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소라·인스턴트 체크아웃 잇달아 접었다…엔터프라이즈로 전면 전환


오픈AI(OpenAI)가 대대적인 전략 수정에 나섰다. AI 동영상 앱 소라(Sora)를 전면 종료하고, 챗GPT 내 직접 결제 기능인 인스턴트 체크아웃(Instant Checkout)도 사실상 폐기했다. 화려한 소비자 기능 대신 기업용 생산성 도구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이다. 연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수익성 입증이 절실해진 오픈AI의 속내가 담긴 결정이다.

openAI logo - 와우테일

소라, 반짝 흥행 후 6개월 만에 퇴장

소라는 텍스트 프롬프트로 사실적인 영상을 생성하는 AI 모델이다. 오픈AI는 2024년 2월 첫 공개 이후 2025년 9월 말 소라 2(Sora 2)와 독립 iOS 앱을 함께 출시했다. 앱은 틱톡(TikTok) 스타일의 피드 구조에 사용자가 자신의 얼굴을 등장시킬 수 있는 ‘카메오(Cameo)’ 기능을 갖췄다. 출시 직후 앱스토어 사진·동영상 카테고리 1위에 오르고, 챗GPT보다 빠른 속도로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흥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2025년 11월 약 333만 건으로 정점을 찍은 월간 다운로드 수는 2026년 2월 약 110만 건으로 3개월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월간 활성 사용자(MAU) 역시 2025년 12월을 고점으로 내리막을 탔다. 키뱅크 캐피털 마켓(KeyBanc Capital Markets)의 애널리스트 저스틴 패터슨(Justin Patterson)은 “오픈AI가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었음에도 소라는 사용자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비용 구조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일일 추정 추론 비용만 약 1,500만 달러에 달했던 반면, 앱 출시 이후 발생한 누적 인앱 수익은 고작 210만 달러에 그쳤다. 오픈AI는 결국 2026년 3월 24일 공식 계정을 통해 “소라에게 작별을 고한다”며 앱과 API 종료를 발표했다. 소라 연구팀은 앞으로 로보틱스를 위한 세계 시뮬레이션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앱과 API의 최종 종료 일정 및 사용자 콘텐츠 보존 방법은 추후 별도 공지할 예정이다.

소라의 종료와 함께 월트 디즈니(Walt Disney)와의 파트너십도 무산됐다. 디즈니는 2025년 12월 미키마우스, 마블, 픽사, 스타워즈 등 200여 개 캐릭터 라이선스 계약과 함께 10억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디즈니+ 내 소라 생성 영상 큐레이션 코너 신설도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당 계약은 현금이 아닌 주식 워런트 방식으로 구성됐고, 실제로 자금이 오고 간 적은 없었다. 디즈니는 “오픈AI의 결정을 존중하며, 다른 AI 플랫폼과의 협력 방안을 계속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소라는 운영 기간 내내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테크크런치(TechCrunch)가 “스마트폰에서 가장 기이한 앱”이라고 꼬집었을 만큼, 딥페이크 영상 생성과 저작권 침해 문제가 잇따랐다. 저작권자가 별도로 거부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한 기본값으로 저작권 콘텐츠가 학습에 활용되는 구조도 창작자 커뮤니티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일본 콘텐츠해외유통촉진기구(CODA)는 스튜디오 지브리와 스퀘어에닉스 등 회원사의 콘텐츠 사용 중단을 요구했고, 고인이 된 셀럽의 유족들도 딥페이크 영상 관련 법적 대응을 경고했다.

인스턴트 체크아웃, 야심찬 출발 후 6개월 만에 백기

소라와 거의 같은 시기에 출발해 같은 시기에 좌초한 기능이 또 있다. 챗GPT 내에서 결제를 완료할 수 있는 인스턴트 체크아웃이다. 오픈AI는 2025년 9월 쇼피파이(Shopify), 엣시(Etsy), 월마트(Walmart) 등 주요 커머스 플랫폼과 제휴해 이 기능을 출시했다. 북미 최대 식료품 배달 플랫폼 인스타카트(Instacart)는 챗GPT 내에서 식료품 주문부터 결제까지 가능한 최초의 앱 파트너로 합류하기도 했다. 챗봇 창을 벗어나지 않고 제품 탐색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의 선봉장을 자임한 것이다.

