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두, 2.3억 달러 투자유치…AI 시대 맞춤 네트워크 스위치로 엔비디아에 도전


AI 모델이 커질수록 GPU는 넘쳐나지만, 이 GPU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GPU와 메모리 대역폭은 해마다 10배씩 성장하는데, 기존 데이터센터 스위치는 같은 기간 2~3배 개선에 그친다. 수천 개의 GPU가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는 AI 훈련 환경에서는 이 격차가 고스란히 병목이 된다. 에리두(Eridu)는 바로 이 문제를 겨냥해 2024년 조용히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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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두는 지난 10일 스텔스를 공식 해제하면서 총 2억 3천만 달러의 투자유치를 공개했다. 앞서 진행된 약 3천만 달러 규모의 시드 라운드에 이어, 이번에 초과 청약으로 마감된 시리즈 A가 2억 달러 이상을 더했다. 소크라테스 파트너스(Socratic Partners), 전설적 벤처 투자자 존 도어(John Doerr), 허드슨 리버 트레이딩(Hudson River Trading), 캐프리콘 인베스트먼트 그룹(Capricorn Investment Group), 매터 벤처 파트너스(Matter Venture Partners)가 이번 라운드를 주도했다. 보쉬 벤처스(Bosch Ventures), 이클립스 캐피탈(Eclipse Capital), 미디어텍(MediaTek), SBVA, TDK 벤처스(TDK Ventures), TSMC의 투자 법인인 벤처테크 얼라이언스(VentureTech Alliance) 등도 이름을 올렸다.

에리두가 만드는 건 AI 데이터센터용 네트워크 스위치 시스템이다. 기존 제품을 개량하는 대신, 실리콘부터 완전히 새로 설계하는 ‘클린시트’ 접근법을 택했다. 현재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수십 개의 스위치가 계층적으로 쌓이며 데이터가 여러 홉을 거쳐 이동하는데, 이 구조 자체가 지연과 비효율을 만든다는 게 회사의 진단이다. 에리두의 고래딕스(high-radix) 스위치는 기존 스위치 30개를 한 대로 대체하고, 수천 개 GPU를 단일 홉으로 묶는 스케일업 도메인을 구현하며, 더 나아가 수백만 GPU 규모의 스케일아웃까지 지원한다. 자본 지출을 최대 50%, 네트워킹 전력 소모는 최대 70%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TSMC와는 선단 공정 기술 및 고급 패키징 파트너십을 맺었다.

회사를 이끄는 CEO 겸 공동창업자 드루 퍼킨스(Drew Perkins)는 말 그대로 인터넷과 함께 자란 엔지니어다. 1980년대 카네기멜론 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IP 프로토콜 개발에 참여했고, 오늘날 인터넷의 기반인 포인트-투-포인트 프로토콜(PPP)을 직접 만들었다. 이후 공동 창업한 라이테라 네트웍스(Lightera Networks)를 1999년 시에나(Ciena)에 5억 달러 이상에 팔았고, 2001년에는 인피네라(Infinera)를 공동 창업해 상장으로 이끌었다. 인피네라는 2025년 노키아(Nokia)에 23억 달러에 인수됐다.

존 도어는 퍼킨스의 이전 회사에도 투자한 인연이 있는데, 이번에도 웬 시에(Wen Hsieh) 매터 벤처 파트너스 파트너의 소개로 합류했다.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고 퍼킨스는 당시를 회고했다. 공동창업자 오마르 하센(Omar Hassen) CPO는 브로드컴(Broadcom), 마벨(Marvell) 등에서 네트워킹 칩 설계를 담당한 반도체 전문가다. 세 번째 공동창업자 마이크 카푸아노(Mike Capuano)는 시스코(Cisco), 인피네라를 거쳐 2022년 아리스타 네트웍스(Arista Networks)에 인수된 플루리버스 네트웍스(Pluribus Networks) 출신의 마케팅·사업개발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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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이름 ‘에리두’는 인류 역사에 기록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도시에서 따왔다. AI 네트워킹의 새 출발점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에리두가 뛰어드는 시장은 이미 대형 플레이어들이 판을 짜고 있다. 브로드컴(Broadcom), 시스코, 엔비디아(NVIDIA)가 주요 경쟁자다. 엔비디아의 스펙트럼-X(Spectrum-X)는 AI 이더넷 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하며 아리스타 네트웍스(Arista Networks)를 바짝 추격 중이고, 시스코도 자체 설계 칩 실리콘 원(Silicon One)을 앞세워 2026 회계연도 AI 인프라 매출 목표를 3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스타트업들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AI 네트워킹 스위치를 개발하는 넥스트홉 AI(Nexthop AI)는 최근 42억 달러 기업가치에 5억 달러를 유치했고, 업스케일 AI(Upscale AI)는 엔비디아 NVSwitch를 대체할 스케일업 칩 개발로 2억 달러 시리즈 A를 확보했다. AI 네트워킹 시장은 2030년까지 연간 2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리두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점진적 개선이 아닌 아키텍처의 전환’이다. 퍼킨스 CEO는 “AI 데이터센터 네트워킹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같은 구조 위에서 조금씩 고쳐서는 한계에 부딪힌다”고 말했다. 하센 CPO 역시 칩렛 기반 설계와 첨단 패키징 기술로 기존 업체들이 도달할 수 없는 성능 수준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분석업체 세미어낼리시스(SemiAnalysis)의 창업자 딜런 패텔(Dylan Patel)은 에리두를 두고 “AI 가속 컴퓨팅이 요구하는 차세대 인터커넥트 규모를 실현할 팀과 비전을 갖춘 첫 번째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에리두는 이번 투자금으로 제품 개발을 완성하고, 하이퍼스케일러, 네오클라우드, 소버린 클라우드 사업자를 첫 고객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세부 기술 사양과 파트너십 발표는 2026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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