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용 AI 운영체제 퀄리파이드 헬스, 1억 2,500만 달러 유치…미 병원 수익 7% 커버


미국 대형 병원들은 AI를 도입하고 싶어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다. 부서마다 따로 운영되는 데이터 시스템, 촘촘한 규제와 컴플라이언스 요건, 임상 현장의 안전 기준까지—AI를 하나 붙이려 해도 넘어야 할 벽이 한둘이 아니다. 결국 많은 병원이 크고 작은 AI 파일럿 프로젝트를 산발적으로 시도하다 흐지부지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Qualified Health logo - 와우테일

퀄리파이드 헬스(Qualified Health)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해 만들어진 회사다. 병원과 헬스 시스템이 AI를 조직 전체에 걸쳐 안전하고 일관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엔터프라이즈 AI 플랫폼을 제공하는 공익법인으로, 2023년 설립됐다.

회사가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AI 툴이 아니다. 쉽게 말하면 ‘병원용 AI 운영체제’다. 전자의무기록(EHR)을 포함한 병원 내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하고, 그 위에서 진료 지원·행정 자동화·환자 관리 등 다양한 AI 기능을 구동할 수 있도록 기반 인프라를 깔아준다. 여기에 AI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임상인력이 최종 승인을 담당하는 감독 체계, AI 의사결정 전 과정을 추적하는 감사 기능, 배포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능을 점검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함께 작동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AI 기술 자체보다 ‘이 AI가 실제 환자 안전에 문제가 없는가’가 훨씬 중요한 질문인데, 퀄리파이드 헬스는 바로 이 거버넌스 문제를 플랫폼 안에 처음부터 녹여 설계한 것이 핵심 차별점이다.

이 같은 접근이 시장의 인정을 받으며 퀄리파이드 헬스는 시리즈 B로 1억 2,500만 달러를 조달했다고 발표했다. 라운드는 글로벌 벤처캐피털 NEA(New Enterprise Associates)가 주도했으며, 신규 투자자로 트랜스포메이션 캐피털(Transformation Capital), 그레이트포인트 벤처스(GreatPoint Ventures), 캐세이 이노베이션(Cathay Innovation), 그리고 멘로 벤처스(Menlo Ventures)가 앤트로픽(Anthropic)과 공동으로 조성한 AI 혁신 펀드 앤솔로지 펀드(Anthology Fund)가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인 시그널파이어(SignalFire), 프리스트 크레시 벤처스(Frist Cressey Ventures), 플레어 캐피털 파트너스(Flare Capital Partners), 헬시어 캐피털(Healthier Capital), 타운 홀 벤처스(Town Hall Ventures), 인터마운틴 벤처스(Intermountain Ventures)도 재참여했다. 이번 투자로 퀄리파이드 헬스의 누적 조달 금액은 총 1억 5,500만 달러가 됐다.

창업자 이력도 눈에 띈다. CEO 겸 공동창업자인 저스틴 노든(Justin Norden) 박사는 의사이자 컴퓨터과학자다. 스탠포드 의과대학에서 MD·MBA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계산생물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애플 헬스케어 팀을 거쳐 알고리즘 신뢰 전문 기업 Trustworthy AI를 창업해 구글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Waymo)에 매각한 이력이 있다. 이후 GSR 벤처스에서 헬스케어 AI 투자를 담당했으며, 현재 스탠포드 의과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한다. 기술과 임상, 투자를 모두 경험한 드문 이력이다. 공동창업자 샨타누 파타크왈라(Shantanu Phatakwala)가 최고상업책임자(CCO)를, 전 국제의료질향상연구소(IHI) 최고경영자 출신인 케다르 메이트(Kedar Mate) 박사가 최고의료책임자(CMO)를 맡고 있다.

현재 파트너로는 머시(Mercy), 에모리 헬스케어(Emory Healthcare), 로체스터 대학 의료원(University of Rochester Medicine), 제퍼슨 헬스(Jefferson Health), 그리고 텍사스 대학 시스템(University of Texas System) 산하 MD 앤더슨 암센터를 포함한 8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플랫폼 사용자는 5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미국 전체 병원 수익의 약 7%에 해당하는 규모다.

성과 수치도 나오기 시작했다. UT 메디컬 브랜치(UTMB)는 퀄리파이드 헬스와 협력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연간 환산 기준 1,500만 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 및 수익 개선 효과를 냈다. UTMB 최고AI·디지털책임자 피터 맥카프리(Peter McCaffrey) 박사는 “ROI가 이미 기대를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투자를 주도한 NEA의 공동 CEO 모하마드 막주미(Mohamad Makhzoumi)는 “세일즈포스가 영업 관리에서, 워크데이(Workday)가 HR에서 그랬듯, 퀄리파이드 헬스는 헬스케어 분야의 카테고리 정의 기업이 될 것”이라며 이사회 합류를 함께 발표했다. 시장 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헬스케어 AI 시장은 2025년 약 370억 달러에서 2033년 5,06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헬스케어 엔터프라이즈 AI 시장에는 이미 여러 강자가 포진해 있다. 2014년 설립된 이노배커(Innovaccer)는 누적 6억 7,500만 달러를 조달하며 기업가치 34억 5,000만 달러를 인정받았고, 미국 상위 10대 헬스 시스템 중 7곳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데이터 통합부터 가치 기반 의료(value-based care), 수익 주기 관리까지 폭넓게 다루는 플랫폼으로 퀄리파이드 헬스와 가장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다. 임상 문서 자동화에 특화된 에이브릿지(Abridge)는 의사-환자 대화를 실시간으로 임상 기록으로 변환하는 AI 의료 기록사 솔루션으로 시리즈 E에서 3억 달러를 조달해 기업가치 53억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에이브릿지는 임상 문서화와 수익 주기에 집중하는 반면, 퀄리파이드 헬스는 행정·운영·임상 전반을 아우르는 전사적 AI 전환 플랫폼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접근이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197억 달러에 인수한 뉘앙스(Nuance)의 DAX 코파일럿(DAX Copilot)도 EHR 통합 기반의 임상 AI 도구로 경쟁하고 있다.

이번 자금은 플랫폼 고도화와 파트너 병원 배포 가속, 거버넌스·모니터링 인프라 확충에 투입된다. 노든 박사는 “우리 파트너들은 작은 개선을 원하는 게 아니라 의료 서비스 전달 방식 자체를 바꾸고자 한다”며 “그 여정의 파트너가 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