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는 AI 몫”…카르타가 분석한 2025년 VC 펀드의 두 얼굴


VC(벤처캐피털) 펀드의 성과가 두 갈래로 갈라지고 있다. 잘 되는 펀드는 더 잘 되고, 그렇지 않은 펀드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구조다. 그 중심에는 AI가 있다. 스타트업 지분 관리 플랫폼 카르타(Carta)가 최근 발표한 2025년 4분기 VC 펀드 성과 보고서는 이 같은 현실을 수치로 드러낸다.

이번 보고서는 카르타 플랫폼에서 운용 중인 2017~2025년 결성 펀드 2,906개를 분석한 결과다. 합산 운용 자산은 약 1,207억 달러이며, 이 중 약 89%는 운용 자산 1억 달러 미만의 중소형 펀드다.

CARTA Venture Fund - 와우테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오랫동안 마이너스 수익률에 묶여 있던 2021·2022년 결성 펀드들이 드디어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2021년 결성 펀드의 중간값 순 IRR(내부수익률)은 현재 1.4%, 2022년 결성 펀드는 0.7%를 기록 중이다. 2022년 금리 인상으로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이 일제히 꺾이면서 이들 펀드의 수익률은 한때 마이너스까지 떨어졌었다. 2017~2020년 결성 펀드들은 이미 모두 4.2% 이상의 순 IRR을 유지하고 있다. 플러스 전환 자체가 대단한 성과는 아니지만, 바닥을 찍고 방향을 바꿨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 참여자들은 주목한다.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흐름은 챗GPT 출시 이후인 2023·2024년 결성 펀드들의 성과다. 이들 빈티지는 그 이전 세대 펀드들의 하락하는 IRR과 대조적으로 가장 높은 초기 IRR을 기록하고 있다. 카르타 인사이트 팀장 피터 워커(Peter Walker)는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신규 빈티지 펀드들이 초반부터 IRR이 강하게 출발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다만 이는 시드 투자 기업이 시리즈A를 올리면서 장부상 수익률이 올라가는 효과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2021·2022년 펀드 포트폴리오에는 AI 네이티브 스타트업이 드물었던 반면, 2023·2024년 펀드들은 처음부터 AI 기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차이도 있다.

회복세라고는 하지만, 업계 전체가 고르게 좋아지는 건 아니다. VC 업계 특유의 ‘파워 로(Power Law)’, 즉 극소수 펀드가 수익을 독점하는 구조는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다. 2019년 결성 펀드를 예로 들면, TVPI(납입자본 대비 총 가치 배수) 기준 상위 10% 펀드는 3.01배를 기록한 반면, 상위 25% 기준선은 1.9배에 불과하다. 중간값은 1.33배, 하위 25%는 1.02배 수준이다. 상위 10%와 나머지 사이의 격차가, 나머지 펀드들 사이의 격차보다 훨씬 크다는 뜻이다. 이 패턴은 카르타가 추적하는 모든 빈티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흥미로운 역설도 있다. 규모가 작은 펀드일수록 상위권 성과가 더 좋다는 점이다. 2018년 결성 펀드 중 운용 자산 100만~1,000만 달러 규모 소형 펀드의 TVPI 90번째 백분위수는 4.03배였다. 반면 1억 달러 이상 대형 펀드의 같은 지표는 1.67배에 그쳤다. 소형 펀드는 투자 건수 자체가 적다 보니, 단 한두 곳의 포트폴리오 기업이 크게 성공하면 펀드 전체 수익률이 수직 상승하기 때문이다. 대형 펀드는 분산 투자 특성상 한 곳의 대박이 희석되기 쉽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잘 된 소형 펀드’ 이야기다. 운이 따르지 않은 소형 펀드는 대형 펀드보다 훨씬 큰 손실을 낸다.

