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코어위브에 20억 달러 투자…2030년까지 5GW AI 팩토리 구축


AI 칩 제조의 절대강자 엔비디아(NVIDIA)가 클라우드 컴퓨팅 파트너 코어위브(CoreWeave)와 손을 더 깊이 맞잡았다. 두 회사는 27일(현지시간) 2030년까지 5기가와트(GW) 규모 이상의 ‘AI 팩토리’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협력 확대와 함께 엔비디아는 코어위브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 주당 87.20달러에 클래스A 보통주를 사들였는데, 이는 직전 금요일 종가(92.98달러)보다 할인된 가격이다.

nvidia coreweave - 와우테일

이번 투자는 엔비디아가 코어위브의 사업 모델과 성장 잠재력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코어위브 CEO이자 공동창업자인 마이클 인트레이터(Michael Intrator)는 “처음부터 우리 협력의 핵심은 간단했다. AI는 소프트웨어와 인프라, 운영이 함께 설계될 때 성공한다는 것”이라며 “엔비디아는 사전 학습부터 후처리까지 AI의 모든 단계에서 가장 많이 찾는 컴퓨팅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5기가와트가 얼마나 큰 규모인지 실감하기 어렵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기준으로 약 400만 가구가 1년간 쓸 전력량이다.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 CEO는 “AI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 구축이 시작됐다”며 “코어위브는 AI 팩토리 전문성과 플랫폼 소프트웨어, 실행 속도 면에서 업계가 인정하는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두 회사의 협력은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갈 예정이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의 최첨단 가속 컴퓨팅 기술로 AI 팩토리를 직접 개발하고 운영한다. 엔비디아의 자금력을 활용해 토지 확보, 전력 조달, 데이터센터 건물 구축 속도를 높인다. 코어위브가 자체 개발한 AI 소프트웨어 SUNK와 미션 컨트롤도 엔비디아의 참조 아키텍처에 통합될 수 있도록 테스트와 검증 작업을 진행한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을 가장 먼저 도입하는 특권도 누린다. 루빈(Rubin) 플랫폼, 베라(Vera) CPU, 블루필드(BlueField) 스토리지 시스템 등 여러 세대의 신제품을 조기에 배치해 경쟁사보다 앞서나갈 계획이다.

코어위브는 2017년 설립 이후 AI와 머신러닝을 위한 GPU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성장해왔다. 시작은 암호화폐 채굴이었지만, 2023년 ChatGPT가 촉발한 AI 붐을 기회로 삼아 사업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오픈AI(OpenAI), 메타(Meta) 같은 빅테크의 핵심 인프라 파트너가 됐다.

지난해 3월 나스닥에 상장한 코어위브는 주당 40달러로 IPO를 진행해 15억 달러를 끌어모았다. 기업가치는 약 230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IPO 가격은 당초 목표(47~55달러)보다 낮았지만, 이후 주가는 가파르게 올라 2025년 6월에는 주당 187달러까지 치솟았다. 시가총액이 600억 달러를 넘어선 시점이다. 최근에는 실행 리스크와 고객 집중도 우려로 주가가 조정받아 80~9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실적은 폭발적이다. 2024년 매출은 약 19억 달러였고, 2025년에는 8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회사는 내다보고 있다. 오픈AI와는 총 224억 달러 규모 계약을, 메타와는 142억 달러 계약을 맺어 장기 수익을 확보했다. 엔비디아와도 2023년 체결한 마스터 서비스 계약으로 63억 달러 규모 주문을 받았다.

이번 20억 달러 투자로 코어위브는 자금 여력이 더 늘어났다. 27일 오전 거래에서 주가는 12%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AI 인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지금,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은 양사 모두에게 이득이다.

GPU 클라우드 시장은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뉜다. AWS(아마존), 애저(마이크로소프트), GCP(구글), 오라클(Oracle) 같은 ‘하이퍼스케일러’가 한 축이다. 이들은 수십 가지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범용 클라우드 업체지만, AI 워크로드에서는 가격이 비싸고 대기 시간이 길다. 다른 한 축은 코어위브, 람다(Lambda), 크루소(Crusoe) 같은 ‘네오클라우드’다. GPU 컴퓨팅에만 집중하는 신생 업체들로, 하이퍼스케일러보다 최대 66% 저렴하게 GPU를 빌려준다.

흥미로운 점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코어위브의 고객이자 경쟁자라는 사실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어위브의 최대 고객이면서 애저로 GPU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한다. 네오클라우드는 하이퍼스케일러가 충족하지 못하는 AI 전용 수요를 파고든다. GPU 평가 전문 기관 SemiAnalysis는 코어위브를 유일한 플래티넘 등급으로 평가했고, 애저는 골드, AWS는 실버, GCP는 브론즈를 받았다.

같은 네오클라우드 카테고리 안에서 코어위브의 직접 경쟁자는 람다 랩스와 크루소다. 람다 랩스는 2025년 11월 TWG 글로벌 주도 시리즈E에서 15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누적 투자액은 23억 달러에 달하고, 2025년 5월 기준 매출은 5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크루소는 2025년 10월 시리즈E에서 13.75억 달러를 유치해 기업가치 100억 달러를 달성했다. 2024년 매출은 2.76억 달러였지만, 2025년에는 10억 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AI 클라우드 ‘람다’, 15억 달러 투자 유치로 ‘초지능 인프라’ 구축 본격화 

코어위브가 경쟁사를 앞서는 이유는 엔비디아와의 특별한 관계 덕분이다. 엔비디아는 코어위브에 최신 칩을 우선 공급하고, 투자자이자 고객으로서 다층적인 유대를 맺고 있다. 이번 20억 달러 추가 투자는 그 관계를 더욱 단단히 하면서, 코어위브가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필요한 자금까지 대준 셈이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엔비디아가 고객사에 투자하고, 그 고객사가 다시 엔비디아 제품을 대량 구매하는 순환 구조가 AI 업계 전반에 거품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이를 AI 기업 가치평가를 부풀리고 거품 우려를 키우는 ‘순환 금융 거래’의 전형이라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AI 인프라 수요는 당분간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형 언어모델(LLM) 훈련과 추론에 필요한 컴퓨팅 파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기업들의 AI 도입도 빨라지고 있다. 엔비디아와 코어위브의 이번 협력은 폭발하는 수요를 따라잡기 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시작점이다. AI 혁명의 토대가 되는 컴퓨팅 인프라 구축 경쟁은 이제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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