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가 신약을 만든다…예일·구글 연구팀의 창업, ‘셀타입’


셀타입(CellType)이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신약 개발 전 과정을 자율 수행하는 ‘에이전틱 제약회사(Agentic Drug Company)’를 선언하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2026년 겨울 배치(W26)에 공개 등장했다. 글로벌 10대 제약사들이 이미 먼저 손을 내밀며 협업에 나선 상황에서, 이 작은 스타트업이 내세우는 기술이 왜 빅파마의 시선을 끌었는지 주목된다.

celltype founders - 와우테일

신약 개발의 고질적 문제, AI로 뿌리를 건드리다

신약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평균 10년, $20억 이상의 비용이 든다. 문제는 그렇게 쏟아부은 시간과 돈에도 불구하고 임상시험에 진입한 약물 후보의 90%가 결국 실패한다는 점이다. 셀타입은 이 실패의 핵심 원인을 전임상 모델의 구조적 한계로 본다. 마우스나 세포주(cell line)가 실제 인간의 생물학적 반응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연구팀 전체가 수년을 투자해 사실상 ‘틀린 현실’을 기준으로 최적화 작업을 해온 셈이라는 것이다.

셀타입의 해법은 ‘AI 기반 가상 인간(Virtual Human)’이다. 인간 생물학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모델 위에서 실제 환자에게 약을 투여하기 전에 먼저 반응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표적 발굴, 독성 예측, 번역적 예측(translational prediction), 환자 층별화, 가상 임상까지 개발 전 단계에서 “이 약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질문에 실제 인간 데이터 기반의 답을 내놓겠다는 것이 이들의 비전이다.

비즈니스 모델도 기존 제약사와는 결이 다르다. 셀타입에서는 AI 에이전트가 문헌 탐색, 데이터 분석, 가설 생성, 실험 설계, 위탁 연구기관(CRO) 조율까지 R&D 전 과정을 자율 수행한다. 수백 명의 과학자가 수동으로 처리하던 작업을 AI가 엔드-투-엔드로 실행하고, 인간 연구자는 과학적 방향 설정에만 집중한다. 수십 년 걸리던 일을 몇 주 안에 끝내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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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l2Sentence: 세포를 언어로 가르친 모델

셀타입의 기술적 토대는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와 구글 리서치(Google Research),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공동 연구로 탄생한 ‘Cell2Sentence(C2S)’다. 핵심 아이디어는 단순하지만 파괴력이 있다. 생물학에도 언어처럼 구조와 문법이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 발현 프로파일을 문장으로, 세포 상태를 의미 단위로, 약물 반응을 일종의 번역으로 취급해 LLM이 세포 생물학을 ‘읽고 쓸’ 수 있게 만들었다. 기존 단세포 RNA 시퀀싱 데이터를 LLM이 처리할 수 있는 텍스트 형식으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이 연구는 2024년 세계 최고 권위의 머신러닝 학회인 ICML에서 공식 발표됐다. 이후 구글과 협력해 270억 파라미터 규모로 확장한 ‘C2S-Scale’을 개발했고,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가 X에 이 연구를 공유하며 700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 구글은 자사 블로그에서 “AI 과학의 이정표”라고 공식 평가했다.

알파폴드(AlphaFold)나 볼츠(Boltz) 같은 기존 AI 접근법이 단백질이라는 ‘부품’에 집중한다면, 셀타입은 세포·조직·미세환경·약물-세포 상호작용을 포괄하는 ‘기계 전체’를 모델링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셀타입을 이끄는 공동창업자 겸 CEO 다비드 반 다이크(David van Dijk) 박사는 예일대 의학부 및 컴퓨터과학과 부교수로, 피인용 횟수 1만 1,000회를 넘는 연구자다. Cell, Nature, ICML, NeurIPS 등 최상위 학술지에 논문을 지속적으로 게재해왔으며, 구글의 입사 제안을 고사하고 창업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공동창업자 이반 브르키크(Ivan Vrkic)는 예일에서 Cell2Sentence 핵심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ICML 논문을 공동 저술했으며,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대형강입자충돌기(LHC) 제어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과 바이오텍 스타트업에서 대규모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을 주도한 이력을 갖고 있다.

4,000개 약물을 스크리닝해 암 치료 신호를 찾다

셀타입이 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기술을 실제로 작동시켰다는 점이다. 팀은 4,000개 이상의 약물을 스크리닝해 ‘콜드 종양(cold tumor)’을 면역계가 인식할 수 있는 ‘핫 종양(hot tumor)’으로 전환할 수 있는 후보 약물을 예측했다. 콜드 종양은 면역계에 ‘투명한’ 상태로, 면역항암 치료가 통하지 않아 암 치료의 오랜 난제로 꼽힌다.

