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데이터 10억 시간의 힘… 에잇슬립, 15억 달러 가치에 5천만 달러 투자유치


에잇슬립(Eight Sleep)이 테더 인베스트먼트(Tether Investments) 주도의 전략적 투자 라운드에서 5천만 달러를 조달하며 기업가치 15억 달러를 달성했다고 3월 4일 발표했다. 지난해 8월 1억 달러 시리즈 D를 마무리한 지 반년 만에 후속 라운드를 잇달아 성사시킨 것으로, 누적 투자금은 3억 1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Eight Sleep Pod Temp Change Deep Sleep - 와우테일

사람은 일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낸다. 그럼에도 수면을 개선하는 기술 혁신은 오랫동안 변방에 머물렀다. 에잇슬립은 바로 이 공백을 겨냥해 2014년 뉴욕에서 출발했다. 핵심 제품인 스마트 매트리스 커버 ‘팟(Pod)’은 수면 단계, 심박수, 심박변이도(HRV)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침대 온도와 높낮이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AI와 생체 데이터를 결합한 이 방식으로 현재 34개국에서 제품을 판매 중이며, 누적 매출은 5억 달러를 넘어섰다. 2025년에는 처음으로 잉여현금흐름(FCF)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공동창업자 겸 CEO 마테오 프란체스케티(Matteo Franceschetti)는 이탈리아 출신이다. 페라라 대학교에서 법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글로벌 로펌에서 금융 분야 변호사로 일하다 30세 이전에 클린테크 스타트업 두 곳을 잇달아 창업해 엑시트했다. 에잇슬립의 아이디어는 단순한 의문에서 비롯됐다. “우주선은 재사용이 되는데, 왜 나는 아직도 1960년대에 만들어진 메모리폼 위에서 자고 있는가.”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에 세 차례 탈락하고 수많은 투자자에게 퇴짜를 맞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며 사업 모델을 갈고닦아 결국 팟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번 투자의 방향은 단순한 수면 개선을 넘어선다. 에잇슬립은 지금까지 35개국 이상 사용자에게서 수집한 수면 데이터 10억 시간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잠든 후 상황에 반응하는 기존 방식 대신 수면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환경을 최적화하는 예측형 AI 에이전트를 개발 중이다. 시스템은 방 온도, 늦은 운동, 과식, 스트레스 수준 등 수천 가지 변수를 시뮬레이션해 사용자가 침대에 눕기 전 가장 좋은 조건을 만들어낸다. 낮 시간 AI 가이던스를 제공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에서는 참여자의 절반 가까이가 운동 타이밍, 카페인 섭취, 취침 시간을 실제로 바꾸는 행동 변화를 보였다.

임상 성과도 눈에 띈다. 최근 두 편의 동료 심사 연구에서 팟이 폐경기 여성의 안면 홍조를 56% 줄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소비자 기기 중 처음으로 수면 중 신체의 자연적인 일주기 체온 리듬을 회복시켜 심혈관 회복 지표를 개선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여기서 더 나아가 에잇슬립은 현재 수면 무호흡 감지·완화 기능에 대한 FDA 허가 신청도 추진 중이다. 승인이 이뤄지면 팟은 웰니스 기기를 넘어 규제 의료 플랫폼으로 격상된다.

프란체스케티 CEO는 “수면은 시작에 불과했다”며 “매일 밤 신체를 더 깊이 이해하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투자는 그 기술을 침실 밖 건강의 모든 영역으로 넓힐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달 자금은 예측 모델 R&D 고도화, 임상 시험 및 규제 승인 경로 확보, 핵심 시장 파트너십 확대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슬립테크 시장의 경쟁은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스마트 링 분야에서는 오우라(Oura)가 지난해 10월 피델리티 주도의 9억 달러 시리즈 E로 기업가치 110억 달러를 달성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오우라는 2025년 매출 10억 달러 돌파를 전망한다. 온도 조절 매트리스 영역에서는 벳젯(BedJet) 칠패드(Chillpad)가 경합하고, 회복 트래킹 분야에서는 훕(WHOOP)이 구독 모델로 운동선수 시장을 공략 중이다. 에잇슬립이 이들과 구분되는 지점은 착용 없이도 매일 밤 생체 데이터를 수집하는 비웨어러블 방식이다. F1 드라이버 샤를 르클레르(Charles Leclerc), 테니스 선수 테일러 프리츠(Taylor Fritz) 같은 세계 정상급 운동선수들이 팟을 실제로 쓴다는 사실이 이 차별점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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