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역대 최대 1,100억 달러 조달…아마존과 손잡고 AI 인프라 판 흔든다


챗GPT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만 해도 AI 경쟁의 핵심은 모델의 성능이었다. 어느 회사가 더 똑똑한 AI를 만드느냐가 승패를 갈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모델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을 굴릴 컴퓨팅 인프라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GPU를 얼마나 확보하느냐,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빨리 짓느냐가 실질적인 전쟁터가 됐다. 빅테크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픈AI(OpenAI)가 2026년 2월 27일, 민간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유치 소식을 발표했다. 아마존(Amazon) 500억 달러, 엔비디아(NVIDIA) 300억 달러, 소프트뱅크(SoftBank) 300억 달러 등 세 곳에서만 총 1,100억 달러를 끌어모았다. 프리머니 기준 기업가치는 7,300억 달러, 조달액을 포함한 포스트머니 기준으로는 8,400억 달러에 달한다. 라운드는 아직 열려 있고, 추가 투자자들이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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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어디서든 일어나고 있고, 세계 경제 전반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 수요를 감당하려면 전 세계가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함께 확보해야 합니다.” 오픈AI의 샘 알트만(Sam Altman) CEO가 투자 발표 직후 CNBC에 출연해 한 말이다.

아마존, 돈만 넣은 게 아니다

이번 라운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아마존이다. 단일 회사에 투자한 금액으로는 아마존 역사상 최대다. 초기 150억 달러를 먼저 집행하고,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수개월 안에 나머지 350억 달러가 뒤따른다.

그런데 아마존의 역할이 투자자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양사는 투자와 동시에 다년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미 지난해 11월 380억 달러 규모로 체결했던 AWS 인프라 이용 계약을 향후 8년에 걸쳐 1,000억 달러 더 늘리기로 했다. 총 협력 규모가 1,400억 달러에 육박한다. 오픈AI는 이 인프라를 기반으로 아마존의 자체 AI 칩인 트레이니엄(Trainium)을 2기가와트(GW) 규모로 활용할 계획이다. 2027년 공급 예정인 차세대 칩 트레이니엄4도 이 계약에 포함된다.

기술 협력의 핵심은 ‘스테이트풀 런타임 환경(Stateful Runtime Environment)’이다. 아마존 베드록(Amazon Bedrock) 위에서 동작하는 이 환경은 AI 에이전트가 이전 작업의 맥락을 그대로 이어받아 복잡한 장기 과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용자가 질문을 던지면 그때그때 독립적으로 응답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에이전트가 프로젝트를 기억하고 다음 단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 오픈AI는 이를 “프론티어 모델 활용의 다음 세대”라고 표현하며, 수개월 안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WS는 오픈AI 기업용 플랫폼 ‘프론티어(Frontier)’의 유일한 제3자 클라우드 유통 파트너도 맡는다. 프론티어는 기업들이 AI 에이전트 팀을 구성해 실제 업무 시스템에 투입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아울러 양사는 아마존의 고객 서비스에 특화된 맞춤형 AI 모델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앤디 재시(Andy Jassy) 아마존 CEO는 “오픈AI 모델을 AWS에서 돌리고 싶다는 개발자와 기업이 넘쳐난다”며 “스테이트풀 런타임 환경은 AI 앱과 에이전트를 만드는 고객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도 300억 달러로 지분 확보

엔비디아도 이번 라운드에 300억 달러를 태웠다. AI 칩 시장의 절대 강자가 자사 최대 고객 중 하나에 재무적으로 직접 연결되는 셈이다. 오픈AI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시스템 베라 루빈(Vera Rubin)에서 추론용 3GW, 학습용 2GW의 전용 컴퓨팅 용량을 확보한다. 다만 이번 300억 달러 투자가 지난해 9월 보도됐던 최대 1,000억 달러 투자 논의를 대체하는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빠졌지만, 관계는 유지

이번 라운드에서 오픈AI의 기존 핵심 후원자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참여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두 회사 사이가 틀어진 것 아니냐’는 시선이 쏠렸다. 양사는 발표 당일 공동 성명을 내고 선을 그었다. “오늘 발표는 2025년 10월에 맺은 파트너십 조건을 어떤 식으로도 바꾸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지난해 10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관계를 새롭게 정리했다. 오픈AI가 공익법인(PBC)으로 전환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약 1,350억 달러 가치의 지분 27%를 보유하게 됐고, 오픈AI는 추가로 2,500억 달러 규모의 애저(Azure) 이용 계약을 맺었다.

기술적인 역할 분담은 이렇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는 오픈AI의 스테이트리스(stateless) API, 즉 단발성 AI 요청의 클라우드 독점 제공자 지위를 계속 유지한다. 아마존이 맡는 스테이트풀 에이전트 환경과는 영역이 다르다. 오픈AI의 자사 제품 프론티어도 애저에서 계속 운영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IP 독점 라이선스와 수익 공유 약정도 그대로다. 아마존 같은 제3자와의 협력에서 발생하는 수익도 기존 계약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 몫이 나온다.

기업용 AI 시장, 앤스로픽을 넘어서야

이번 초대형 투자에는 치열해지는 경쟁 구도도 한몫한다. 소비자 시장에서 구글의 제미나이(Gemini)가 바짝 추격해오는 가운데, 기업용 AI 시장에서는 클로드를 앞세운 앤스로픽(Anthropic)이 오픈AI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 앤스로픽은 지난 2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300억 달러를 조달해 기업가치 3,80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에 오픈AI에 투자한 엔비디아와 아마존은 앤스로픽에도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빅테크들이 경쟁사들에 동시에 베팅하는 ‘순환 투자’ 구조가 AI 생태계의 현주소다.

오픈AI는 2030년까지 소비자와 기업 부문에서 각각 약 1,400억 달러, 총 2,8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챗GPT 주간 활성 사용자는 이미 9억 명을 넘었고, 유료 소비자 구독자도 5,000만 명을 돌파했다. AI 코딩 도구 코덱스(Codex)의 주간 사용자도 연초 대비 세 배 넘게 늘어 160만 명에 이른다.

이번 자금 조달로 오픈AI 비영리 재단이 보유한 오픈AI 그룹 지분 가치는 1,8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오픈AI는 2030년까지 AI 컴퓨팅에 총 6,0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연내 기업공개(IPO)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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