C2S-Scale 모델은 CK2 키나아제 억제제인 silmitasertib과 저용량 인터페론을 병용했을 때 항원 제시(antigen presentation) 효율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예일 연구팀이 인간 세포주와 실제 인간 종양 미세환경에서 직접 검증한 결과, 항원 제시 효율이 약 50% 증가했음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silmitasertib은 원래 다른 암 적응증 개발을 위해 연구되던 약물로, 이처럼 알려지지 않은 면역 조절 효과를 AI가 먼저 예측하고 실험이 이를 검증한 것이다. 모델이 한 번도 학습한 적 없는 세포 유형에서도 예측이 맞아떨어진 점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빅파마가 먼저 문을 두드렸다

셀타입은 글로벌 10대 제약사와 이미 협업을 진행 중이다. 놀라운 점은 모든 파트너십이 ‘인바운드’, 즉 제약사 측에서 먼저 연락해온 방식으로 성사됐다는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이 영업에 나서기도 전에 빅파마가 찾아온 배경에는 Cell2Sentence의 학술적 신뢰도, 구글 딥마인드와의 협업, 그리고 실제 암 치료 신호 발견이라는 실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celltype logo - 와우테일

치열해지는 AI 신약 개발 전쟁, 셀타입의 포지션은

AI 신약 개발 시장은 지금 그야말로 전쟁 중이다. 자금 규모도, 기술 접근법도 저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자금을 확보한 곳 중 하나는 이소모르픽 랩스(Isomorphic Labs)다. 구글 딥마인드에서 분사한 이 회사는 알파폴드 개발자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가 직접 이끌며, 2025년 3월 스라이브 캐피탈(Thrive Capital) 주도로 6억 달러를 조달했다. 일라이 릴리와 $17억, 노바티스와 $12억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저분자 신약 설계에 알파폴드를 적용하고 있다.

자이라 테라퓨틱스(Xaira Therapeutics)는 2024년 설립과 동시에 $10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등장했다. 젠엔테크(Genentech) 전 최고과학책임자와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 노벨상 수상 교수가 함께 만든 이 회사는 RFdiffusion 같은 단백질 설계 AI를 기반으로 자연에 없던 치료제를 설계하는 데 집중한다.

인시트로(insitro)는 스탠퍼드대 대프니 콜러(Daphne Koller) 교수가 창업했으며 $6억 이상을 조달했다. AI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결합해 실제 환자 세포를 모델링하고,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ristol Myers Squibb)와 ALS 치료제 개발을 위한 $20억 규모 파트너십을 진행 중이다.

인실리코 메디신(Insilico Medicine)은 AI로 신약 표적 발굴부터 임상시험 예측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Pharma.AI 플랫폼을 운영한다. 2025년 시리즈 E로 $1억 1,000만을 조달했고, AI로 설계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 후보물질 rentosertib의 임상 2상을 완료해 업계에서 가장 앞선 임상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리커전 파마슈티컬스(Recursion Pharmaceuticals)는 2025년 엑사이언티아(Exscientia)를 약 $7억에 인수해 통합 플랫폼을 갖췄다. 대규모 세포 이미징 데이터와 AI를 결합한 표현형 스크리닝(phenotypic screening)으로 신약 후보를 찾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Flagship Pioneering)에서 탄생한 릴라 사이언시스(Lila Sciences)는 2025년 총 $5억 5,000만을 조달하며 ‘과학적 초지능(scientific superintelligence)’을 표방하고 나섰다. 시드 라운드에서만 2억 달러를 유치했다.

이들과 비교할 때 셀타입의 차별점은 명확하다. 대부분의 경쟁자들이 단백질 구조 예측이나 소분자 화학 최적화에 집중하는 반면, 셀타입은 단세포 RNA 데이터를 언어 모델로 처리해 세포·조직·미세환경 수준의 생물 시스템 전체를 모델링한다. 이는 임상 실패의 핵심 원인인 ‘전임상-임상 간 번역 가능성(translatability)’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접근이다. 단백질 수준의 예측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세포 맥락, 주변 환경, 면역 반응까지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AI 신약 개발 분야는 2025년 AI 설계 신약의 IND(임상시험계획) 신청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빠르게 성숙하고 있다. FDA도 같은 해 1월 AI 기반 신약 개발에 대한 최초의 종합 규제 가이드라인 초안을 내놨다. 셀타입은 예일-구글 딥마인드라는 학술적 레거시와 YC W26 배치를 발판으로, 이 거대한 레이스에 합류했다. 초기 스타트업이지만 빅파마가 먼저 찾아온다는 사실이 이들의 현재 위치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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