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엔비디아와 자율주행 전면 협력


현대자동차(Hyundai Motor)와 기아(Kia)가 엔비디아(NVIDIA)와의 자율주행 파트너십을 전면 확장한다. 엔비디아는 16일(현지시간) GTC 2026에서 현대차·기아와 NVIDIA DRIVE 하이페리온(Hyperion) 플랫폼 기반 협력 확대를 공식 발표했다. 양산 차량에 레벨2 이상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하고,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Motional)을 통해 레벨4 로보택시 서비스도 함께 추진한다.

hyundai kia nvidia - 와우테일

이번 발표는 단순한 기술 파트너십을 넘어,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수년간 추진해온 ‘자체 기술 내재화’ 노선이 사실상 막을 내리고, 엔비디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외부 협력 중심’ 체제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그 배경에는 포티투닷(42dot)의 뼈아픈 실패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당시 네이버 CTO 출신 송창현 대표가 설립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4,200억원에 인수한 뒤, 3년간 총 2조1,504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테슬라·메르세데스-벤츠·BMW 등 경쟁사들이 레벨2 이상의 자율주행 기능을 양산차에 속속 탑재하는 동안, 포티투닷은 페이스카(소량 테스트 차량)조차 공개하지 못했다. 특히 송창현 전 사장이 라이다(LiDAR) 센서를 배제하고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을 고집한 기술 방향이 도마에 올랐고, 하드웨어 중심의 현대차 기존 조직과 끊임없이 충돌했다. 결국 2025년 12월, 송창현 사장은 “레거시 산업과 수없이 충돌했다”는 말을 남기고 정의선 회장과의 면담 후 전격 사임했다. 정의선 회장은 그 직후 공개 석상에서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이 테슬라 등 경쟁사에 뒤처져 있다고 직접 인정했다.

후임으로 현대차그룹이 낙점한 인물은 전직 엔비디아 부사장 박민우 사장이다. 2026년 1월 13일 공식 선임된 박 사장은 테슬라에서 오토파일럿 개발에 참여해 ‘테슬라 비전(Tesla Vision)’을 설계한 뒤, 엔비디아로 옮겨 9년간 자율주행 인지(Perception) 기술 조직을 이끌었다. 엔비디아 재직 시절에는 젠슨 황(Jensen Huang) CEO와 직접 소통하는 20~30명 극소수 임원 중 한 명이었으며, 직전까지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AI 모델 코스모스(Cosmos) SDG 제품 총괄 부사장을 맡았다. 업계에선 박 사장의 현대차 합류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APEC 계기 서울 회동, CES 2026 연속 회동을 통해 다져온 ‘자율주행 동맹’의 결과물로 보고 있다.

박 사장이 공들여 다뤄온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은 단일 제품이 아니라 클라우드부터 차량까지 아우르는 풀스택(Full-Stack) 생태계다. 크게 다섯 층으로 나뉜다. 먼저 AI 학습 인프라는 데이터센터용 슈퍼컴퓨터 ‘DGX’로 자율주행 AI 모델을 대규모로 훈련한다. 두 번째 시뮬레이션 레이어에서는 ‘옴니버스(Omniverse)’와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AI 플랫폼 ‘코스모스(Cosmos)‘가 가상 환경에서 실도로와 거의 동일한 시뮬레이션을 구현해 수백만 시간치 데이터를 생성한다. 세 번째는 차량 탑재 컴퓨팅으로, 자율주행용 SoC(시스템 반도체) ‘DRIVE AGX 토르(Thor)’와 이를 구동하는 안전 인증 운영체제 ‘DriveOS’가 실제 차량에서 AI 추론을 담당한다. 네 번째가 이번 파트너십의 핵심인 ‘DRIVE 하이페리온’으로, 센서 배치부터 소프트웨어 아키텍처까지 레벨4 자율주행에 필요한 전체 차량 레퍼런스 아키텍처를 제공한다. 다섯 번째로 CES 2026에서 공개된 오픈소스 추론 AI 모델 ‘알파마요(Alpamayo)‘는 복잡한 도로 상황에서 ‘왜 그 결정을 내렸는지’ 단계별로 추론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 다섯 레이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게 바로 현대차·기아와 엔비디아가 구축하려는 자율주행 개발 사이클이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플릿에서 수집된 실주행 데이터를 DGX로 학습시키고, 코스모스와 옴니버스로 추가 시뮬레이션하며, DRIVE AGX 토르가 탑재된 양산 차량에 배포하는 흐름이다. 차량이 도로를 달릴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AI 모델이 진화하는 선순환 구조다. 현대차·기아의 자체 데이터 역량과 엔비디아의 AI 컴퓨팅이 맞물리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모셔널 역시 파국 직전에서 돌아선 상태다. 2020년 현대차그룹과 앱티브(Aptiv)의 합작으로 출범한 모셔널은 2024년 5월 앱티브가 추가 투자를 중단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현대차그룹이 약 10억 달러(약 4억7500만 달러 직접 투자 + 4억4800만 달러로 앱티브 지분 11% 매입)를 긴급 투입하며 지분을 85%로 끌어올렸지만, 같은 달 전체 인력의 40%인 550여 명을 해고하고 라스베이거스 상업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그러나 2025년 6월 AI·로보틱스 전문가인 로라 메이저(Laura Major) 신임 CEO가 취임하면서 AI 우선 전략으로 전면 재가동됐다. 현재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일대에서 직원 대상 파일럿 운행을 진행 중이며, 2026년 말 특정 라이드헤일링 파트너와 함께 완전 무인 상업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 확장은 모셔널의 레벨4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 글로벌전략실장 김흥수 부사장은 “레벨2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부터 레벨4 로보택시 서비스까지 그룹 전반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엔비디아 자동차 부문 부사장 리시 달(Rishi Dhall)은 “모빌리티의 미래는 AI와 소프트웨어 위에 세워진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업계 선두 웨이모(Waymo)는 미국 5개 도시에서 주당 45만회 이상의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며 압도적인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웨이모는 올해 초 1260억 달러 기업가치에 160억 달러를 유치하며 공격적인 확장을 예고했다. 테슬라(Tesla)는 오스틴과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아직 안전요원이 탑승해 있다. 캐나다 와비(Waabi)는 올해 초 10억 달러를 유치하며 우버(Uber) 플랫폼에 2만5000대 로보택시 독점 배치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와 공들여 쌓은 인적·기술적 연결고리가 실제 도로 위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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