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에너지, AI로 전력 거래 중간단계 없앤다… 시리즈 B 7,500만 달러 유치


영국 전력 시장에서 중개상 없이 발전사와 기업을 AI로 직접 연결하는 스타트업 템에너지(tem.)가 시리즈 B 라운드에서 7,500만 달러를 유치했다.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Lightspeed Venture Partners)가 리드했고, 알비온VC(AlbionVC), 알리안츠(Allianz), 아토미코(Atomico), 히타치 벤처스(Hitachi Ventures), 레벤트(Revent), 슈로더스 캐피탈(Schroders Capital), 보이저 벤처스(Voyager Ventures) 등이 함께했다. 기업가치는 3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tem logo - 와우테일

템에너지는 2021년 런던에서 출발했다. CEO 조 맥도널드(Joe McDonald)를 비롯해 제이슨 스톡스(Jason Stocks), 바르토미에이 쇼스텍(Bartlomiej Szostek), 로스 매케이(Ross Mackay)까지 네 명의 공동창업자 모두 에너지 스타트업 라임점프(Limejump) 출신이다. 라임점프는 빅데이터로 영국 전력 시장을 혁신하다 2019년 셸(Shell)에 매각됐고, 맥도널드는 이 과정에서 포브스 유럽 30세 이하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12년 넘게 에너지 업계에서 일하며 체감한 문제의식은 분명했다. 전력이 발전사에서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브로커, 트레이딩 데스크, 유틸리티 등 5~6개의 중개 단계를 거치는데, 각 단계마다 마진이 쌓이면서 전기 요금이 불필요하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만 이 중간 비용이 연간 16억 5,000만 파운드에 이른다는 게 템에너지의 분석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템에너지가 만든 것이 AI 거래 엔진 ‘로소(Rosso)’다. 머신러닝과 대형언어모델(LLM)로 전력 수급을 예측하고, 초당 18억 건의 매칭을 처리하며 발전사와 기업 고객을 실시간으로 연결한다. 맥도널드는 이를 두고 “사람과 분산된 시스템, 노동 비용을 하나의 거래 인프라로 교체하는 것”이라며 “AWS나 스트라이프 같은 인프라 플레이”라고 표현했다. 궁극적으로는 누가 고객을 갖고 누가 발전을 하든 상관없이, 거래 인프라 자체를 장악하겠다는 구상이다.

처음에는 이 기술을 에너지 기업에 직접 판매하려 했지만 반응이 시원찮았다. 그래서 로소 위에 자체 유틸리티 서비스 ‘RED(Renewable Energy Direct)’를 올려 직접 고객을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RED는 도매 시장을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발전사와 기업을 바로 이어주는 일종의 ‘네오 유틸리티’다. 현재 영국 내 3,000곳 이상의 사업장이 RED를 쓰고 있으며, 패션 기업 부후 그룹(Boohoo Group), 프리미엄 토닉워터 브랜드 피버트리(Fever-Tree), 프리미어리그 소속 뉴캐슬 유나이티드 FC 등이 고객사다. 도매 시장 대비 최대 30%까지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맥도널드는 다만 RED의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어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장기적으로는 다른 유틸리티도 로소 엔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금은 호주와 미국 시장 진출에 쓰인다. 미국에서는 규제가 풀려 있고 전력 시장이 역동적인 텍사스를 첫 목표로 잡았다. 호주도 국가전력시장(NEM)의 결제 주기가 짧아지는 추세라 실시간 AI 최적화 기술이 먹힐 수 있는 환경이다. 맥도널드는 “수익성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여서 투자를 안 받아도 됐다”면서도 “우리는 그런 부류의 회사가 아니다,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직접 거래라는 전 세계 1조 달러 규모의 시장을 열겠다는 포부다.

AI로 전력 시장을 뒤흔들려는 움직임은 템에너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옥토퍼스 에너지(Octopus Energy) 산하 크라켄 테크놀로지스(Kraken Technologies)는 AI 기반 유틸리티 플랫폼으로 전 세계 6,000만 개 이상의 고객 계정을 관리하며, 2025년 12월 기업가치 약 86억 5,000만 달러에 분사했다.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그리드비욘드(GridBeyond)도 분산에너지 자원 관리 분야에서 2024년 시리즈 C 5,530만 달러를 유치한 바 있다. 다만 크라켄이 기존 유틸리티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모델이라면, 템에너지는 중간 거래 단계 자체를 제거하는 데 집중한다는 점에서 접근이 다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수록 전력 공급의 변동성은 커지고, 기존 수동 트레이딩 방식으로는 최적화가 어려워진다. 독립발전사업자들이 여러 시장에서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AI 실시간 거래 최적화는 경쟁 우위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템에너지의 이번 대규모 투자 유치는 AI 기반 전력 거래가 실험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인프라 경쟁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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