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제미나이, 챗GPT·클로드 사용자 직접 공략…대화 기록 이전 기능으로 전환 장벽 허문다


구글(Google) 제미나이(Gemini) 앱에 타 AI 서비스의 대화 이력과 개인 기억을 한 번에 이전하는 기능을 출시했다. 챗GPT(ChatGPT)나 클로드(Claude) 같은 경쟁 서비스를 쓰다가 제미나이로 넘어올 때 기존의 맥락과 사용자 정보를 그대로 가져올 수 있어, 그간 AI 앱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을 없앤다는 구상이다.

Switch Import Memory to gemini - 와우테일

이번에 추가된 기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메모리 가져오기다. 제미나이 설정 페이지에서 새로 생긴 가져오기 옵션을 선택하면 복사해 쓸 수 있는 프롬프트를 제안해준다. 이를 기존 AI 앱에 붙여넣으면 해당 앱이 사용자의 관심사, 가족 이름, 출신지, 작업 방식 등 저장된 개인 정보를 텍스트 블록으로 요약해 출력한다. 이 내용을 다시 제미나이에 붙여넣으면 즉시 분석돼 개인 컨텍스트에 저장되고, 다음 대화부터 곧바로 활용된다.

둘째는 전체 대화 기록 가져오기다. 챗GPT나 클로드에서 내보낸 ZIP 파일(최대 5GB, 하루 5개까지)을 제미나이에 업로드하면 기존 대화 스레드를 그대로 검색하고 이어갈 수 있다. 가져온 대화는 제미나이 측면 패널에 별도 아이콘으로 표시된다. 다만 기존 AI 서비스에서 생성한 이미지나 영상은 포함되지 않으며 텍스트 채팅만 이전 가능하다. 구글은 이번 업데이트에 맞춰 기존 ‘과거 대화(past chats)’ 명칭을 ‘메모리(memory)’로 변경하며, 앞으로 몇 주에 걸쳐 앱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 기능이 나온 배경은 현재 AI 챗봇 시장의 냉혹한 경쟁 구도에 있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는 올 2월 실적 발표에서 제미나이 앱 월간 활성 사용자가 7억 5,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챗GPT는 주간 활성 사용자만 8억 3,000만 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점유율 격차는 여전하다. 시밀러웹(Similarweb) 데이터 기준으로 챗GPT의 AI 챗봇 시장 점유율은 68%로 1년 전 87%에서 하락했고, 같은 기간 제미나이는 5.4%에서 18.2%로 237% 성장했다.

구글의 이번 수가 의미 있는 이유는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을 직접 공략했다는 점이다. AI 어시스턴트는 쓸수록 사용자 개인에게 최적화된다. 수개월, 심지어 수년을 투자해 특정 챗봇에 자신의 작업 방식과 개인 취향을 학습시켜 온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 맥락을 잃는 게 새로운 서비스 시도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된다. 구글은 이 장벽을 허무는 방식으로 신규 유입 경로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분석가들은 이번 전환 도구 출시를 명확한 고객 확보 전략으로 평가하며, 구글이 후발 경쟁자 입장에서 시장 역학에 실용적으로 대응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런 흐름은 구글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앤트로픽(Anthropic)은 이미 지난 3월 초 claude.com/import-memory 페이지를 통해 챗GPT, 제미나이, 코파일럿(Copilot), 그록(Grok) 등 어떤 AI 챗봇에서든 저장된 개인 설정을 클로드로 복사해 가져오는 기능을 유료 플랜 사용자 대상으로 출시했다. 다만 두 서비스의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앤트로픽은 클로드의 메모리가 암호화되며 모델 학습에 사용되지 않고 언제든 내보낼 수 있다고 강조하는 반면, 구글의 경우 가져온 대화 기록이 제미나이 활동 기록에 저장되고 모델 학습에 활용된다는 차이가 있다. 업계 1위인 오픈AI(OpenAI)는 아직 유사한 기능을 발표하지 않았는데, 시장 선도자 입장에서는 전환 비용을 낮추는 것이 자사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기능은 구글이 최근 강조하는 ‘퍼스널 인텔리전스(Personal Intelligence)’ 전략과도 맞물린다. 제미나이의 퍼스널 인텔리전스는 사용자가 접근 권한을 허용한 경우 지메일(Gmail), 구글 포토(Google Photos), 검색 기록, 과거 제미나이 대화 내용까지 종합해 응답에 활용한다. 예를 들어 이전 대화에서 바르셀로나 여행 호텔들을 비교했다면, 이후 일정 계획 요청 시 사용자가 결국 선택한 동네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 일정을 자동으로 구성하는 식이다.

이번 전환 도구 출시는 데이터 이식성에 대한 커지는 사용자 수요를 반영하기도 한다. AI 어시스턴트가 더욱 개인화되고 일상 업무에 깊이 통합될수록 사용자들은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ZIP 파일이라는 범용 표준 형식을 채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의미 있다. 구글이 독점 방식이 아닌 개방형 형식을 선택함으로써 경쟁사들도 비슷한 내보내기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구글의 움직임이 AI 업계 전반에 걸쳐 더 높은 수준의 상호 운용성과 데이터 이식성 표준을 향한 변화를 신호할 수 있다고 본다. 구글이 경쟁 플랫폼 이탈을 쉽게 만들수록, 다른 AI 개발사들도 유사한 이전 기능을 제공해야 하는 경쟁 압박을 받게 된다.

현재 기능은 일반 소비자 계정을 대상으로 순차 배포 중이며, 기업·교육 계정과 유럽경제지역(EEA)·영국·스위스 사용자는 아직 지원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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