쇼피파이 사장 할리 핀켈스타인(Harley Finkelstein)은 이를 “온라인 리테일의 새 개척지”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6개월 뒤 결과는 참담했다. 오픈AI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챗GPT를 통해 활발하게 제품을 검색하고 비교했지만, 실제로 구매를 완료하는 비율은 극히 낮았다. 포레스터(Forrester)의 2026년 3월 소비자 조사에서도 에이전트 기반 AI 플랫폼 이용자들 사이에서 AI 내 직접 구매는 가장 채택률이 낮은 기능으로 꼽혔다.

기술 인프라의 미비도 결정적이었다. 2026년 2월 기준 오픈AI는 미국 전역의 주(州)별 판매세 징수 및 납부 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수백만 개 상품 목록의 실시간 재고·가격 동기화, 사기 방지, 환불 처리 같은 커머스 기본 인프라도 마찬가지였다. 쇼피파이에 입점한 수백만 판매자 중 실제로 연동에 성공한 곳은 고작 30여 곳에 불과했다. 가트너(Gartner)의 밥 헤투(Bob Hetu) 애널리스트는 “오픈AI가 커머스 트랜잭션 구현의 복잡성을 과소평가했다”고 짚었다.

결국 오픈AI는 3월 초 “인스턴트 체크아웃을 앱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히며 기능을 사실상 포기했다. 앞으로 챗GPT는 상품 발견과 비교 추천에 집중하고, 실제 결제는 월마트의 스파키(Sparky), 엣시 앱 등 각 리테일러의 전용 앱에서 이루어지는 구조로 바뀐다. 이로 인해 AI 에이전트에게 고객을 뺏길까 전전긍긍하던 익스피디아(Expedia)와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 주가는 각각 8%, 13%씩 급등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아마존과의 관계가 전략 변화를 재촉했다는 시각도 있다. 오픈AI는 2026년 2월 아마존, 엔비디아, 소프트뱅크로부터 1,100억 달러 투자를 완료했는데, 그 중 아마존 몫만 500억 달러에 달한다. 아마존은 미국 이커머스 시장의 40%를 장악한 기업이다. 오픈AI가 독자적인 결제 레이어 구축을 포기한 배경에 대주주 아마존의 이해관계가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사이드 퀘스트를 멈춰라”…IPO 앞 총력전

소라 종료와 인스턴트 체크아웃 폐기는 사실 더 큰 그림의 일부다. 오픈AI 애플리케이션 부문 최고경영자 피지 시모(Fidji Simo)는 3월 16일 전사 회의에서 “회사가 ‘사이드 퀘스트’에 정신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코딩 도구와 기업 고객에 역량을 집중하고, 9억 명에 달하는 챗GPT 주간 활성 사용자를 ‘하이 컴퓨트(high-compute) 사용자’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는 설명이다.

배경에는 앤트로픽(Anthropic)의 거센 추격이 있다. 오픈AI의 2025년 연간 매출은 약 131억 달러, 현재 연환산 매출 기준으로는 250억 달러 수준이지만, 그 중 기업 부문 비중은 약 30%에 그친다. 반면 앤트로픽의 연환산 매출은 2025년 말 90억 달러에서 190억 달러를 넘어섰고, 이 중 80%가 기업 고객에서 나온다. 특히 클로드 코드(Claude Code) 하나만으로 연환산 25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지 시모는 내부적으로 앤트로픽의 성공을 ‘경종’이라고 표현했다는 전언이다.

여기에 연내 IPO 일정이 전략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오픈AI는 빠르면 2026년 4분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CFO 사라 프라이어(Sarah Friar)를 중심으로 IPO 준비팀을 구성했다. 구글 IPO와 링크드인 상장을 주도한 로펌 윌슨 손시니 굿리치 앤 로사티(Wilson Sonsini Goodrich & Rosati)도 선임했다. 오픈AI는 2025년 순손실 80억 달러를 기록했고, 2029년까지 누적 손실이 1,15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내부 전망도 나온다. 수익성에 발목을 잡히지 않으면서 IPO 서사를 설득력 있게 구성하려면 화려하지만 비용만 잡아먹는 소비자 기능들을 정리해야 했다는 분석이다.

오픈AI의 이번 선택과 집중이 앤트로픽과 구글의 거센 도전 속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아니면 단순히 IPO를 앞둔 투자자용 메시지에 그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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