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록이 떠난 자리에 클로드가 들어왔다… 앤트로픽-스페이스X 컴퓨팅 계약


AI 모델을 만드는 회사와 그 모델의 경쟁자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가 공급자-고객 관계로 손을 잡았다. 어색하지만 논리는 분명하다.

Anthropic xAI spaceX - 와우테일

앤트로픽은 5월 6일,스페이스X(SpaceX)의 콜로서스1(Colossus 1) 데이터센터 컴퓨팅 용량 전체를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콜로서스1은 22만 개 이상의 엔비디아(NVIDIA) GPU와 300메가와트(MW) 이상의 전력을 갖춘 대형 AI 슈퍼컴퓨터 클러스터다. 이 용량은 한 달 안에 가동에 들어간다.

콜로서스1은 왜 비어 있었나

스페이스X는 2026년 2월 xAI를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흡수합병했다. xAI는 그록(Grok) AI를 개발한 회사로 앤트로픽의 직접 경쟁사다. 합병 이후 스페이스X는 xAI의 100% 모회사가 됐다.

콜로서스1은 원래 그록 훈련을 위해 구축됐다. 2024년 9월, 구 엘렉트롤럭스(Electrolux) 공장 부지를 활용해 122일 만에 완공된 이 시설은 당시 세상을 놀라게 했다. 통상 데이터센터 구축에 4년이 걸리는데, xAI는 폐공장을 뚝딱 개조해 단숨에 가동시켰다. 초기 10만 개였던 GPU는 이내 22만 개로 늘었다.

그러나 xAI는 그록 모델 학습을 이미 콜로서스2로 이전한 상태다. 콜로서스2는 세 개 건물에 55만5천 개의 GPU를 탑재하고, 세계 최초로 1기가와트(GW) 전력 용량을 돌파한 훈련 클러스터다. 그록 4.x 시리즈와 현재 훈련 중인 그록5가 바로 여기서 돌아간다. 머스크는 콜로서스2에서 7개 모델을 동시에 훈련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콜로서스1은 더 큰 후속 시설에 역할을 넘겨줬고, 그 남은 용량이 앤트로픽에게로 돌아온 셈이다. 테크크런치는 이번 거래를 두고 “xAI가 그록에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컴퓨팅을 갖춘 상황에서 앤트로픽을 고객으로 확보하면 IPO를 앞두고 재무 성과에 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스페이스X는 네오클라우드가 되고 있다

이번 계약이 업계에서 흥미롭게 읽히는 이유가 있다. 스페이스X가 사실상 네오클라우드 사업자처럼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GPU를 엔비디아에서 사서 클러스터를 구성하고, AI 기업들에 임대하는 구조. 콜로서스1 → 앤트로픽이 그 첫 번째 외부 고객 사례다.

앤트로픽 제품 총괄 아미 보라(Ami Vora)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자사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이번 협약을 직접 발표했다. 앤트로픽 입장에서는 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 이어 네 번째 대형 컴퓨팅 공급원을 단번에 확보하는 계약이다.

이용 한도가 즉시 달라진다

이번 계약의 효과는 바로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앤트로픽은 오늘부터 세 가지를 즉시 적용한다.

클로드 코드(Claude Code)의 5시간 이용 한도가 프로(Pro), 맥스(Max), 팀(Team),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플랜 전체에서 두 배로 늘어난다. 프로와 맥스 계정의 피크 시간대 한도 축소 정책도 완전히 폐지된다. 클로드 오퍼스(Claude Opus) 모델의 API 이용 한도도 대폭 올라간다.

그동안 클로드 코드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할당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된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앤트로픽의 타리크 시히파(Thariq Shihipar)는 피크 시간대에 5시간 한도를 낮춰왔는데 주간 총 사용량은 동일하게 유지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번 계약으로 그 제약이 사라진다.

앤트로픽의 컴퓨팅 포트폴리오

이번 스페이스X 계약은 앤트로픽이 최근 수개월간 쌓아온 대규모 인프라 확보 행보에 추가된 것이다. 아마존 AWS와는 최대 5기가와트 규모의 10년 약정을 맺고 50억 달러 추가 투자를 받았다. 구글과 브로드컴(Broadcom)과는 2027년부터 가동되는 5기가와트 계약을 체결했고 구글로부터 최대 400억 달러 투자도 확정됐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와는 애저(Azure) 용량 300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맺었다. 전용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서는 플루이드스택(Fluidstack)과 500억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하며 텍사스·뉴욕에 앤트로픽 전용 시설을 짓고 있다.

앤트로픽은 AWS 트레이니엄, 구글 TPU, 엔비디아 GPU 등 다양한 하드웨어에서 클로드를 훈련하고 운영하며, 일부 용량은 해외에도 배치된다.

궤도 위 AI 컴퓨팅 협력도 검토

이번 계약에는 흥미로운 조항이 하나 더 있다. 앤트로픽은 스페이스X와 함께 수 기가와트 규모의 궤도 AI 컴퓨팅 용량 개발에 관심을 표명했다. 지상 데이터센터의 전력·냉각 문제를 우주에서 해결하겠다는 구상으로, 스페이스X는 이미 FCC에 최대 100만 개의 위성을 데이터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신청한 상태다. 실현까지는 수년이 걸리겠지만, 이번 협약이 그 방향으로 가는 첫 번째 공식 연결고리가 됐다.

주요 AI 기업들의 투자 및 인프라 관계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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