇다. 먼저 지구물리학, 열, 지질, 위성 데이터를 수집해 AI 엔진에 입력한다. AI가 가장 생산성 높은 지열이 숨어있을 곳을 예측하면, 탐사팀이 현장 조사로 검증한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유망한 지점에 첨단 시추 장비를 투입한다. 잔스카는 이 방식으로 탐사 비용을 기존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고 설명한다.

성과는 확실하다. 2024년 5월 뉴멕시코의 라이트닝 독(Lightning Dock) 지열발전소를 인수했을 때, 이 발전소는 수년간 낮은 성능으로 고전하고 있었다. 잔스카는 1년도 안 돼 더 깊고 뜨거운 지대를 발견해 발전소를 최대 용량으로 복원시켰다. 현재 라이트닝 독은 뉴멕시코 유일의 대규모 지열발전소이자, 미국에서 가장 생산성 높은 펌핑 지열 우물을 보유하고 있다.

2025년 9월 네바다주 펌퍼니켈(Pumpernickel) 지역에서는 깊이 760미터에서 137도의 지열 자원을 확인했다. 이 지역은 데이터가 부족하고 불확실성이 높았지만, AI 모델이 정확히 자원을 찾아냈다. 12월에는 네바다주 서부에서 ‘빅 블라인드(Big Blind)‘를 발견했다. 지표면에 아무 흔적도 없고 과거 탐사 이력도 전무한 곳에서, 깊이 820미터에 섭씨 121도의 지열 저장소를 확인한 것이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발견된 상업용 블라인드 지열 시스템이다.

공동창업자 겸 CTO인 조엘 에드워즈(Joel Edwards)는 “우리 모델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면 계속 성공한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며 “펌퍼니켈이 이것을 반복할 수 있다는 최신 증거”라고 말했다.

투자사들도 잔스카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스프링 레인 캐피털의 제이슨 스콧(Jason Scott) 파트너는 “전 세계적으로 안정적인 청정 전력 수요는 거의 무한하다”며 “잔스카는 지난 수십 년간 어떤 회사보다 많은 지열 이상 지역을 북미에서 찾아냈다”고 평가했다. 옵비어스 벤처스의 앤드류 비브(Andrew Beebe) 매니징 디렉터는 “지열은 기후 인프라이자 경쟁력 인프라”라며 “잔스카의 발견 속도와 규모는 지열이 주류 에너지원이 될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잔스카는 이번 자금으로 미국 서부에서 여러 지열발전소 건설에 착수한다. 향후 3~4년간 6개 발전소를 짓고, 2020년대 말까지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회사가 확보한 파이프라인은 최소 1기가와트 이상의 발전 용량을 지원할 수 있다.

zanskar ldg rig and plant - 와우테일

지열 시장의 치열한 경쟁

지열 에너지 시장에는 잔스카 외에도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들이 움직인다. 가장 대표적인 경쟁자는 퍼보 에너지(Fervo Energy)다. 퍼보는 2025년 12월 4억6200만 달러 시리즈E 투자를 유치했다. B 캐피털이 주도한 이번 라운드로 퍼보의 누적 투자액은 약 15억 달러에 달하며, 기업 가치는 14억 달러로 추정된다.

퍼보는 잔스카와 다른 길을 간다. 잔스카가 자연적으로 형성된 재래식 지열 자원을 찾는다면, 퍼보는 향상 지열 시스템(Enhanced Geothermal System, EGS)을 개발한다. EGS는 땅속 깊은 곳의 뜨거운 암석을 프래킹 기술로 파쇄해 인공 저장소를 만드는 방식이다. 지리적 제약이 적어 거의 어디서나 적용할 수 있다.

퍼보는 유타주에 세계 최대 규모의 차세대 지열 프로젝트 케이프 스테이션(Cape Station)을 건설 중이다. 1단계 100메가와트 용량 발전소가 2026년 10월 가동되고, 2028년까지 400메가와트가 추가로 공급된다. 케이프 스테이션은 최대 2기가와트까지 확장 승인을 받았다.

또 다른 주요 경쟁자는 세이지 지오시스템즈(Sage Geosystems)다. 세이지는 2026년 1월 9700만 달러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오맷 테크놀로지스(Ormat Technologies)와 카본 다이렉트 캐피털(Carbon Direct Capital)이 공동 주도했다.

세이지는 ‘압력 지열(Pressure Geothermal)’ 기술을 개발한다. 지구의 열과 압력을 모두 활용해 전력 생산, 에너지 저장, 직접 난방 세 가지 용도로 쓸 수 있다. 땅속 뜨거운 암석에 인공 지하 저장소를 만들어 뜨거운 물이 지구의 자연적 탄성으로 팽창하고 수축하게 만드는 원리다. 세이지는 2024년 8월 메타(Meta)와 파트너십을 맺고 로키산맥 동쪽 지역에 최대 150메가와트의 지열 베이스로드 전력을 공급하기로 했다.

세 회사의 접근법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AI와 데이터 센터 시대가 요구하는 24시간 안정적인 청정 전력을 겨냥한다는 점이다. 구글,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 센터 운영을 위해 탄소 배출 없이 날씨와 무관하게 항상 쓸 수 있는 ‘청정 확정 전력(clean firm power)’을 찾는다. 지열은 풍력이나 태양광과 달리 24시간 작동하고, 원자력보다 건설 기간이 짧다는 장점을 갖췄다.

미국 에너지부는 미국 내 재래식 지열 잠재력을 과소평가했다고 호이랜드는 지적한다. 20년 이상 된 연구 기반 추정치가 실제보다 10배 이상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열이 2050년까지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의 최대 15%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잔스카의 차별점은 비용과 속도다.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는 퍼보나 세이지와 달리, 잔스카는 이미 검증된 재래식 지열 기술을 쓴다. 프래킹을 사용하는 EGS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발전소 건설 방법도 이미 확립돼 있다. 문제는 자원을 찾는 것이었는데, AI가 그 문제를 풀었다.

호이랜드는 “발전소를 짓는 방법은 이미 알고 있다. 쿠키 커터처럼 거의 정형화돼 있다”며 “문제는 과거에 자원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서부 지역의 0.4%만 지열 탐사 시추가 이뤄졌다. 잔스카는 AI로 이 방대한 미개척 지역에서 자원을 찾아낸다.

잔스카는 현재 미국 서부에서 가장 큰 그린필드 재래식 지열 파이프라인을 보유한다. AI 기반 자원 모델링과 첨단 시추로 비용을 줄이고 개발 일정을 단축하며, 서부 전역에 산재한 수천 개 지역을 개발해 대규모 상시 가동 전력을 공급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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