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자석 재활용으로 희토류 자석 생산 ‘노비언’, 2.15억 달러 투자 유치


미국에서 폐자석 재활용 기술로 희토류 자석을 상업 생산하는 노비언 매그네틱스(Noveon Magnetics)가 2억 1,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원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One Investment Management)가 2억 달러를 투자하며 라운드를 주도했고, 이번 자금은 자동차·방산·AI·에너지 등 핵심 산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능력 확장에 집중 투입된다.

noveon magnetics - 와우테일

텍사스주 샌마르코스에 본사를 둔 노비언은 20여년 만에 희토류 자석 생산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온 기업 중 하나다. 소결형 네오디뮴철붕소(NdFeB) 희토류 자석을 상업적 규모로 생산하며, 자사 독점 기술인 ‘에코플럭스(EcoFlux)’를 활용해 폐자석을 포함한 다양한 원료로부터 고성능 자석을 생산한다.

노비언의 CEO이자 공동창업자인 스콧 던(Scott Dunn)은 “지난 12개월 동안 제너럴모터스(GM), ABB와 다년간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라이너스·솔베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LG전자·강원에너지와 함께 폐자석 재활용 순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이번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연 2,000톤 이상으로 확대하고 국내 완전 수직계열화 구조를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AI에 필수인 희토류 자석, 중국이 90% 장악

자석에도 종류가 있다. 냉장고 자석이나 스피커에 쓰이는 페라이트(세라믹) 자석은 철 산화물로 만들어 저렴하지만 자력이 약하다. 반면 전기차 모터, 풍력발전기, 방산 시스템,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건 희토류 자석이다. 네오디뮴·철·붕소로 만드는 이 자석은 일반 자석보다 2~7배 강력해서 같은 크기로 훨씬 큰 힘을 낼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이 이 희토류 자석 생산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해왔다는 점이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AI 인프라 투자가 폭발하면서 희토류 자석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망은 중국 손아귀에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폐자석을 녹여 더 강한 자석으로…’도시 광산’ 전략

노비언의 접근법은 독특하다. 광산에서 희토류를 캐내는 대신, 이미 쓰인 자석을 재활용한다. 폐전기차, 하드디스크, 각종 전자기기에서 자석을 회수해 새 자석을 만드는 ‘M2M(Magnet-to-Magnet)’ 기술이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희토류 자석을 만들려면 광산 채굴 → 희토류 분리 → 금속 생산 → 자석 제조라는 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각 단계마다 막대한 에너지가 들고 환경오염도 심각하다. 하지만 노비언은 이미 만들어진 자석을 원료로 쓰기 때문에 앞 단계를 통째로 건너뛴다. 에너지 사용량은 90% 이상 줄고, 놀랍게도 원본보다 더 강력한 자석이 나온다.

여기에 ‘GBE(Grain Boundary Engineering)’ 기술까지 더해진다. 일반 희토류 자석은 고온에서 자력이 약해지는데, 노비언의 자석은 소량의 희토류로도 고온에서 성능을 유지한다. 특히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중희토류 원소(디스프로슘 등) 사용량을 20% 이상 줄이면서도 성능은 오히려 더 좋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희토류 원소의 1% 미만만 재활용되고 있다. 매립지에 방치된 60만 톤 이상의 폐자석이 있는데, 노비언의 기술은 이 ‘도시 광산’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GM·ABB·LG와 손잡고 완전 순환 구조 구축

노비언은 최근 1년간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2025년 8월 제너럴모터스와 다년간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ABB와는 북미 모터 생산시설에 자석을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맺었다. ABB는 2025년 8월부터 월별 납품을 시작해 2026년 말까지 전체 물량을 노비언 자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특히 주목받는 건 LG전자·강원에너지와의 협력이다. 지난 1월 체결한 폐자석 재활용 협약은 LG제품에서 회수한 폐자석으로 새 자석을 만들어 다시 LG제품에 공급하는 완전한 순환 구조다. 강원에너지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한국에 신규 생산시설도 건설 중이다.

원료 공급망도 다각화했다. 호주의 라이너스 레어얼스(Lynas Rare Earths)와 벨기에 화학기업 솔베이(Solvay)로부터 경희토류·중희토류 원료 공급 계약을 확보해, 폐자석 재활용만으로 부족한 물량을 보충한다.

노비언의 샌마르코스 시설은 14만 5,000제곱피트(약 4,100평) 규모로, 연구개발부터 생산·조립·배송까지 모든 공정이 한곳에서 이뤄진다. 2024년 기준 연간 약 2,000톤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번 투자로 생산능력이 대폭 확대된다.

경쟁사와는 완전히 다른 전략…MP는 광산, 노비언은 재활용

미국 희토류 자석 시장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 중이지만, 업체들의 접근법은 제각각이다.

시장 1위인 MP 머티리얼스(MP Materials)는 전통적 방식을 택했다.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 광산에서 희토류를 채굴해 분리·정제한 뒤, 텍사스 포트워스 시설에서 자석을 만든다. 광산에서 자석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구조다. 2025년 7월 미 국방부와 10년간 연 7,000톤 규모의 자석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4억 달러 규모 투자를 받았으며, 애플과도 5억 달러 규모 장기 공급계약을 맺으며 연 1만 톤 생산능력 구축을 추진 중이다.

MP도 재활용에 관심은 있다. 자석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스크랩(전체의 20~30%)을 공정 내에서 재활용하고, 애플과 협력해 마운틴패스에 폐제품 재활용 라인을 신설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요 원료는 광산에서 나온다. 게다가 고성능 자석에 필요한 중희토류(디스프로슘, 터븀)는 마운틴패스 광산에 없어서 중국에서 수입해야 한다.

오클라호마주에서 자석 공장을 건설 중인 USA 레어얼스(USA Rare Earth)는 2026년 상반기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지만, 아직 매출이 없는 초기 단계다. 최근 영국 LCM을 인수하며 광산-자석 통합 전략을 강화했으나, 2028년까지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노비언의 차별점은 명확하다. 이미 가동 중인 상업 시설, 확보된 주요 고객사(GM·ABB·LG), 그리고 무엇보다 폐자석으로 더 강한 자석을 만드는 독보적 기술이다. MP가 규모로 승부한다면, 노비언은 순환경제와 기술력으로 틈새를 공략한다.

글로벌 투자사의 공급망 안보 베팅

이번 라운드를 주도한 원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2022년 설립된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로, 아부다비에 본사를 두고 런던·도쿄·뉴욕에 거점을 운영하며 약 100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한다. 다양한 자산군과 산업군에 걸쳐 유연한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CEO이자 공동창업자인 라지브 미스라(Rajeev Misra)는 “공급망 안보와 국내 제조 역량이 국가적 우선순위가 된 시점에 노비언은 희토류 자석 산업 리쇼어링을 주도할 독보적 위치에 있다”며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고 미국 희토류 자석 제조를 확장하는 데 필요한 기술력·운영 전문성·실행력을 갖췄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거래로 원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시리즈 C 우선주 이사 2명을 노비언 이사회에 선임한다.

노비언은 이전 2023년 5월 NGP와 아벤투린 파트너스(Aventurine Partners)가 주도한 7,500만 달러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한 바 있으며, 총 누적 투자액은 약 3억 달러를 넘어섰다. 골드만삭스가 이번 거래의 배치 대리인(placement agent)으로 참여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 AI 인프라 투자 가속, 풍력발전 확산 등으로 희토류 자석 시장은 수요 초과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노비언의 기술은 단순히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넘어, 도시 광산 개념을 현실화하며 지속가능한 제조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을 노비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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