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행정 AI 에이전트 ‘패럴렐’, 시리즈A 2천만 달러 투자 유치


전 세계 병원들이 쏟아내는 방대한 행정 업무는 지금도 의료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의료비 지출의 최대 30%가 진료가 아닌 행정 처리에 쓰인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고령화로 환자 수는 늘어나는데, 규제 요건은 복잡해지고 인력은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병원 직원들은 서로 연동되지 않는 레거시 시스템 사이를 오가며 수기로 데이터를 입력하는 데 하루의 상당 부분을 허비하고 있다.

parallel series a - 와우테일

파리 기반 헬스테크 스타트업 패럴렐(Parallel)은 이 문제를 AI 에이전트로 풀겠다고 나섰다. 패럴렐은 기존 병원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두고 그 위에 AI 레이어를 얹는 방식으로 행정 업무를 자동화한다. 전통적인 시스템 통합 프로젝트가 12~24개월이 걸리는 반면, 패럴렐의 에이전트는 빠르면 1주일 만에 배포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차별점이다.

패럴렐은 2024년 폴 라포르그(Paul Lafforgue) CEO와 크리스토퍼 리달(Christopher Rydahl) CTO가 공동 창업했다. 라포르그 CEO는 프랑스 명문 에콜 폴리테크닉(École Polytechnique)과 HEC 출신으로, 메타(Meta)에서 검색 데이터 프로젝트를 이끌고 맥킨지(McKinsey)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리달 CTO는 유럽 최대 의료 인력 스케줄링 플랫폼인 위블로(Hublo)의 공동창업자로, 위블로는 2021년까지 2,200만 유로를 투자받고 2,800곳 이상의 의료기관과 협력 관계를 구축한 바 있다. 여기에 프랑스 최대 민간병원 그룹인 램지 상테(Ramsay Santé)에서 최고의료정보책임자(CMIO)를 역임한 퀑탱 자리옹(Quentin Jarrion) 의학박사가 최고의료책임자(CMO)로 합류해 의료 현장 전문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패럴렐은 3월 19일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가 주도한 시리즈A에서 2천만 달러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프르스트(Frst),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헥사(Hexa)가 참여했으며, 앤젤 투자자로는 미스트랄 AI(Mistral AI) CEO 아르튀르 망시(Arthur Mensch), 회계·재무 플랫폼 페니레인(Pennylane)의 공동창업자 펠릭스 블로시에(Felix Blossier)와 캉탱 드 메츠(Quentin de Metz)가 이름을 올렸다. 이번 투자는 지난해 4월 프르스트 주도로 진행한 350만 달러 시드 라운드 이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이뤄진 것이다.

패럴렐의 기술적 접근 방식은 컴퓨터 사용 에이전트(Computer Use Agent)와 대형 언어모델(LLM)의 결합에 있다. 에이전트가 화면을 읽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직접 조작하며, 인간 직원처럼 병원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병원 측은 기존 시스템을 교체하거나 복잡한 API 연동 작업 없이도 AI 자동화 효과를 바로 누릴 수 있다.

현재 주력 제품은 의료 코딩 에이전트다. 의료 코딩이란 환자의 진료 기록을 보험 청구와 행정 보고에 필요한 표준화 코드로 변환하는 작업으로, 이를 자동화해 코딩 정확도를 높이고 병원의 정당한 수익 확보를 지원한다. 패럴렐은 이미 프랑스 내 수십 곳의 공공 및 민간 병원에 에이전트를 배포했으며, 특히 프랑스 공립병원 특유의 복잡한 PMSI(Programme de Médicalisation des Systèmes d’Information) 코딩 체계를 자동화하는 데 강점을 보이고 있다. 향후에는 청구, 입원 접수 등 병원 운영 전반의 행정 워크플로로 에이전트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인덱스 벤처스 파트너 줄리아 앙드레(Julia André)는 “패럴렐 AI 에이전트가 병원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속도가 정말 인상적”이라며 “AI 에이전트는 전체 환자 치료 주기에 걸쳐 시간과 자원이 가장 중요한 곳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거대한 기회”라고 밝혔다.

헬스케어 AI 시장에는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포진해 있지만, 패럴렐과의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어떤 문제를 푸는지를 기준으로 구분해야 한다.

패럴렐과 가장 직접적으로 겹치는 영역은 의료 코딩·청구 자동화 분야다. 미국의 패텀(Fathom)은 AI로 진료 차트를 자동 코딩하는 전문 업체로, KLAS 리서치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미국 대형 병원 시스템에 공급 중이다. 커뮤어(Commure)는 임상 문서화부터 코딩, 청구까지 아우르는 엔드-투-엔드 수익 주기 관리(RCM) 플랫폼으로 150곳 이상의 미국 의료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에픽(Epic), 서너(Cerner) 같은 미국 EHR 시스템과의 깊은 연동을 기반으로 하는 반면, 패럴렐은 시스템 연동 없이 그 위에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기술 접근법이 다르다.

반면 임상 문서화 AI(진료 현장에서 의사의 대화를 듣고 노트를 작성하는 방식)인 에이브리지(Abridge), 나블라(Nabla) 같은 업체들은 패럴렐과 경쟁 관계가 아니다. 이들은 의사-환자 간 진료 대화를 자동으로 기록하는 임상 워크플로를 다루는 반면, 패럴렐은 진료와 무관한 백오피스 행정 처리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환자 대면 AI 에이전트 히포크래틱 AI(Hippocratic AI)도 마찬가지다. 환자와 직접 소통하며 복약 지도나 만성질환 관리를 지원하는 것은 패럴렐이 다루는 영역 밖이다.

패럴렐이 실질적으로 공략하는 시장은 유럽 공공 병원이라는 점도 차별화 요소다. 프랑스 특유의 PMSI 코딩 체계처럼 미국과는 다른 복잡한 행정 구조를 가진 유럽 병원들은 미국 업체들이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이번 투자금은 기존 코딩 에이전트 확산과 함께 네덜란드·벨기에 등 유럽 주요국으로의 국제 확장, 그리고 청구·입원 접수 등 추가 행정 자동화 솔루션 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라포르그 CEO는 “레거시 시스템 위에서 작동하는 기술 덕분에 우리 에이전트는 의료 분야의 광범위한 행정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며 “그 결과 번거롭고 수작업 중심의 프로세스에 낭비되는 시간과 자원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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