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차세대 시리에 구글 제미나이 채택…”AI 역량 최고” 판단


애플과 구글이 다년간 AI 협력 관계를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차세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Apple Foundation Models)이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모델과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되며, 올해 출시 예정인 개인화된 시리(Siri) 업그레이드에 활용된다.

Apple SIRI and Google Gemini Partnership - 와우테일

애플은 신중한 평가를 거쳐 구글의 AI 기술이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의 가장 유능한 기반을 제공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구글의 제미나이 모델과 클라우드 인프라가 차세대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 기능을 구동하게 되며, 애플 디바이스와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Private Cloud Compute)에서 실행되면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유지한다.

이번 파트너십은 애플의 AI 전략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애플은 2024년 6월 OpenAI와 파트너십을 맺고 ChatGPT를 iOS 18에 통합했지만, 새로운 시리의 기반 모델로는 구글 제미나이를 선택했다. 애플 측은 OpenAI 통합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으나, 두 AI 제공업체를 어떻게 조율할지 주목된다.

구글에게는 대단한 성과다. 제미나이가 전 세계 20억 대 이상의 애플 기기에 탑재되면서 OpenAI 대비 압도적인 배포 규모를 확보하게 됐다. 시리는 하루 15억 건의 사용자 요청을 처리하는데, 이제 이 트래픽의 상당 부분이 제미나이로 흐르게 된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은 발표 후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했다. 애플을 제치고 엔비디아(Nvidia)에 이어 세계 2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협력의 배경에는 애플의 시리 개발 난항이 있다. 애플은 2025년 출시 예정이던 AI 기반 시리를 2026년으로 연기했다. 내부 테스트에서 기능이 3분의 2 정도만 제대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엔지니어링과 마케팅 팀 간 갈등도 불거졌다. 최고 AI 책임자였던 존 지안난드레아(John Giannandrea)는 시리 개발에서 제외되고 AI 기초 연구로 역할이 축소됐다.

구글은 2025년 11월 제미나이 3를 출시하며 OpenAI를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제미나이 3 프로(Pro)는 복잡한 추론과 멀티모달 처리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였고, 12월에는 더 빠르고 효율적인 제미나이 3 플래시(Flash)를 공개했다. API를 통해 하루 1조 토큰 이상을 처리하며 개발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양사의 관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구글은 아이폰과 맥의 기본 검색엔진 자리를 위해 애플에 연간 200억 달러를 지급해왔다. 2024년 8월 미국 법원은 이 계약이 불법 독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지만, 2025년 9월 구제 명령에서 계약 자체는 유지하되 일부 조건만 변경하도록 했다. 이번 AI 파트너십은 이 유리한 판결 이후 이뤄진 것으로, 양사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트너십을 구글에 대한 중요한 검증으로 평가한다. 애플이 막대한 자본지출 없이 최고 수준의 AI 역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는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우려도 제기된다. 구글이 실제로 애플의 인프라 내에서만 작동하는지, 데이터 접근은 어떻게 제한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다.

경쟁사들도 주목하고 있다. 앤스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는 헬스케어 모드가 있지만 웨어러블 통합이 없고, OpenAI는 최근 ChatGPT 메시지 볼륨이 8배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애플 파트너십을 빼앗긴 셈이다. 메타(Meta), xAI, 딥시크(DeepSeek) 등도 자체 AI 모델로 추격 중이지만, 애플 생태계 접근권은 구글이 독점하게 됐다.

새로운 시리는 2026년 3~4월 iOS 26.4 업데이트를 통해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 개인 데이터와 화면 활동에 접근해 더 맥락적이고 유용한 응답을 제공하고, 여러 앱을 넘나들며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애플은 6월 WWDC 2026에서 본격적인 프리뷰를 공개할 예정이다.

AI 산업의 판도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ChatGPT 출시로 시작된 생성형 AI 경쟁은 이제 플랫폼 전쟁으로 진화했다. 구글과 OpenAI는 최고 성능 모델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애플은 어느 쪽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 최선의 기술을 선택하는 전략을 택했다. 누가 AI 인터페이스를 장악하느냐가 향후 수년간 기술 산업의 주도권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