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앤트로픽, 같은 날 PE 합작회사 설립… “컨설팅 업계를 겨냥한다”


기업의 AI 전환은 속도가 문제다. 모델 성능은 벤치마크를 갈아치우는 속도로 올라가는데, 정작 현장에 배치되는 속도는 한참 뒤처진다. 어느 보험사의 언더라이터가 클로드(Claude)나 GPT-5에 접근하게 됐다고 해서, 당장 다음 주부터 업무 방식이 바뀌진 않는다. 그 간극을 지금껏 채워온 건 맥킨지, BCG, 액센추어 같은 대형 컨설팅 회사들이었다.

openai anthropic consulting firm - 와우테일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이 동시에 그 자리를 노린다. 5월 4일 같은 날 오후, 두 회사는 각자 사모펀드(PE) 기반 합작회사 설립을 발표했다. 오픈AI는 기업가치 100억 달러 규모의 ‘더 디플로이먼트 컴퍼니(The Deployment Company)’를, 앤트로픽은 15억 달러 규모의 미명칭 합작회사를 각각 공식화했다. 두 발표는 불과 몇 분 간격으로 나왔다.

오픈AI, 연 17.5% 수익률 보장하며 투자사 묶다

오픈AI의 합작회사는 델라웨어주에 LLC 형태로 설립됐다. 프리머니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다. 투자자 19곳이 약 40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넣었다. 앵커 투자사는 TPG, 브룩필드 에셋 매니지먼트(Brookfield Asset Management), 베인 캐피털(Bain Capital), 어드벤트 인터내셔널(Advent International), 드래고니어(Dragoneer), 소프트뱅크(SoftBank)다. 오픈AI는 별도로 5억 달러의 초기 지분을 납입했고, 추가로 10억 달러를 더 넣을 수 있는 옵션을 가진다. 최종 오픈AI 투자금은 최대 15억 달러 수준이다. 초과 의결권 주식을 통해 경영권은 오픈AI가 유지한다.

이 딜의 가장 주목할 조건은 수익률 보장이다. 오픈AI는 투자사들에게 5년간 연 17.5%의 확정 수익률을 약속했다. 일반적인 PE 딜에서 이런 조건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상 고수익 채권에 에쿼티 업사이드를 붙인 구조에 가깝다. PE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오픈AI가 모회사 지분 희석 없이 PE 밸런스시트에 접근하는 창의적 방법”으로 읽는다.

사업 모델은 팔란티어(Palantir) 선배포 엔지니어링(forward-deployed engineering) 플레이북과 닮았다. 오픈AI 엔지니어들이 고객사 내부에 직접 파견돼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오픈AI의 코덱스(Codex)와 챗GPT를 핵심 운영에 내장하는 방식이다. 이 합작회사를 이끄는 CEO는 오픈AI의 전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브래드 라이트캡(Brad Lightcap)이다.

투자사들이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만 2,000곳이 넘는다. 사실상 첫 번째 영업 파이프라인이 이미 채워진 상태로 출발하는 셈이다.

앤트로픽, 골드만삭스·블랙스톤과 함께 15억 달러 합작

앤트로픽 쪽 합작회사는 규모는 작지만 투자사 명단이 화려하다. 전체 조달 규모는 15억 달러다. 앤트로픽, 블랙스톤(Blackstone), 헬만앤프리드먼(Hellman & Friedman)이 각각 약 3억 달러씩을 넣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창립 금융기관으로 약 1억5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외에 제너럴 애틀랜틱(General Atlantic), 레너드 그린(Leonard Green),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 GIC,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도 참여했다.

이 합작회사는 수익률 보장 조건 없이 구성됐다. 대신 네트워크의 규모가 다르다. 블랙스톤이 관리하는 포트폴리오 자산만 약 1조2천억 달러에 달한다. 헬만앤프리드먼이 약 1,200억 달러를 더한다. 앤트로픽의 타깃 고객군으로 헬스케어, 제조, 금융서비스, 리테일, 부동산이 명시됐다.

포춘(Fortune)의 보도에 따르면, 이 합작회사의 내부 타깃 목록에는 맥킨지(McKinsey), BCG,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가 올라 있다. 9개월씩 걸리는 AI 전략 수립 컨설팅 대신, 앤트로픽 엔지니어들이 직접 기업 내부에 들어가 3분기 안에 실제 에이전트를 운영 단계까지 만들어준다는 제안이다.

왜 같은 날, 왜 PE인가

두 발표가 같은 날 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 두 랩은 같은 자본 풀을 두고 경쟁하고 있고, 같은 고객군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수익 구조 안정화다. 앤트로픽이 90일 만에 매출을 3배 늘리고, 오픈AI가 1,220억 달러 펀딩을 마감했지만, 두 회사의 매출은 모두 모델 출시 사이클에 따라 출렁인다. 엔지니어를 기업에 파견해 다년간 계약을 맺는 서비스 사업은 이 변동성을 줄인다. PE 포트폴리오 기업들은 이미 확정된 파이프라인이다.

둘째, 컨설팅 업계의 틈을 공략한다. 맥킨지, 액센추어, 딜로이트는 지난 18개월간 양측 플랫폼을 모두 활용하며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겨왔다. 두 랩이 이제 직접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 중간 마진을 직접 가져오겠다는 선언이다.

셋째, 오픈AI 코덱스와 클로드 코드(Claude Code)가 같은 기업용 코딩 예산을 두고 맞붙고 있다. 컨설팅 회사들이 어느 플랫폼도 선택하지 않는 상황에서, 각 랩이 자체 통합 서비스를 갖추는 것은 고객을 자사 스택에 고정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컨설팅 업계, 방어 나서나

이 딜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PE 업계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오픈AI의 17.5% 수익률 보장이 실현되려면 AI 도입이 현재 전망대로 순탄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도입 사이클이 예상보다 느려지거나 시장이 정체되면, 이 조건은 오픈AI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기존 컨설팅사들도 수동적으로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맥킨지는 2026년 들어 이미 두 차례 내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직접 모델 사업자가 통합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은, 컨설팅사들이 지금껏 상대해온 어떤 위협보다 정면적이다. 액센추어는 엔지니어링 레이어에 더 가까운 포지션을 가지고 있어 파트너십으로 살아남을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앤트로픽의 대형 금융기관 고객들, JPMorgan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 같은 곳은 이미 자체 AI 팀을 구축해왔다. 합작회사 서비스가 이들에게는 도입 속도를 높이는 기회로 읽힐 수도 있고, 외부 공급자에게 코어 운영을 내주는 리스크로 읽힐 수도 있다.

두 합작회사는 아직 고객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구체적인 성과는 올해 3분기 이후에나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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