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I 팩토리 표준 굳힌다…마벨에 20억 달러 투자하고 NVLink 개방


AI 데이터센터에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엔비디아 GPU만으로 클러스터를 채우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AWS는 추론 전용 트레이니엄(Trainium) 칩을,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아(Maia) 칩을 자체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문제는 한 랙 안에 GPU와 커스텀 추론 칩이 함께 존재할 때다. 이 이기종 칩들 사이에서 초고속 데이터를 주고받으려면 연결 방식, 즉 스케일업 인터커넥트가 달라야 한다. 엔비디아의 NVLink는 지금까지 엔비디아 GPU·CPU 전용이었다.

Nvidia - 와우테일

엔비디아(NVIDIA)와 반도체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는 3월 31일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마벨이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생태계에 NVLink 퓨전(NVLink Fusion)을 통해 합류하는 구조다. 엔비디아는 마벨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 파트너십의 기술적 핵심은 스케일업(scale-up) 레이어다. AI 클러스터의 칩 간 연결에는 두 층위가 있다. 하나의 랙 안에서 수십 개 칩을 직접 묶는 ‘스케일업’과, 여러 랙 사이를 이더넷으로 연결하는 ‘스케일아웃(scale-out)’이다. 스케일업에서는 대역폭과 지연시간이 극도로 중요한데, 엔비디아는 NVSwitch를 통해 이 영역을 사실상 독점해왔다.

NVLink 퓨전은 그 NVLink 패브릭을 타사 커스텀 칩에도 개방하는 기술이다. NVLink 칩렛을 자사 XPU 설계에 탑재하면, GPU가 아닌 칩도 NVLink 패브릭 위에서 엔비디아 GPU·CPU와 나란히 연결된다. 양방향 최대 1.8TB/s 대역폭이 보장된다. AWS가 가장 먼저 이 방식을 채택했다. 차세대 트레이니엄4(Trainium 4)는 NVLink 퓨전을 통해 NVIDIA NVLink 스케일업 패브릭과 MGX 랙 아키텍처 위에서 엔비디아 GPU와 함께 구동된다. 마이크로소프트 마이아 XPU도 같은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여기서 마벨의 역할이 나온다. 마벨은 AWS 트레이니엄과 마이크로소프트 마이아 칩의 설계부터 패키징까지를 맡는 XPU 파운드리다. 마벨이 NVLink 퓨전 생태계에 공식 합류한다는 것은, 마벨이 만드는 모든 커스텀 XPU에 NVLink 퓨전 칩렛이 통합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이퍼스케일러 입장에서는 GPU와 커스텀 추론 칩을 같은 랙에 넣고도 NVLink 수준의 초고속 연결을 쓸 수 있게 된다.

실리콘 포토닉스 협력도 이번 파트너십의 중요한 축이다. 마벨은 지난해 말 셀레스티얼AI(Celestial AI)를 32억 5천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포토닉 패브릭(Photonic Fabric) 기술을 확보했다. 이 기술은 기존 전기 신호 기반 NVSwitch가 담당하던 스케일업 영역의 초고속 연결을 광학으로 대체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트너십이 마벨의 포토닉 패브릭 위에서 NVLink 프로토콜이 구동되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주목한다. 실현된다면 전기 기반 NVSwitch를 광학으로 대체하는 그림이다.

역할 분담은 이렇다. 마벨은 커스텀 XPU와 NVLink 퓨전 호환 스케일업 네트워킹을 제공하고, 엔비디아는 베라(Vera) CPU, 커넥트X(ConnectX) NIC, 블루필드(BlueField) DPU, NVLink 인터커넥트, 스펙트럼-X(Spectrum-X) 스위치 등 지원 기술 일체를 담당한다. 스케일아웃 영역은 엔비디아 스펙트럼-X 스위치가 맡는 별개 레이어다. 양사는 5G/6G를 위한 에어리얼(Aerial) AI-RAN 기반 통신망 AI 인프라 전환 작업도 함께 추진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추론 변곡점이 도래했다며, 토큰 생성 수요가 폭발하는 상황에서 마벨과 함께 고객들이 전문화된 AI 컴퓨팅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마벨의 맷 머피(Matt Murphy) 회장 겸 CEO는 고속 연결과 광학 인터커넥트가 AI 확장의 핵심이 됐다면서, 마벨의 아날로그·광학 DSP·실리콘 포토닉스·커스텀 실리콘 기술을 NVLink 퓨전을 통해 엔비디아 생태계에 연결함으로써 효율적인 AI 인프라 구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벨은 스토리지 컨트롤러 전문사에서 AI 인프라의 핵심 공급자로 빠르게 변신한 기업이다. 2026 회계연도 전체 매출은 82억 달러, AI 매출은 42억 3천만 달러로, 2024 회계연도 AI 매출 5억 7천3백만 달러 대비 2년 만에 7배 이상 성장했다. 데이터센터 부문이 전체 매출의 74.4%를 차지한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이번 파트너십은 독점 생태계라는 비판을 희석하면서도 중심 위치를 공고히 하는 전략이다. NVLink 퓨전 플랫폼에는 반드시 엔비디아 제품이 하나 이상 포함돼야 한다. 고객이 어떤 커스텀 칩을 선택하든 엔비디아의 인터커넥트·소프트웨어·공급망에 묶이는 구조다. 마벨 외에 미디어텍(MediaTek), 알칩(Alchip Technologies), 아스테라 랩스(Astera Labs)도 NVLink 퓨전을 채택하고 있으며, 퀄컴(Qualcomm)과 후지쓰(Fujitsu)도 자사 CPU를 GPU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합류했다. AMD·인텔·브로드컴이 개방형 표준 UALink를 밀고 있는 것과 정면으로 대비된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엔비디아-마벨 협력은 누가 AI 팩토리의 ‘공통 연결 언어’를 쥐느냐는 싸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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