LP(유한책임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제로 현금이 돌아왔느냐다. 이를 나타내는 DPI(납입자본 대비 분배금 배수)에서도 조심스러운 변화가 감지된다. 2020년 결성 펀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미 LP에게 일정 금액을 돌려주기 시작했고, 그 중 약 15%는 2025년에 처음으로 분배를 시작했다. 2021년 결성 펀드도 약 3분의 1이 DPI를 기록 중이고, 2022·2023년 결성 펀드도 25% 안팎이 첫 분배에 나섰다. IPO 시장이 닫혀 있던 긴 기간 동안 LP들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는데, 이제 조금씩 출구가 열리는 모습이다.

아직 투자하지 않은 자금, 이른바 드라이파우더도 상당하다. 2025년 결성 펀드는 전체 약정액의 72%, 2024년 결성 펀드는 53%, 2023년 결성 펀드는 35%가 아직 집행되지 않았다. 이 세 빈티지 합산만으로도 190억 달러 이상이 시장 진입 기회를 노리고 있다. 반면 2017~2020년 결성 펀드들은 이미 약정액의 89% 이상을 투자에 쏟아부은 상태다.

스타트업 투자 환경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카르타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2025년 한 해 동안 조달한 신규 자금은 약 1,280억 달러로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4분기에만 361억 달러가 집행되며 2022년 2분기 이후 가장 뜨거운 분기를 기록했다. 기업 가치가 낮아진 채로 추가 투자를 받는 다운라운드 비율도 4분기 기준 14% 미만으로 최근 3년 중 가장 낮았다.

이 흐름의 핵심은 AI다. 2025년 카르타 플랫폼에서 조달된 전체 벤처 자금 중 AI 스타트업이 차지한 비중은 4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놀라운 건 집중도다. 상위 10% 스타트업이 전체 자금의 절반을 가져갔다. 앤트로픽(Anthropic)은 지난달 3,800억 달러 밸류에이션으로 300억 달러 시리즈G를 마감했고, 오픈AI(OpenAI)는 2월에 역대 최대 민간 투자 라운드 중 하나인 1,100억 달러를 조달하며 기업 가치 1조 달러에 근접했다. 일론 머스크의 xAI도 올해 1월 200억 달러 시리즈E를 마쳤다.

AI 스타트업과 비 AI 스타트업 사이의 밸류에이션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시리즈A 단계에서 AI 스타트업의 중간 기업 가치는 비 AI 기업보다 38% 높았고, 시리즈E 이상 후기 단계에서는 그 격차가 193%까지 벌어졌다. AI 스타트업이냐 아니냐가 밸류에이션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된 셈이다. 피터 워커는 이를 두고 “라운드 자체는 조금 어려워졌지만, 라운드당 자본 규모는 커졌다”며 “AI 스타트업들이 큰 라운드를 여는 건 직원이 많아서가 아니라 AI 모델을 돌리는 비용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P들의 행동 패턴도 이 흐름을 반영한다. 소형 펀드(운용 자산 100만~1,000만 달러)에서 LP 1인당 평균 투자 금액이 2018~2021년 평균 12만 7,000달러에서 2022~2025년에는 16만 5,000달러로 올라갔다. 중형 펀드 일부에서는 LP 수가 줄고 앵커 투자자 1인이 더 큰 금액을 베팅하는 패턴도 보인다. 불확실한 시장에서 LP들이 검증된 펀드에만 더 큰 돈을 맡기는 이른바 ‘질로의 도피’ 현상이다.

결국 이번 보고서가 그리는 그림은 하나다. VC 시장은 회복 중이지만, 그 과실은 고르게 분배되지 않는다. AI라는 새로운 변수가 시장의 양극화를 가속하고 있고, 유니콘을 포트폴리오에 담은 상위 펀드는 압도적 성과를 낸다. 이 초기 열기가 블록버스터 IPO나 대규모 M&A를 통한 실질 수익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결국 터질 버블의 과열 단계로 끝날지는 여전히 열려 있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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