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조용히 내놓은 AI 받아쓰기 앱, 구독 없이 완전 무료…월 15달러짜리 앱들 긴장


말하면 글이 된다. “음…”, “어…” 같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으로. 인터넷 연결도 필요 없다. 구글이 별다른 발표 없이 내놓은 AI 받아쓰기 앱 ‘Google AI Edge 엘로퀀트(Eloquent)‘의 이야기다.

Google AI Edge Eloquent App - 와우테일

2026년 4월 6일, 보도자료도 블로그 포스트도 없이 앱스토어에 조용히 등장했다. 테크 미디어들이 먼저 발견해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엘로퀀트는 구글의 젬마(Gemma) 기반 자동 음성 인식(ASR) 모델을 기기에 내려받아 오프라인에서 실시간 받아쓰기를 제공한다. 말을 멈추면 “음”, “어” 같은 군더더기 단어를 자동으로 걸러내고 텍스트를 다듬는다. 완성된 텍스트는 클립보드에 자동 복사돼 바로 붙여넣기 할 수 있다. 구글은 이 앱을 “구독 없는 음성 받아쓰기”로 소개하며 사용량 제한도 없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처리, 클라우드는 선택

핵심 차별점은 프라이버시다. 기본 오프라인 모드에서는 음성 처리가 기기 내부에서만 이뤄진다. 음성 데이터와 개인 정보가 기기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클라우드 모드를 켜면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모델이 텍스트 정제에 가담한다. 오프라인 프라이버시와 클라우드 완성도 사이에서 사용자가 직접 고르는 방식이다.

받아쓴 내용을 “핵심 포인트”, “격식체”, “짧게”, “길게”로 변환하는 옵션도 있다. 지메일(Gmail) 계정과 연동해 자주 쓰는 단어·이름·전문 용어를 자동으로 불러오거나, 직접 커스텀 단어를 추가할 수도 있다. 받아쓰기 히스토리 검색, 분당 단어 수(WPM), 총 발화 단어 수 같은 사용 통계도 제공한다.

앱 이름의 ‘AI 엣지(AI Edge)’는 구글이 개발자와 기업들에게 기기 내 AI 모델 구동 도구와 SDK를 제공하는 이니셔티브 브랜드다.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에 이미 올라와 있는 ‘AI 엣지 갤러리(AI Edge Gallery)’는 젬마 3n, 젬마 4 등 최신 모델을 기기에서 직접 실행해볼 수 있는 개발자용 샌드박스다. 엘로퀀트는 온디바이스 젬마 기능을 검증하는 레퍼런스 앱인 동시에 소비자용 제품이기도 한 이중 목적을 갖는다.

안드로이드보다 아이폰이 먼저인 이유

눈길을 끄는 건 플랫폼 선택이다. 구글 자신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가 아닌 경쟁사 애플의 iOS에 먼저 나왔다. 통상 구글은 젬마 기반 모델과 AI 엣지 SDK로 픽셀(Pixel)폰에서 온디바이스 AI를 시연하는 것이 보통이다.

iOS 선출시가 의미하는 것은 둘 중 하나다. 시장 반응을 먼저 살피는 실험이거나, iOS용 젬마 ASR 모델이 안드로이드보다 준비가 빨랐거나. 구글에게 이런 선택이 처음은 아니다. 지메일의 스마트 컴포즈(Smart Compose)를 비롯한 여러 AI 기능이 안드로이드보다 아이폰에 먼저 공개됐던 전례가 있다. 앱스토어 설명에는 안드로이드 버전이 언급돼 있고, 앱 공식 웹사이트에서도 “안드로이드용 다운로드” 버튼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안드로이드 출시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월 15달러짜리 앱들이 긴장하는 이유

업계가 주목하는 진짜 이유는 가격이다.

현재 AI 받아쓰기 시장의 대표 주자인 위스퍼 플로우(Wispr Flow) 윌로우(Willow)는 월 15달러 구독 서비스다. 둘 다 클라우드 기반이라 음성 데이터가 원격 서버를 거친다. 슈퍼위스퍼(SuperWhisper)는 온디바이스 처리로 프라이버시 면에서 앞서지만 연간 85달러를 낸다.

위스퍼 플로우는 최근 빠른 성장세로 주목받아왔다. 2025년 6월 멘로벤처스(Menlo Ventures) 주도로 3,000만 달러 시리즈A를 유치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노터블캐피털(Notable Capital)이 이끈 추가 라운드로 2,500만 달러를 조달했다. 누적 투자액 8,100만 달러, 기업가치 7억 달러를 평가받은 스타트업이다.

구글의 등장은 이들에게 직격탄이다. 핵심 기능을 무료로 갖춘 경쟁 앱이 생긴 것이다. 구독 모델의 설득력이 급격히 약해졌다.

다만 격차는 있다. 위스퍼 플로우, 윌로우, 슈퍼위스퍼는 맥, 윈도우, iOS 전반에서 어떤 앱에든 바로 받아쓰기가 가능하다. 엘로퀀트는 현재 iOS 전용이고, 시스템 전반에서 쓸 수 있는 키보드 기능도 아직 없다. 실사용자 리뷰에서도 “위스퍼 플로우 비용이 부담됐는데 iOS 기본 받아쓰기보다 훨씬 낫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음향 환경에 따라 정확도 편차가 크다”, “위스퍼 플로우나 슈퍼위스퍼 수준의 정확도엔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의 타깃은 유료 앱만이 아니다. 애플의 기본 받아쓰기(Apple Dictation)는 무료지만 군더더기 제거도, 텍스트 변환도, 어휘 학습도 없다. 젬마 기반 모델에 텍스트 정제를 더한 엘로퀀트와의 품질 차이는 긴 문장을 자주 받아쓰는 사용자라면 금방 체감할 수 있다.

현재 엘로퀀트는 영어만 지원한다. 직접 사용해본 결과 한국어 받아쓰기는 되지 않는다. 언어 확장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실험으로 끝날지, 안드로이드와 맥OS로 확장돼 구글의 본격적인 AI 생산성 툴로 자리잡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다. 구글이 공짜 옵션을 들고 AI 받아쓰기 시장에 들어왔다는 사실, 그것만으로 시장은 이미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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