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의 ‘연결 병목’을 빛으로 해결…에이어랩스, 5억 달러 투자 유치


ChatGPT 같은 AI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의 규모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대형 AI 모델 하나를 학습시키려면 GPU 수천 개를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처럼 묶어서 동시에 돌려야 한다. 이때 핵심 과제는 단순히 GPU를 많이 쌓는 것이 아니라, 이 GPU들이 서로 빠르게 대화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다.

IntelAyarLabs - 와우테일

현재 데이터센터에서 GPU를 연결하는 케이블은 구리선이다. 구리선은 안정적이고 저렴하지만, AI 연산 규모가 커질수록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첫째는 속도 한계다. 구리선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데이터의 양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는데, 수천 개 GPU가 쉼 없이 데이터를 교환해야 하는 AI 학습 환경에서는 이 한계가 금세 드러난다. 둘째는 전력 낭비다. 전기 신호가 구리선을 통과할 때 열이 발생하고, GPU가 많을수록 이 열을 식히는 데도 막대한 전력이 추가로 든다. 실제로 최신 AI 데이터센터에서 인터커넥트(칩 간 연결)가 소비하는 전력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어, 업계에서는 이를 ‘AI의 전력 장벽’이라 부른다.

이 문제를 광학으로 해결하려는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받고 있다. 코패키지드 옵틱스(Co-Packaged Optics, CPO) 솔루션 기업 에이어 랩스(Ayar Labs)는 뉴버거 버먼(Neuberger Berman) 주도로 5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E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CPO는 빛(광신호)을 이용해 칩과 칩 사이의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구리선 대신 광섬유처럼 빛으로 신호를 전달하면, 같은 전력으로 훨씬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보낼 수 있고 열도 훨씬 적게 난다.

이번 라운드에는 ARK 인베스트(ARK Invest), 인사이트 파트너스(Insight Partners), 카타르 투자청(Qatar Investment Authority, QIA), 세쿼이아 글로벌 에쿼티(Sequoia Global Equities), 1789 캐피탈(1789 Capital) 등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신규 참여했다. 기존 전략적 투자자인 AMD와 엔비디아(NVIDIA)에 더해 알칩 테크놀로지스(Alchip Technologies), 미디어텍(MediaTek)도 이번 라운드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에이어 랩스의 누적 투자액은 8억 7천만 달러, 기업 가치는 37억 5천만 달러로 올라섰다.

에이어 랩스는 2015년 MIT와 UC 버클리에서 포토닉스(광학) 기술을 연구하던 팀이 창업한 회사다. CEO이자 공동창업자인 마크 웨이드(Mark Wade)는 창업 전 세계 최초로 빛으로 통신하는 프로세서의 광학 설계를 이끈 인물로, 에이어 랩스 설립 이후 CTO를 거쳐 2023년 말 CEO로 올라섰다. 그는 “AI 인프라가 인터커넥트 비효율로 인한 전력 장벽에 부딪히고 있으며, 대역폭 수요가 폭증하면서 구리가 AI 처리량을 옥죄는 병목이 되고 있다”며 CPO가 이 한계를 돌파할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에이어 랩스의 핵심 제품은 ‘TeraPHY™ 광학 엔진’이다. 칩 패키지 안에 광학 소자를 직접 집어넣어(co-package), GPU나 AI 가속기 칩이 구리선 대신 빛으로 바로 통신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수천 개의 GPU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이 광학 엔진은 주요 가속기·스위치 업체들이 이미 사용하는 표준 제조·패키징 방식과 호환되도록 설계되어, 고객사가 기존 설계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도입할 수 있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신뢰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리드 투자자인 뉴버거 버먼은 이사회 옵저버 자리를 맡아 에이어 랩스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에이어 랩스는 2025년 9월 알칩, TSMC와 3자 파트너십을 맺고 TeraPHY 광학 엔진을 알칩의 ASIC 및 첨단 패키징 기술과 결합한 CPO 솔루션을 공동 개발 중이다. 이번에 알칩과 미디어텍이 직접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이 협력 관계는 더욱 단단해졌다.

조달한 자금은 대량 생산 및 테스트 역량 확충, 글로벌 거점 확대(대만 신주 오피스 포함), 생태계 파트너십 강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 분야의 경쟁 구도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와우테일이 앞서 AI 반도체 시장 동향에서 소개한 바 있는 라이트매터(Lightmatter)는 2024년 10월 시리즈D로 4억 달러를 조달하며 기업 가치 44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3D 스택 포토닉 인터포저라는 독자적인 방식으로 에이어 랩스와 정면 경쟁 중이다. 또 다른 경쟁자였던 셀레스티얼 AI(Celestial AI)는 2026년 2월 반도체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 32억 5천만 달러에 인수되며 시장에서 퇴장했다. M&A로 경쟁자 하나가 줄어든 가운데, 에이어 랩스는 AMD·엔비디아를 투자자이자 파트너로 두고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입지를 가지고 있다.

에이어 랩스의 이번 투자 유치는 AI 인프라 경쟁이 GPU 성능 경쟁을 넘어, 칩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의 싸움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광학 인터커넥트가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는 흐름 속에서, 에이어 랩스가 양산 체제를 얼마나 빠르게 갖추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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