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항공우주 하드웨어 데이터 플랫폼 노미널, 8천만 달러 투자 유치하며 유니콘 등극


노미널(Nominal)은 방산·항공우주 분야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팀을 위한 통합 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로켓 엔진 점화, 위성 열진공 챔버 검증, 잠수함 탑재 부품 수락 시험까지 —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하드웨어 시스템을 만드는 엔지니어들이 여전히 수십 년 된 스프레드시트와 자체 제작 스크립트에 의존하고 있다. 테라바이트 단위의 센서 데이터와 텔레메트리 로그가 매일 쏟아지지만, 이를 통합 분석할 현대적 인프라는 없었다. 방위산업의 연구개발 예산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도구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Nominal logo - 와우테일

노미널이 해결하려는 것이 바로 이 문제다. 회사의 핵심 미션은 하드웨어 테스트와 운용 전 과정을 아우르는 ‘데이터 공급망(data supply chain)’을 현대화하는 것이다. 계측기에서 데이터를 수집·구조화하고 검색·분석·보고까지 가능하게 하는 통합 플랫폼을 제공한다. 주력 제품은 두 가지다. 텔레메트리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분석하는 ‘노미널 코어(Nominal Core)’, 그리고 하드웨어-인-더-루프(HIL) 테스트 자동화와 엣지 처리를 지원하는 ‘노미널 커넥트(Nominal Connect)’다.

회사를 이끄는 공동창업자는 세 명이다. CEO 캐머런 맥코드(Cameron McCord)는 미 해군 핵잠수함 장교 출신으로, 방산 테크 기업 안두릴(Anduril)과 자율 수상선 개발사 세일드론(Saildrone)을 거쳤다. 브라이스 스트라우스(Bryce Strauss)는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우주 사업부 출신 시스템 엔지니어로, 목성·화성 궤도 위성 개발에 참여했고 미국 최초의 소행성 샘플 귀환 임무인 오시리스-렉스(OSIRIS-REx) 프로젝트를 함께 이끌었다. 제이슨 호크(Jason Hoch)는 팔란티어(Palantir)에서 5년간 대규모 데이터 제품 개발을 담당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이다. 세 사람은 각자의 현장 경험에서 동일한 문제를 발견하고, 자신들이 원했던 도구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노미널은 3월 5일 8천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익스텐션 라운드를 마무리하며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가 이번 라운드를 주도했고, 시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 제너럴 캐탈리스트(General Catalyst), 럭스 캐피털(Lux Capital), 레드 글래스(Red Glass), 라이트스피드(Lightspeed)가 기존 투자자로 함께 참여했다. 이번 라운드는 2025년 6월 시쿼이아 캐피털 주도로 완료한 7,500만 달러 시리즈 B에 더해진 추가 조달이며, 누적 투자 유치액은 약 1억 5,5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번 투자는 노미널이 먼저 나선 것이 아니었다. 파운더스 펀드의 파트너이자 안두릴 공동창업자인 트레이 스티븐스(Trae Stephens)가 먼저 제안을 가져왔다. 스티븐스는 파운더스 펀드 포트폴리오사와 안두릴 엔지니어링 팀 전체가 각자 독립적으로 노미널을 핵심 인프라로 채택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파운더들이 툴링에 합의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복수의 포트폴리오사와 안두릴 엔지니어팀 모두가 노미널이 필수 인프라가 됐다고 말했을 때, 선택은 명확했다”고 그는 밝혔다.

성장 속도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시리즈 B 이후 약 10개월 만에 매출은 7배 증가했고, 임직원 수는 세 배 이상 늘어 현재 135명이 오스틴, 뉴욕,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D.C., 런던 5개 도시에서 근무하고 있다. 세계 5대 방산 기업 중 4곳이 노미널 플랫폼을 도입했으며, 전 세계 60개 이상의 조직이 핵심 하드웨어 프로그램에 노미널을 활용하고 있다.

Nominal core - 와우테일

맥코드 CEO는 이번 자금을 세 가지 방향으로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첫째, 노미널 코어와 커넥트의 개발 속도를 높이고 AI 역량을 강화한다. 고객들이 플랫폼 안에 쌓아온 수년간의 엔지니어링 데이터와 분석 경험이 AI와 결합될 때 비로소 실질적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둘째, 유기적 성장과 전략적 인수합병을 병행한다. 이미 런던 사무소를 열어 유럽 수요에 대응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 기술력 있는 기업을 인수해 하드웨어 데이터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셋째, 기존 항공우주·방산을 넘어 자동차, 에너지, 제조, 로보틱스 등 물리적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운용하는 모든 산업으로 서비스를 넓힌다.

경쟁 환경도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항공우주·방산 하드웨어 운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SpaceX·NASA 출신이 창업한 엡실론3(Epsilon3)가 유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절차 관리·테스트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앞세워 NASA, 블루 오리진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럭스 캐피털 등으로부터 누적 1,890만 달러를 조달했다. AI 기반 산업 자동화 플랫폼인 파이드라(Phaidra)는 2025년 10월 5천만 달러 투자를 유치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시장은 재산업화(reshoring), 방산 지출 확대, 물리적 AI의 부상이라는 세 가지 거대한 흐름 속에서 급속히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차 양산, 핵융합로 가동, 극초음속 무기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는 시대에, 이를 뒷받침할 테스트·운용 인프라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졌다. 노미널은 앞으로 50년간 하드웨어 기업들이 의존할 산업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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